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 세종특별자치시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다양한 특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체 농부 중 35세 미만의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3%라는 통계는 우리나라 농촌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지난 13여년간 꾸준히 지역의 활성화와 농업의 지속성을 위해 귀농·귀촌 정책을 펼쳐지고 많은 도시인이 귀농·귀촌을 꿈을 꾸고 실천도 했다. 그러나 은퇴자의 귀농이 대다수를 이루고, 정작 농업에 종사하는 귀농자도 적다.
청년의 귀농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청년 세대가 귀농·귀촌해 지역의 일꾼이 돼 주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5년간(2013~2017년) 귀농·귀촌한 2507가구(귀농 1257, 귀촌 1250)를 대상으로 직접 방문 조사한 ‘2018 귀농·귀촌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5년차 귀농 청년 평균 소득 3900만원
이에 따르면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생활 후 연고가 있는 농촌으로 이주하는 ‘U 턴형 귀농(53.0%)·귀촌(37.4%)’이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생활 후 연고가 없는 농촌으로 이주하는 ‘J 턴형 귀농(19.2%)·귀촌(18.5%)’ 에 비하면 U 턴형 귀농·귀촌이 수월함을 말해 준다.
귀농귀촌 유형.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흥미로운 것은 귀농·귀촌을 선택한 40세 미만 청년층은 귀농 이유로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29%)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가업 승계(18.6%), 도시생활 회의(16.7%), 자연환경(10.2%) 순으로 조사됐다. 청년은 비전과 미래의 가능성으로 귀농을 선택했다는 것이 주목을 끈다.
귀농귀촌 이유.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청년 귀농자의 선택만큼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지원해주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은 귀농·귀촌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농 60.5%, 귀촌 63.8%는 ‘매우 만족’과 ‘만족’으로 답했다. 소득의 경우 귀농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1년 차 2319만원에서 5년 차에는 3898만원으로 늘어났다.
귀농귀촌 만족도.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귀농 가구 소득.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이는 우리나라 농가 평균 소득 3824만원을 넘지만, 귀농 전 평균 가구소득 4232만원에는 못 미친다. 그래서 귀농 가구의 43%가 경제적 이유로 ‘투잡’을 뛰고 있다고 한다.
월평균 생활비는 귀농 가구는 196만원, 귀촌 가구는 213만원이며 식비·주거비·광열비·수도 전기세·교육비 순으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농부의 경우 따로 집계하지는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와 교육비가 큰 제약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생활비. [자료 농림수산식품부,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현재의 창업자금과 컨설팅 지원을 좀 더 청년층에 맞추어야하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사업 대상을 좀 더 확대해야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역에서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2019년 만 40세 미만 귀농 희망 청년에게 장기 합숙 교육 프로그램인 ‘청년 귀농 장기교육’을 마련했다. 교육내용은 지역탐색 및 농촌이해, 품목탐색 및 이론교육, 실습, 영농기술 및 마케팅 전략 습득, 컨설팅 지원 등이 포함된다. 6개월 내외로 지정된 교육기관에 가서 총 600시간의 트레이닝을 받고 귀농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청년 귀농자들은 직접 맨땅에 헤딩하듯이 무작정 귀농·귀촌을 시도한 점에 비춰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은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귀농·귀촌종합센터에 가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해당 기관에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
교육기관으로 화천 현장 귀농 학교, 양평 수미 마을, 괴산 흙 살림연구소, 전국귀농운동본부, 천안의 농업회사법인인 두호, 논산의 다나 딸기농장이 선정돼 마을과 농장, 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그동안 무료로 시행되던 교육과정을 교육생이 자비 168만원을 부담하도록 설계한 것이 눈에 띈다. 그만큼 교육 콘텐츠가 충실하고 교육 효과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실제로 유료 교육이 무료교육보다 참여율과 창업률이 높다.
그리고 귀농 정착 컨설팅 지원은 장기 교육생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으로 빈집, 장기농지임대, 농업경영체 등록 등 창농에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을 멘토링받을 수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청년 농부 사관학교는 귀농 예정자를 대상으로 현장 체험교육과 이론 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2018년 처음 개설돼 현재까지 많은 수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남 곡성군은 젊은 귀농 여성인들로 구성된 수상한영농조합법인이 가랑드라는 이름의 판매장을 개장해 토란파이만주와 토란푸딩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수상한영농조합법인의 여성귀농인들.
교육과정은 영농정착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실무 중심의 모듈식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교육생 전원에게 드론 등 국가 기술 자격증 취득을 지원을 하며, 교육 성적 우수자에게는 해외 선진 농업 현지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들을 위한 농촌 정착 프로그램들
청년들에게 적합한 농업용 드론과 스마트팜 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기관에서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청년 스마트팜 보육사업을 추진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스마트팜 보급·확산에 초점을 두고 청년층과 초보 농부를 대상으로 수준별 맞춤형 실습 교육과 선도 농가 우수사례 전파, 첨단기술 적용의 빅데이터 활용 등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전국 권역별로 체험형 실습교육장 31개소와 현장지원센터 12개소를 통해 스마트팜 기초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에서도 청년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남 완도군은 지역 청년들과 함께하는 ‘완도군 청년정책 파티’를 개최하였다고 밝혔다. 지역 인구정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행사는 최대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준비하였다는 소식이다.
경남 남해군은 일자리와 관련해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청년 진심 토크’를 가졌다. 취업 준비생, 청년 귀농·귀촌인, 청년 예비창업인, 청년상인, 고교·대학 졸업예정자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경상북도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고, 농촌 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청년들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청년 농부 2000명 육성 프로젝트’를 수립, 추진하고 있다. ‘창농과 취농’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월급 받는 청년 농부제’를 시행한다.
예전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교육과정과 지원정책이 실현되고 있으니 청년들은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볼 만하다. 다만, 지금은 일터 마련을 위한 귀농·귀촌 정책이 주로 추진되고 있다면 앞으로는 지역의 문화, 복지 정책도 청년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되고 실행돼 주기를 바란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