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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춘고39회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박명순
봄에 떠나는 들꽃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이제 봄이 왔는가 싶었는데 짧은 봄, 서둘러 마무리를 하려는 듯하여 서운하기도 합니다.
애써 피었던 벚꽃이며 진달래, 개나리 꽃들을 하나 둘 땅에 내려놓은 채 봄날은 숨을 고르고 어느새 여름날이 우리 곁으로 다가섰습니다.
봄을 보지 못한 이들도 많은데 성큼 여름으로 내닫기가 미안했던지 이곳저곳에 봄이 남아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담으려 땅에 엎드렸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그들을 담으려면 손도 떨리고, 다리도 떨립니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비꽃
제비꽃은 봄을 상징하는 꽃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이름과 꽃빛깔을 가진 야생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후손을 잘 번성시켜 나가는 특징을 가진 제비꽃은
'제비가 봄을 입에 물고 돌아올 때 쯤 핀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한때는 '오랑캐꽃'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그것은 북쪽을 향해 꽃이 피기 때문에 혹은 제비꽃이 필 무렵 오랑캐가 자주 쳐 들어왔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등 이름에 얽힌 유래가 많습니다.
다른 이름인 반지꽃은 꽃으로 반지를 만들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말은 '사랑'입니다. 하지만 꽃의 색에 따라 꽃말이 다릅니다.
노랑은 '수줍은 사랑', 보라는 '사랑', 하양은 '순진무구한 사랑'이랍니다. 어린 제비꽃은 나물로 먹고 해독, 소염, 이뇨 등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황달, 간염, 수종 등에 사용하며 향신료로도 사용합니다.
유사종으로 금강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삼색제비꽃(팬지), 종지나물등이 있습니다
제비꽃을 그리스어로 이온(ion)이라 하며 그리스의 나라꽃이기도 합니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소녀 이오를 사랑했는데 아내 헤라가 그 사실을 눈치 채어 발각될 상황에 처하자 제우스는 이오를 흰 소로 만들어 버렸답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풀을 뜯어먹는 것을 가엾이 여긴 제우스는 이오의 눈을 닮은 꽃을 피게 했는데, 이것이 제비꽃이랍니다.
노랑제비꽃
노랑색은 평안함 입니다.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는 노랑제비꽃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자신도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그들 속에 빠져듭니다.
노랑제비꽃은 50여 종으로 분류되는 '제비꽃속'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노랑제비꽃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노랑오랑캐, 노랑오랑캐꽃, 근채, 소근채, 단화근채 등으로도 부릅니다.
다른 제비꽃이 들이나 양지바른 언덕에서 피는데 반해 주로 산속 나무들 사이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말은 '수줍은 사랑' '농촌의 행복'
미국 인디언의 젊은 영웅의 전설에 등장하는 이 꽃은 용기, 사랑, 헌신의 상징으로 되어 있습니다.
남산제비꽃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남산제비꽃이라 부릅니다.
실바람에 꽃잎이 이리저리 몸을 맡긴 춤사위가 저를 유혹하는 듯 꽃잎을 뒤로 젖힌 모습은 아름다운 여인이 부드러운 어깨 곡선을 살짝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살며시 코를 대면 여인의 진한 향기가 풍겨 옵니다.
사랑을 애원하듯 낮은 자세로 눈 맞춤을 하자 활짝 웃으며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줍니다. 꽃말은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
현호색
비탈진 언덕에 군락으로 피어 있습니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면서 춤을 추며 손짓합니다.
현호색은 '현호색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우리나라 전역 산과 들에서 자랍니다. 꽃말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고 하는데,
길쭉하게 생긴 주머니 같은 곳에 보물과 비밀이 가득 쌓여 있는 느낌을 줍니다. 가장 변종이 많아 이름도 가지각색이라 그냥 현호색으로 명칭을 통일했습니다
홀아비바람꽃
연두빛 봄 숲에서 하얗게 빛을 발하는 홀아비바람꽃을 만나면 청초함과 아름다움에 반하게 됩니다.
가는 줄기가 잔바람에도 흔들려 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그리스 신화의 아네모네가 바람꽃입니다.
산림청 선정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된 한국 특산종이며,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으니 눈으로 꽃만 감상하기 바랍니다.
