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산업의 최고 전성기였던 1990~2010년대에 패션계를 휩쓸며 맹활약했던 빅맨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그들은 한국 패션산업의 성장기와 성숙기를 함께하며 패션산업 현장에서 때론 환호하며, 때론 절망하며 희로애락의 시간을 보냈다.
끊임없이 트렌드가 변하는 패션산업은 오늘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파악해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그래서 그 어떤 산업보다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총평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속할 수밖에 없는 사업 영역인 만큼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어 가느냐에 의해 어떤 산업군보다 뛰어난 결과물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며 도전과 열정 정신을 강조한다.
‘다시 태어나도 패션을 하고 싶다’며 패션업에 대한 깊은 애정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대부분 은퇴 후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그들은 업계 선배로서, 또한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가슴 따뜻한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패션비즈> 창간 35주년을 기념해 한국 패션 · 리테일 산업의 성장기와 성숙기를 이끌었던 그들의 활동상과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들의 현재 모습을 살짝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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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에게 패션이란?
“취미이자 즐거움이다.”
Q 후배들에게 조언은?
“하모니를 중시하는 오케스트라 식 업무 자세를 가져라. 취미 활동과 인적교류를 활발하게 해야 세컨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2019년 3월 말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난 김진면(46회) 전 휠라코리아 부회장은 모처럼 휴식을 즐기고 있다. ‘명예보다는 즐거움! 책임보다는 재미를!’ 추구하자는 그만의 행동 지침을 실천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전까지는 연세대 겸임교수로 강의도 하고 기업체 임원 특강 등을 하면서 그가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나눴다. 마포에 작은 사무실을 열고 패션업계 후배들에게 카운슬링을 하거나 힐링을 도와주기도 하고 영어와 일어 등 외국어 공부도 한다. 그의 오래된 취미인 클라리넷 연주도 즐기면서 한 달에 한 번은 친구들과 합주를 하러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시절 국내외 브랜드 30여개를 맡으면서 패션의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전문 패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고한다.
특히 침체됐던 휠라 부활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브랜드 리뉴얼을 성공시켰을 때 패션 경영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가졌다고 한다.
37년간 패션 한길만 걸으며 열정을 불태웠고 자부심과 보람을 가졌기에 다시 태어나도 패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면서 후배들의 고충과 고민을 들어주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힐링·카운슬링을 할 계획이다.
전·현직 패션·유통업계 사람들과 종종 만나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김 부회장은 ‘노력지자 불여락지자(努力之者 不如樂之者,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로 패션을 즐기면서 일할 것을 후배들에게 권한다. 그래야만 은퇴 이후에도 즐기는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