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북쪽엔 북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조선을 계승하지도 않았고 민주주의도 아니며 인민을 위하지도 않고 공화국은 더더욱 아닙니다. 3대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독재 국가이지요. 정확한 명칭은 후조선왕조가 맞을듯합니다. 좀 비하하면 김씨조선이 맞지요.
우린 용어를 잘못 만들기도 합니다. 팽이버섯은 돌리는 팽이와 관련이 없습니다. 팽나무에서 나는 버섯이어서 붙은 이름이지요. 하루살이라고 해서 단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두(原豆)는 콩두자를 쓰지만 콩이 아닙니다. 십자매는 매가 아니라 참새에 가깝고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의 일종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지폐(紙幣)는 종이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면으로 만들었으니 면폐로 불리는 것이 옳습니다. 태국(泰國)은 큰 나라가 아니고, 미국(美國)은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며 불란서(佛蘭西) 역시 부처의 나라가 아니지요.
어떻게 불리는가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공자는 정명론을 주장합니다. 정명(正名), 이름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것이지요.
즉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사회 질서가 유지된다는 주장입니다.
말과 행동의 일치(言行一致)는 중요합니다. 입으로는 옳다고 하면서 행동이 그릇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겠죠. 정명론은 단순히 이름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개인의 도덕적 성장과 사회의 안정을 위해 필요합니다. 이름에 걸맞게 사는 것, 직위에 걸맞게 사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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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아침, 옷 갈아입으며 힐끗 본 TV 자막 뉴스에 "총 든 군인 청사 출입. 수수방관(?)한 군수"란 자막이 흘러갑니다.(자막은 정확히 본 것도 아닙니다.) 아마 이번 계엄 사태에 따른 뉴스겠죠.
문득 생각해 봤습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군인은 청사에 들어오고, 과연 그가 할 일은? 군수라면, 4.19, 5.16을 겪었을 법도 하고, 군사문화 시대에 살았을 거고. TV에선 대통령의 담화가 나오고, 총은 눈앞에 보이고. 과연 그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때 학교에서 희자되던 얘기 중에 "80년대 학생을 60년대 건물에서 70년대 교사가 가르친다"한 자조 섞인 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쓰는데, 학교 화장실은 푸세식(?)이고, 고리타분한 선생은 공맹을 떠들고 있으니.......
내가 군수의 입장이라면? 어쨌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