유사종으로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국화바람꽃, 외대바람꽃, 숲바람꽃, 들바람꽃, 세바람꽃, 회리바람꽃, 바이칼바람꽃, 변산바람꽃, 만주바람꽃, 태백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쌍동이바람꽃, 가래바람꽃 등 수많은 바람꽃 앞에 이름이 붙었습니다
회리바람꽃
기대하지 않은 친구가 찾아오면 반갑듯이 이 꽃을 만나니 기쁨이 배가 됩니다 보통의 바람꽃과는 생긴게 차원이 다릅니다
노랗게 보이는 꽃밥과 꽃잎도 없으면서 꽃받침조각은 꽃 밥밑에서 밑으로 꽃줄기에 착 달라붙어 있습니다 회리바람꽃은 유독식물로 생약명은 반악은련화입니다
옛날 그리스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화가 담겨있는 회리바람꽃의 꽃말은 ‘비밀의 사랑’,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이며
잔설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 동장군 속에서도 몰래 봄을 기다리며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꽃이기에 이런 꽃말이 붙었나 봅니다. 회리바람꽃은 꽃밭침이 뒤집힌 모양의 바람꽃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회리바람꽃의 원산지는 한국이고 중부 이북 지방과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합니다.
피나물
줄기를 자르면 적황색의 피같은 유액이 흘러나와 이 노란 꽃에 피나물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꺽으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와 함께 이름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꺽으면 정말 피가 철철 흐르나, 눈으로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경박한 인간들 때문에 꼭 꺾이는 수난을 당하는 꽃입니다.
노란 똥물같은 액체가 나오는 애기똥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훨씬 더 예쁩니다. 요즈음 산에 가면 온 숲을 노랗게 밝힙니다.
삿갓나물
초록의 잎사귀를 가히 삿갓으로 써도 될 만큼 의젓합니다. 위에 뾰족하게 솟은 저 곳에서 연두색 꽃이 피어납니다.
모든꽃은 희거나 빨갛거나 노랗고 잎은 초록이라는 편견을 버리십시오.
잉크같은 파란색 꽃이 피는 현호색도 있고, 용담이나 구슬붕이 같은 보라색꽃도 있고, 연두색 꽃이 피는 연복초와 삿갓나물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금낭화
국민 야생화라고 불러도 될만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들꽃. 갈래 머리를 한 소녀들 같은 예쁜 꽃들이 줄지어 핍니다.
어떻게 이처럼 아름다운 꽃망울을 여럿 달고 있을까. 붉디붉은 색으로 바람이 불라치면,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람을 유혹하는 꽃입니다.
꽃의 생김새가 옛 여인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와 비슷하여 '며느리주머니' '며늘치'라고도 불렀던 금낭화는 꽃 속에 황금빛 꽃가루가 들어 있어
금주머니꽃이라는 뜻인 금낭화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얀 금낭화도 있습니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앵초
봄꽃 가운데 색깔이 눈에 띄게 아름다워 관상초로 봄철 화원에 가면 많이 파는 대표적 봄꽃입니다.
독일 전설에 등장하는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열쇠가 앵초꽃이니, 서양에서도 흔한 꽃인가 봅니다.
꽃말은 ‘어린 시절의 슬픔’, ‘행운의 열쇠’입니다. 어린시절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루어 내는 금낭화 설화속의 독일 소녀가 생각나게 하는 꽃말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앵초, 연앵초, 앵미, 앵채, 벚꽃붕이, 야앵초(강원 정선) 등은 꽃의 모양이 벚꽃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 입니다.
돌려난 다섯 개의 꽃잎 모양이 풍차 같다고 하여 풍륜초와 풍차초, 잎 모양이 깻잎 같아서 깨풀(북한), 참깨잎,꽃풀(사꾸라소)이라고도 합니다.
앵초는 우리나라 남부지방, 중부지방, 북부지방의 낮은 산지와 초원에 자생하며 어린잎은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프리뮬라(Primula)라고 수많은 원예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뿌리에 사포닌이 들어 있어 우리나라와 유럽에서는 감기·기관지염, 백일해 등에 거담제로 사용하며, 신경통·유머티즘·요산성 관절염에도 사용합니다.
