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성 당뇨를 치료한 송담

갸름하고 선이 곱다. 미인상이다. 배어있는 몸짓도 정갈하고 성품도 온화하여 누가봐도 현모양처다. 그러나 얼굴은 나이에 비해 주름이 자글하다. 남편을 흘끔 보았다. 칠십의 나이에도 기골이 장대하고 대장부의 관상을 지녔다. 어찌보면 두 사람은 누구에거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는 천생배필이었을 것이다. 집안도 좋아서 남부러울 게 없는 말 그대로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단식은 좋지 않아요. 정이나 하고 싶으면 1년에 한두 번 정도 하세요."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다. 교회에서 주선한 기도원에 한달에 한번씩 들어가 단식을 한다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당뇨를 앓고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작은 체구, 몰골은 말랐지만 특별히 당뇨에 걸릴 체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음식을 함부로 먹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남편을 보고 있노라니 답이 나왔다. 남편은 호걸의 상으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도 주었고 성격도 호탕하여 인기도 많았다.    남편은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인기남이었으나 반대로 부인은 그로 인해 남 몰래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을 것이다. 그녀의 병명은 스트레스성 당뇨였다. 많은 여인들에게 둘러싸인 남편을 지켜보며 자연히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거기에다 남편은 사람이 좋아서 보증도 많이 서서 적지 않은 재물도 탕진했다고 했다. 부인도 사람이 좋아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하고 남 몰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던 것이다.    스트레스성 당뇨에늘 사실상 약이 없다. 콜레스테롤로 인한 당뇨는 인슐린제를 인위적으로 투여하여 일시적으로 혈액속의 당을 희석시킬 수 있지만 스트레스성 당은 인슐린으로 희석이 잘 되지 않는다. 거기에다 매달 단식을 강행했으니 그녀의 몸상태는 뼈만 남은 몰골이 되었다. 고운 얼굴은 자글한 주름이 자리잡았고 영양부실로 황달끼도 있었다. 점점 기운을 잃고 의욕마저 상실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필자는 송담의 즙을 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남편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함께 여행이라도 가세요.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맛있는 것도 좀 먹고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차라도 한잔 하세요.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봐야 모두 꽝입니다. 부인께 인자하고 자상한 좋은 남편이 되세요. 남들은 송장은 치워줄지는 몰라도 집안을 꾸려주지는 않으니까요. 부인께서 계시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분이라도 홀애비는 청승맞아 보일 뿐입니다."    필자는 정기적으로 송담즙을 제공했고 1년이 지나자 부인의 혈당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얼굴도 윤기가 흐르고 젊을 적의 미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화사한 웃음이 자리 잡았고 몸짓에는 잃었던 지성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송담의 기운이 그녀의 기분을 맑게 했고 남편의 노력이 약성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스트레스에는 약이 없는 법이다. 본인의 노력도 있어야하지만 기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편안하게 해주어야 완치에 이를 수 있다.    송담은 필자에게 스트레스성 당뇨를 치료하게 했던 유일한 약재가 되었다. 채취도 어렵고 다듬기도 어렵지만 많은 이의 질병을 치료하는 효자약재가 되었다. 송담을 맨손으로 다듬으면 발진이 생긴다. 그 손으로 자칫 볼일을 보다가 만지기라도 하면 거시기?에 발진이 생겨 제법 고생을 한다. 세척하고 스팀소독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건조하는 과정까지 꽤 정성을 들여야 온전한 약재로 쓸 수 있다.     소나무를 죽이는 얄미운 덩쿨이지만 때로는 소나무와 공생공사하는 양면이질적인 관계다. 송진의 성분을 빨아들여서 발진을 일으키지만 덩쿨속의 당은 달콤함을 제공한다. 폴리페놀계의 화합물 중에 하나인 이소플라본이 당뇨의 혈당수치를 억제한다. 즉 당이 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식물이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 성분이 혈당의 오름과 내림을 막아 혈당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피톤치드성분이 많아서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 항염증 작용도 있어서 피부트러블이나 여드름에 좋으며 항암, 살균효과까지 있어 미세먼지나 황사에 의한 질병감염을 예방한다. 또한 진통작용이 뛰어나 퇴행성 관절염이나 류마티스, 근육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사오십 대에 이르면 누구나 한번 쯤 담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이는 어혈이 뭉친 것인데 타박상이나 심한 운동으로 체내를 맴돌다 쌓여 발생한다. 즉 죽은 피뭉치가 작용하여 담을 만드는 것이다. 죽은 피를 배출하고 쌓인 독소를 풀어주는 역할을 송담이 한다. 어혈제거는 물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심혈관질환에 도움을 주고 혈압조절까지 해준다. 송담을 오래 복용하면 동맥경화나 뇌출혈, 뇌졸증을 예방할 수 있고 퇴행을 막아 관절염에 좋다. 중화된 송진성분이 진통작용을 하여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좋다.    기관지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삭히므로 천식환자에게도 좋고 피를 잘 돌게 하여 원기를 회복시켜서 갑상선질환에도 좋다. 피가 잘 돌면 자양강장은 자연스레 찾아오는 법이다. 남성의 해면체에 혈액유입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담쟁이를 죽여서 소나무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아이러니한 영약재가 바로 송담이다.     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