1. 두 장의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고출력 파워가 꼭 필요해?
올 하반기 그래픽 품질이 좋은 온라인 게임과 패키지 게임이 여럿이 나와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며칠 전 엔비디아는 GTX 660 Ti 그래픽카드를 출시해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붓는가 하면 AMD는 라데온 HD 7000 시리즈의 가격을 10% 인하하는 정책으로 맞불을 놨다. PC 컴포넌트 시장의 수요가 오래도록 주춤했지만 이번만은 분위기 반전을 노려보겠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GTX 670과 HD 7950을 비롯한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조금씩 호전되는 추세다. 거의 다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 한 장을 사는 것으로 업그레이드를 끝내지만 이왕이면 다다익선이라 했던가. 일부 하드코어 사용자 중에는 그래픽카드 한 장을 더 사서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PC를 만들려는 이들도 있다.
그래픽카드 한 장을 더 사서 단다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든 옵션과 타협하지 않고 더 큰 화면에서 게임을 진행하겠다는 욕심인데 이에 따라 늘어날 소비 전력은 가볍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최근 40만원 중후반대로 떨어져 많이 찾는 GTX 670만 해도 최대 소비 전력이 170W 수준에 이르니 두 장이면 340W까지 전력을 쓴다는 얘기다. 이런 PC에 그래픽카드만 단독으로 쓰겠는가? 메인보드에 장착해 쓰는 프로세서에 메모리며, 주변 장치로 다는 SSD와 하드디스크 등 PC의 기본 부품을 덤으로 쓸 테니 대략 450W 가량의 소비 전력을 예측할 수 있다.
▲ 지포스 GTX 670의 최대 소비 전력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그런데 한 가지 그냥 지나치고 있는 내용이 있다. 그래픽카드 한 장을 사용할 경우 어떤 용량의 전원 공급 장치를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 나와 있으나 두 장 이상 그래픽카드를 연결해 사용할 경우에 따른 가이드라인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추가로 장착할 그래픽카드의 최대 소비 전력 수치를 더한 값을 고려해 전원 공급 장치를 알아서 골라 쓰라는 것일까?
▲ 테스트에 사용될 지포스 GTX 670 그래픽카드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전원 공급 장치의 용량과 현재 많이 판매되는 용량 대를 살피면 500W에서 600W사이의 제품들이 고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두 장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해서 써도 무방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출력 부족으로 인한 고장을 우려해 넉넉한 출력을 내는 전원 공급 장치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 글쓴이는 이 애매한 내용을 훑어보고자 GTX 670 두 장과 500W, 600W, 그 이상의 출력을 내는 전원 공급 장치를 차례로 준비했다.
2. 이론으로 따지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실험해 보자.
실험 방법은 간단하다. 전원 공급 장치만 바꾸는 식으로 하드웨어 설정을 하고 소프트웨어 적으론 최대 부하를 1시간 이상 꾸준히 유도해 테스터기에 표시된 최대 소비 전력과 SLI로 연결된 두 그래픽카드의 온도 수치를 살피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게임 플레이로 소비 전력을 파악해 보는 내용도 추가했다. 전원 공급 장치는 500W 제품으로 히로이찌의 랩터2 500WP, 600W는 GMC의 파일런 PL-600A, 고출력대 제품은 시소닉 P-860 80플러스 플래티넘을 사용했다.
부하가 걸리지 않는 대기 상태에서는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렇다 할 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SLI로 설정이 된 상태서 테스터기에 표시된 대기 상태의 소비 전력은 랩터2 500WP와 시소닉 P-860은 각각 72W와 74W로 편차가 없다시피 했다.
반면, 600W 출력을 내는 파일런 PL-600A는 78W로 의외의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젠더를 이용해 두 개의 SATA 전원 커넥터를 4핀 전원으로 바꾼 후 다시 PCI-E 6핀 보조 전원 케이블에 연결한 이중 구조로 나타난 차이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그래픽카드 온도는 500WP 보다 섭씨 2도씩 낮았다. 상단에 장착한 첫 번째 그래픽카드가 37도, 하단에 장착한 두 번째 그래픽카드는 45도선을 나타냈다. 문제는 게임을 진행했을 때와 최대 부하 상태로 만들어 각각 그 상태가 꾸준하게 유지되는 지가 중요하니 아래 결과를 놓고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한 시간 이상 최대 부하를 유도한 결과부터 살펴 보자. 예상한 소비 전력 수치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500W 용량에 연결한 시스템에선 480W를 나타내 정격 출력 용량의 96%에 다다를 정도로 꽉 찬 소비 전력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면 갈라짐 증상과 PC의 동작 소음이 심해지는 등 극한 테스트에서의 안정성에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500W에 연결된 온도 차트를 보면 대략적으로 짚어볼 수 있다. 고출력 파워에서 SLI로 연결된 첫 번째 그래픽카드는 86도, 두 번째 그래픽카드는 섭씨 92도에 그쳤지만 500W의 경우엔 88도와 98도 순으로 두 번째 그래픽카드가 GPU 쓰로틀링에 걸리기 일보 직전까지의 온도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리적으로 그래픽카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 달라서였을까? 테스트에 사용한 고출력 파워는 여섯 개의 PCI-E 8핀(6+2핀) 보조전원을 갖춘 관계로 보조 케이블 없이 직접 전력을 공급해 주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라 판단할 수 있다.