한국의 앵초류는 10종인데, 산지의 냇가와 숲 속에서 자라고 잎이 거의 둥근 큰앵초, 높은 산 위에서 자라는 설앵초,
잎이 작고 뒷면에 황색 가루가 붙어 있는 좀설앵초, 그밖에 흰앵초, 흰좀설앵초, 털큰앵초 등이 있습니다
큰앵초
앵초 종류들은 꽃은 크기나 색깔이 서로 비슷하나 잎이 많이 다른데 그중 가장 넓고 큰 잎을 가졌다 해서 큰앵초 입니다.
미국에서는 위해식물로 지정된 귀화식물 입니다
단풍취, 병풍취와 더불어 큰앵초는 단풍잎 비슷한 잎만으로는 서로 구분하기 힘듭니다. 큰앵초의 영명이 압록강앵초(Yalu River Primrose)인데, 이름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솜방망이
어제 하루종일 입 안에서 이름이 맴맴 돌다가 집에 와서 생각난 솜방망이. 원줄기와 더불어 잎의 양면에 많은 솜털이 덮여 있어 솜방망이라고 하는데,
무덤가에 할미꽃, 솜나물, 둥글레 등과 함께 어우러져 피는 대표적 꽃입니다. 축 쳐진 꽃잎이 복날 지친 개 혓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구설초(狗舌草) 개혓바닥풀이라고도 합니다.
돌단풍
노란 좁쌀을 머금은듯 오종종하게 핀 하얀 꽃. 산골짜기의 물가 근처에 있는 벼랑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며 잎의 모양이 단풍잎과 비슷하여 "돌단풍"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이름으로 축엽초,돌단풍, 장장풍, 장장포, 부처손, 돌나리라고도 하며 일본어로는 '이와야츠테(いわやつて)'라고 부릅니다.
돌단풍속은 전세계에 2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돌부태손(가시잎돌단풍)과 돌단풍이 있으며 변종으로 둥근돌단풍, 홑잎돌단풍이 자라고 있습니다
둥글레
둥글레란 검색어를 치면 둥글레 효능이 자동으로 뜰만큼 꽃과 잎은 몰라도 둥글레차를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요.
뿌리로 차를 끓이는데, 번식력이 강하니 저인망으로 싹쓸이해서 캐가지 않으면 다음해 봄 번성하니까 부디 깡그리 캐가지 마십시오.
으름
으름은 이 덩굴에 달리는 열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자로는 목통·통초·임하부인이라고도 하며, 열매를 연복자라 합니다. 바나나와 닮았다하여 요즘은 ‘토종바나나’란 애칭으로도 불립니다.
제주도의 속담에 아이 때는 조쟁이(남성의 성기)되고 어른 되면 보댕이(여성의xx) 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으름덩굴을 다른 말로 임하부인(林下婦人)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으름이 익어 껍질이 툭 터진 모양이 보댕이를 닮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꽃과 열매의 모양이 특별히 보기 좋은 까닭에 조경 재료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어 많이들 이용합니다.
으름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합니다. 그리고 암꽃과 수꽃이 확연히 다릅니다.
대체로 많은 나무나 덩굴성 식물들이 꽃을 새가지나 묵은 줄기의 끝에 피우는데, 으름은 묵은 줄기의 중간에 꽃을 피웁니다.
꽃에 비해 제법 큰 열매를 맺는 으름의 특성 때문에 무게를 이기기 위해 터득한 생존법이 아닐까요.
씨앗은 우리가 바나나와 비슷한 맛이라며 먹는 속살에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사실 으름을 먹기란 바나나와 달리 이 씨앗 때문에 성가시지요.
으름이 우유빛에 가까운 유백색임에도 검은빛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가 과육속에 촘촘히 박힌 씨앗 때문입니다.
산과 들로 나들이 하며 만나는 야생화. 향기 맡으며, 사진만 찍고, 그저 꽃과 잠시 대화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야생화가 아름답다고 채취해 집에서 기른다 한들 오래 살지도 못합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야생화는 산과 들에서 자라야만 제 빛깔을 내고, 고운 자태를 뽐내며, 진한 향기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입니다. |
첫댓글 들꽃이 이렇게 예쁘네요.
화단을 고집하지 않는 들들이 사실은 미인들입니다.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