殘暑逼軒楹 늦더위가 마루 기둥을 핍박하나
元天錫(고려의 시인)
滿野秋光天降祥 들에 가득 가을빛이 내려와 상서롭고
雨過餘熱遞新涼 비가 지나니 남은 열기도 서늘해진다
露華初重夜生涼 이슬 꽃이 막 무거워져 밤은 시원하고
天衢漂渺氣凝祥 아득히 떠있는 천구도 서기가 어렸다
河漢無波夜色涼 파도가 없는 은하의 밤 빛은 청량하고
蟬老燕歸風颯颯 매미 늙고 제비 돌아가니 바람은 쏴쏴
虫弔藜床序已秋 려상의 풀벌레 조문은 벌써 가을인가
聲緊孤梧金井畔 금샘가 외론 오동의 절박한 소리로다
中秋氣候稍淸寒 중추의 기후는 점차 맑고 싸늘해지니
月從山頂湧銀槃 산정의 달을 좇아 은쟁반이 솟구친다
九月九日天光淸 구월 구일의 하늘빛은 맑기 그지없어
菊澗楓林又一秋 골짝 국화와 풍림 또한 가을 한 철이다
詠竹 대나무 노래
篠田儀(일본 에도 여류시인)
堅節貞心詎可移 굳센 절개 곧은 마음이 어찌하여 변할 수 있나요
滿叢翻翠影參差 떨기에 가득 푸르름이 나부껴 그림자는 들쭉날쭉
一伸一屈君休問 한 번 펴고 한 번 굽히는 그대에게 기쁜 소식이니
無夏無冬獨自持 여름도 없고 겨울도 없이 스스로 견디어낸답니다
虛谷雲生龍欲起 빈 산골짝에 구름이 일어나 용이 깨어나려 하고
深林月生鳳來儀 깊은 숲에 달이 뜨면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춥니다
此中淸雲誰能賞 이 중에 맑은 구름을 누가 능히 즐겨 구경할까요
和得宮商聽自宜 궁과 상으로 어우러져 들으면 마땅히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