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당신의 혈관은 깨끗합니까? 그렇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당신은 젊은 오빠입니다.
지저분하다고요.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미 노인이네요.
수명 결정하는 것은 생물학적 나이
혈관 내벽 깨끗하고 직경 커야 좋아
녹슨 파이프처럼 되면 심장·뇌 이상
금연·절주하고 복부비만 조절 필수
오래 앉아있는 생활습관도 바꿔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일반 나이가 아니라 생물학적 건강 나이이며, 이는 혈관 상태와 직결된다.
젊은 혈관은 혈관 내벽이 깨끗하고 직경이 커서 혈액 흐름이 원활하다.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이 올라가도 말랑말랑하게 혈관탄력과 유연성을 유지하여 높은 압력에 잘 견딜 수 있다.
반면 노화된 혈관은 마치 오래된 쇠파이프 내부에 녹이 슬고 찌꺼기가 끼듯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과 피떡이 플라크를 형성하여
직경이 좁아지고, 점차 딱딱해진 동맥경화 상태다. 혈관이 노화되면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생겨
심장 근육이 요구하는 혈액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협심증이 생긴다. 또 혈전 생성으로 관상동맥 폐색에 의한 심장근육의
괴사를 유발하는 급성심근경색증, 뇌혈관이 막혀 사지마비와 실어증이 생기는 뇌경색, 뇌혈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뇌출혈의 발생으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수축·확장기 혈압차 60 넘으면 혈관 노화
나이든 혈관은 어떻게 알 수 있나?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혈압을 재는 것이다.
수축기 혈압에서 확장기 혈압을 뺀 것을 맥압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혈관이 노화될수록 수축기 혈압은 상승하는 반면 확장기 혈압은 감소하여 맥압이 커진다.
이 맥압이 60을 넘는다면 이미 혈관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피부 가까이 위치한 경(목)동맥은 초음파로 쉽게 검사할 수 있다.
경동맥의 혈관 내막과 중막을 합한 두께가 1mm 이상이면 동맥경화가 있는 것으로 판정한다.
혈관 경직도 검사를 해도 혈관의 상태를 알 수 있다. 노화로 인해 혈관이 두껍고 딱딱해질수록 동맥혈류 속도가 빨라진다.
이 속도가 대동맥에서 초당 9m를 넘으면 혈관 경직이 진행된 것으로 판정한다.
그렇다면 나이든 혈관을 젊은 혈관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혈관이 너무 망가지지 않았다면 가능하다.
혈관을 노화시키는 원인을 역으로 제거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꾸준하게 장기간 수행해야 하기에 강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첫째, 성인병 삼총사로 불리는 ‘3고(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를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은 혈관에 손상을 주고 혈관의 탄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특히 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의 주적이다.
소금이 몸속으로 많이 들어오면 삼투압의 영향으로 몸속 수분이 부풀려져 혈액량이 넘치고 혈관벽을 더욱 짓누르게 된다.
또한 늘어난 소금을 낮 동안에 전부 배출할 수 없어 밤에도 혈압이 높아져 야간 고혈압, 아침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주간에만 고혈압인 경우에 비해 심뇌혈관 발작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 내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과 중성지방의 수치가 높으면 녹슨 파이프 내부에 찌꺼기가 끼듯,
상처가 생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달라붙어 혈관이 자꾸 좁아지고 딱딱해진다.
고혈당 또는 당뇨병이 있으면 대사과정을 통해 과잉 포도당을 산화시켜 일종의 쓰레기인 최종당화산물을 만든다.
이 대사물질이 모세혈관에 손상을 주어 혈액순환 장애와 혈관소실을 초래한다.
사탕이 녹아 문드러지는 현상이 혈관벽에 일어난다고 상상하면 된다.
고지혈증이 있다면 동물성 포화지방(유제품과 육류, 내장 등)을 삼가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의 원료인 불포화지방산(오메가 3, 6, 9)을 섭취하면 좋다.
액상의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로 굳혀 만든 마가린이나 쇼트닝 같은 트랜스 지방은 LDL과 마찬가지로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건강에 매우 해롭다.
트랜스 지방은 과자·패스트푸드·인스턴트 식품 등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식료품에도 들어 있다.
당뇨병이 있으면 정제된 탄수화물(시럽·빵·과자·스낵 등)을 피하고 가급적 초기상태의 탄수화물(현미, 통밀빵 등)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기타 단백질이나 무기 영양소를 섭취해 혈관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3고 성인병’은 음식만으로는 조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개 약물복용을 병용해야 한다.
둘째, 금연이다.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혈압을 올리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를 감소시킨다.
또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 응집 능력을 증가시켜 혈전 형성 위험을 높이며 HDL 생성을 감소시켜 동맥경화를 부를 수 있다.
이러한 기전으로 흡연은 중년 남성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급성심근경색의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말초혈관도 수축되고 혈관이 막혀 하지 통증을 일으키는 폐쇄성 동맥경화증이나 버거씨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매일 5잔 이상 술 마시면 심부전증 위험
셋째, 과도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인체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각종 스테로이드 호르몬들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들은 혈액량을 늘리고 동맥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며 활성산소의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 노화를 촉진한다.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고 혈액이 쉽게 응고되게 한다.
따라서 사교, 취미생활이나 명상, 운동 등으로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스트레스 완화가 필요하다.
넷째, 노인성 생활습관을 탈피한다. 하루 5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한다면 당신은 이미 노인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어나서 활동해야 한다. 눕거나 앉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퇴화되고 모세혈관도 점차 가늘어져 결국 소멸된다.
근육에서 포도당을 쓸 일이 없어져 잉여 포도당이 혈액 내에 넘쳐 당뇨병이 발생하게 된다.
낙상이나 골절 사고도 잦아지고 합병증으로 사망위험이 급속히 증가한다.
다섯째, 절주한다. 하루 2~3잔을 초과하는 음주는 고혈압을 일으키고 중성지방 상승 등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장기간 하루에 5잔 이상씩 마시면 심장 근육이 약해져 심하면 알코올성 심근증이라는 심부전증이 생길 수 있다.
여섯째, 복부비만을 조절한다. 복강 내 장기 사이에 끼어 있는 내장지방은 염증을 유발하는 해로운 물질을 분비하거나
혈액으로 바로 녹아 들어가 당 대사나 지질 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내장지방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관상동맥 질환 등의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을 유발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허리를 날씬하게 가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