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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이라는 용어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월 26일 직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이 군부를 장악하여 12월 12일에 군사반란을 일으킨 후,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실질적으로 통치하였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한 8개월의 기간을 뜻한다. 18년을 통치한 독재자의 사망, 쿠데타로 인한 신군부 등장, 수많은 시민 희생자가 생긴 비극의 8개월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꿔 놓은 결정적 시기다. 이 비극을 다시 돌려놓은 것은 그 후 7년이 지난 1987년의 일이다.
'서울의 봄', 김성수, 2023. (포스터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환이 중심이 된 신군부 쿠데타가 이루어지던 바로 그날, 1979년 12월 12일 급박했던 단 하루의 사건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비록 영화 안에서는 ‘전두광’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빛나는 이마를 보면서 관객은 그가 바로 전두환 그 작자를 캐릭터했다는 점을 모를 수 없다.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전두광(황정민 분),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은 이태신(정우선 분), 육군참모총장 정승화는 정상호(이성민 분), 제9보병사단장 노태우는 노태건(박해준 분), 육군본부헌병감 김진기는 김준엽(김성균 분), 특전사령관 정병주는 공수혁(정만식 분)으로 실존 인물의 이름이 영화에서 바뀌어 등장한다.
2005년에 김재규의 박정희 시해사건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영화가 개봉하자 박정희 유족이 손해배상과 영화상영금지 청구를 내었고, 법원이 유족 측 손을 들어준 판결 이후 영화에서 실명을 쓰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안타깝지만 이 영화에 방대한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실제 인물의 이름과 사건을 예습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재미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서울의 봄'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감기’(2013)와 ‘아수라’(2016)로 미래에 대한 전조 내지는 예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개봉 당시보다는 나중에 더 극찬을 받곤 했던 김성수 감독의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은 액션 연출력, 스타일리시한 시청각적 쾌감, 촘촘히 쌓아올리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지만, 실력만큼 흥행이나 비평계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서울의 봄’으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미 40년도 지난 일이라 이 사건을 잘 모를 젊은 관객에게 현대사를 생생하게 목격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우리 현대사에 너무나도 큰 족적을 남겨서 전두환이 사망했다는 감이 사실 잘 들지 않았다. 영화는 11월 22일에 개봉했고, 23일에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전두환 서거 2주기 시민 추도식이 열렸다. 영화만큼이나 현실도 극적이다.
'서울의 봄'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두가 길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를 평하자면, 9시간 동안 펼쳐지는 그 사건을 140분으로 압축하여 각각의 캐릭터가 촘촘하게 어우러지면서 긴박감 있게 전개하는 서사적, 표현적 힘이 대단하다고 평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나라가 어지러운 틈을 타 군부 내 비밀조직 하나회의 핵심으로서 반란을 획책하는 전두광에 맞서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의 일촉즉발의 대립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된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무도하게 권력을 잡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자 대 원칙을 따르고 정의를 실천하려는 자의 대립이라는, 인간사의 보편적인 갈등을 담은 이야기이도 하다.
'서울의 봄'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인물들을 대조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조명과 카메라 움직임이 매우 유려하며 이러한 점 때문에 서스펜스의 깊이와 이야기에 몰입이 강화된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악당은 드라마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반란군에 홀로 맞서는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 삽입한 마지막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다. 악당이 아니라 실패를 보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은 자의 영웅적 면모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서울의 봄’은 소재나 주제, 만듦새와 연출력 등 여러 면에서 현재 생존을 염려하고 있는 한국 영화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일대 사건이다. ‘남산의 부장들’/‘그때 그 사람들’, ‘서울의 봄’, ‘택시 운전사’. ‘1987’을 차례로 본다면 우리의 현대사를 생생하게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12월 12일 그날, N차 관람할 생각이다.
'서울의 봄'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오늘로 '주말 영화' 연재를 마칩니다. 2011년부터 12년간 변함없는 열정으로 좋은 영화를 소개해 주신 정민아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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