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부터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밥상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 상황을 살피고, 환율과 식량 가격의 변화를 점검했습니다.
얼마 전 북한 신의주 일대가 큰 수해를 입은 것과 관련하여 현재 북한의 수해 복구 상황이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해 피해가 매우 심각하여 중장비 지원이 절실한데, 중장비는 경제 제재의 대상이 되어서 복구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에는 외부에서 사회 인사와 미팅을 했습니다. 지난 해외 일정에서 튀르키예-시리아 접경 지역에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하고,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한 후, 한국 사회 전반의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5일 시애틀에서 영어 통역으로 진행된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규율을 가르치는 법, 어떻게 해야 할까요?
“I have a question as a parent. I'm curious, how do you balance this path of detachment and acceptance while also being somebody who gives discipline to your children in a balanced way?”
(부모로서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잘 받아들이는 것과 거리를 두는 것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궁금하고, 아이들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규율을 가르치는 부모 역할을 어떻게 균형 있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저렇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는 대부분 인위적으로 생긴 문제입니다. 그럴 때는 자연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연의 상태는 인위적인 기준이 없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에도 어미 개가 새끼를 낳아서 어떻게 키우는지를 보면 우리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습니다. 개는 새끼를 두 마리 낳든 세 마리 낳든, 심지어 다섯 마리를 낳든, 그것으로 인해 어미가 새끼가 너무 많아서 못 키우겠다고 불평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와서 젖을 물어도 그냥 내버려 둡니다. 그렇다고 어미가 새끼를 특별히 귀여워하지도 않고, 새끼를 어떻게 키워야겠다고 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사랑하는 것도 없습니다. 또 여러 마리의 새끼가 한꺼번에 젖을 물었다며 기분 나쁘다고 새끼를 문다거나 학대를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이런 자연 상태를 보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새끼를 키우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이를 힘들게 키우면 대부분 잘못될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새끼를 학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잘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그러다가 힘에 부치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또 학대를 하게 되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새끼를 학대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어른 개끼리 서로 멍멍거리거나 싸우기는 해도 새끼한테 멍멍거리거나 새끼와 싸우거나 새끼를 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가끔 그런 경우가 있는데, 그건 정신 질환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아이한테는 어떠한 경우에도 큰 소리로 고함을 치거나 때리거나 야단을 쳐서는 안 됩니다. 그런 행위는 아이의 정신에 모두 다 상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 해주는 건 내버려 두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나치게 잘해주려고 하다가 힘들어서 짜증을 내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먹는 것을 제외하면 씻는 건 하루에 한 번씩 씻겨도 되고, 그게 힘들면 이틀에 한 번 씻겨도 되고, 힘들면 일주일에 한 번 씻겨도 아이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합니다. 좋은 옷을 사주든 비싼 신발을 사주든, 이런 건 모두 내가 어떻게 하고자 하는 내 선호와 관련된 문제이지 아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부모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안 해도 괜찮습니다.”
“Can I just ask one follow-up question to that? My fear is that just accepting them fully as they are loving them regardless of their behavior because they are two and five is that they will have no sense of discipline, so do we just trust and let it go and accept them?”
(이에 대해 추가로 한 가지 더 질문하고 싶은데요, 저희 아이들은 두 살과 다섯 살인데, 아이들의 행동과 상관없이 그냥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규율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그저 아이들을 믿고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요?)
“질문자는 아이들에 대해 어떤 부분을 염려하는 건가요?”
“They won't be happy because society won't accept them.”
(아이들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질문자가 걱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이들이 밥 먹는 시간이 되었는데 제때 자리에 앉지 않으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두세 번 부르다가 야단을 칩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늦게 오면 그때 다시 밥을 차려줍니다. 이렇게 하면 야단을 쳐서 심리적 상처를 주고, 밥을 또 차려줘서 버릇을 나쁘게 합니다. 이럴 때는 밥 먹으라고 알려주고, 제시간에 안 오면 밥을 치우면 됩니다. 나중에 와서 밥을 차려 달라고 하면 ‘식사 시간은 지났고 나는 지금 바쁘니까 네가 밥을 찾아서 먹든지 굶든지 알아서 해라’ 라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야단을 안 치기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아이가 밥 달라고 막 울거나 방바닥에 뒹굴거나 해도 그건 자기 성질을 부리는 것이지 엄마가 야단을 친 게 아니기 때문에 상처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다음부터는 제시간에 와서 먹든지, 나중에 자기가 알아서 찾아 먹든지 선택을 합니다.
부모가 아이 키우는 걸 힘들어하면 아이는 잘못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 네 명을 키워도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만약 힘들다고 생각이 되는 건 안 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알아서 하게 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장 나쁜 건 아이를 야단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야단을 맞았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상처가 있습니다. 동시에 부모로부터 사랑도 받았기 때문에 은혜도 느낍니다. 남처럼 미운 감정만 있으면 그냥 헤어지면 되는데, 부모에게는 은혜를 느끼기도 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가 없는 거예요. 또, 은혜만 있으면 만나면 되는데, 상처도 있기 때문에 만나면 또 미워집니다. 이렇게 부모와 떨어지면 그리움이 생기고, 만나면 미움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지는 게 심해지면 정신분열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모는 여러분에게 큰 사랑을 준 사람이지만 동시에 여러분의 인생에 큰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그냥 해줄 수 있는 만큼만 해주면 됩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그다음에는 저절로 지켜집니다. 아이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한 번 이야기해서 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됩니다. 아이가 걸음마를 뗄 때도 한번 보세요. 한 번만에 걷는 아이가 있습니까?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결국 걷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칠 때도 절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열 번 해서 안 되면 열한 번 하고, 백 번 해서 안 되면 백한 번 할 뿐입니다. 또, 그걸 안 하거나 못한다고 해서 아이가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떤 일은 한 번 만에 될 수도 있고, 어떤 일은 열 번 만에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미개가 강아지를 키우듯이 아이는 그냥 키우면 됩니다.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내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고, 내가 아이를 키운다고 괴로워하면 아이에게는 그것이 모두 정신적으로 상처가 됩니다. 부모가 ‘내가 너희를 키우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 하는 생각을 할수록 아이들은 커서 부모에 대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활발하게 살아 나가지 못합니다. 아이들에게 짐을 지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라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뜻대로 살도록 해야 합니다. 설령 아이들이 엄마를 걱정하더라도 ‘엄마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너는 네 일을 해라’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나의 노예가 아닙니다. 그들은 자유인입니다. 다만 어릴 때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도와줬을 뿐입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온라인으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사회 인사들과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오프라인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