4핀 IDE 전원 케이블이 부족했던 600W 파워는 이중으로 연결한 젠더의 영향인지 테스트한 500W 제품과 비슷한 효율을 나타내는 제품인데도 가장 많은 양의 소비 전력 수치를 냈다. 부하율은 파워 용량 대비 81% 수준이라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테스트를 진행한 15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GPU의 부하가 최대 10% 내외로 줄었다가 불규칙하게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해 나타난 소비 전력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았다.
고출력 파워에서는 앞서 테스트 한 두 전원 공급 장치보다 최대 부하 시 60W 이상 적은 소비 전력을 보였다. 이는 80플러스 플래티넘 인증 규격을 통과한 제품이라 효율이 월등히 높아서 나타난 수치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용량 대비 5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기에 600W 파워보다 더 많은 수의 주변 장치를 연결하는데 부담이 적다.
이 테스트 자료를 토대로 몇 가지 해 본 게임에선 어땠을까? 게임 별로 알아 본 최대 소비 전력 분포로는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더트3> 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메뉴 화면에서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는 각자 효율대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모습이지만 벤치마크와 게임 플레이란 부분으로 접근했을 때 고출력 파워를 빼고 특정 구간에서 프레임이 갑자기 떨어졌다가 회복하는 현상을 반복해 게임 진행이 다소 어려웠다.
부하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모던 워페어3> 는 GTX 670 SLI로 보장되는 기본 성능이 우세해 갑작스런 프레임 드랍 현상이 발생해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래픽보다 프로세서의 부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블레이드 앤 소울> 은 패키지 게임인 <더트3> 보다 이 현상이 덜했지만 마찬가지로 게임 진행이 원활한가를 놓고 보면 고출력 파워에 연결한 시스템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화면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소비 전력에서도 평균 100W 이상을 쉽게 오르내렸던 두 개의 전원 공급 장치보다 변동되는 폭도 구간별 평균 20~30W 이내로 적고 최대 전력수치에 자주 근접하는 수치를 보였다.
3. PC에 맞는 전원 공급 장치의 선택이 안정성을 결정해
안정성을 판단하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을 두고 테스트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여건상 벤치마크 프로그램과 게임을 이용해 최대 부하를 끌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테스트는 보통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 많은 소비 전력을 쓰는 특성이 있어 짧은 시간을 두고 판단하기 위해선 이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이 테스트로 나온 결과 GTX 670 두 장을 묶어 SLI로 쓰려면 정격 출력에 다소 여유가 있으면서 효율이 좋고 젠더와 보조 전원 케이블을 쓰지 않고도 연결해 쓸 수 있는 전원 공급 장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론을 얻었다. 각 그래픽카드와 프로세서, 주변 장치의 최대 소비 전력을 면밀히 따져보고 계산해서 딱 맞는 출력의 전원 공급 장치를 선택하기 보다 여유분이 많은 장치일 수록 안정성이 보장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500~600W 사이의 제품이라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두 장 연결해서 쓰기보다 단일 카드로 성능이 더 좋은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것이 좋고 600W 이상의 출력을 내는 파워라면 PCI-E 보조전원 케이블의 구성에 따라 다중 그래픽카드 구성을 한 번 노려볼 만하다는 것으로 정리가 될 것 같다. 물론 시소닉 P-860처럼 클래스가 전혀 다른 프리미엄 전원 공급 장치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이는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사용하는 PC 환경에 맞춰 부품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전력 소모가 많은 그래픽카드를 하나 더 사서 쓰지 않는다 해도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달고 PC 내부를 바꾸려고 UV 램프 같은 튜닝 용품을 비치한 환경이라면 PC가 요구하는 소비 전력은 더욱 늘어날 테니 말이다.
글쓴이처럼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한 장 더 사서 게임 그래픽 성능이 뛰어난 PC를 만들 요량이라면 먼저 PC의 환경을 고려해 어떤 전원 공급 장치를 고르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