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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바닥 어느 곳에 소금을 만들어 내는 맷돌이 영원이 돌고 있어서 바닷물이 짜게 되었다는 노르웨이의 동화; 그 맷돌을 바닷속에 처넣은 자 누구? 맷돌을 돌리는 손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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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사는 누트리쿠라라는 해파리는 산란 후 유년으로 회춘한다 죽음 없이 윤회를 되풀이한다 - 빈 구멍뿐인 몸속 어디에서 불사(不死)의 욕망이 생겨나와 세포를 온통 흔들어 놓는 거니? 어느 별의 쪼개진 돌멩이에서 태어나 바다의 신이 되었니?...... 너를 오래오래 씹어먹고 싶어, 나는 누추하게 시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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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물에 빠뜨렸네 배터리 방전으로 전원이 끊긴다는 메시지가 물결무늬로 뜨더니 표시창이 아득히 흐려지더니 꼬르륵, 해협으로 잠겨 버렸네 가슴 너덜너덜할 때 물먹은 세상으로나마 수선하러 헤엄쳐 가던 나는 지금 익사 중, 음성사서함에는 비린내 가득한 의혹의 말들이 쌓이고 비상인 줄 모르고 비상호출을 날려보내겠지 유목민의 단추 같은 번호판을 헛되이, 꾹꾹, 눌러보네 그리움의 안테나를 팽팽히, 뽑아보네 - 아아아 이렇게 캄캄할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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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끌려가 길을 걷는데 흉기처럼, 깨어진 창유리가 희번뜩였다 차를 버려두고 기사는 어디로 갔을까(이상할 것도 없지, 예기치 않은 충돌에 튕겨 나가 저 산산이 금 간 유리속 서늘한 실금이 되어버린지도) 박살난 살점이 플라스틱 실핏줄에 덜렁덜렁 의수(義手)처럼 매달려 있는 유리의 최후를 나는 왜 멈춰 서서 보고만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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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몇 개를 뭉쳐 사람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가는 회로를 만들 수 있어 노트북 컴퓨터를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닐 수 있을 거란다; 얼마나 작아질 수 있나, 얼마나 작아질 수 있나 - 나노분말을 온몸에 칠하고 내 정맥 깊숙이 스며들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