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태국에서 훈련하는 영상을
보내오는 사랑이는 매우 행복하게 보인다
그에 비해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는 다엘이에게 상대적으로 미안했다
아무리 훈련이라지만
사랑이는 외국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여가 생활도 즐기면서 있는데
다엘이는 마땅히 할 게 없어 집에만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에게 아내는 평소 아이가 가고 싶어 했던
뷔페식당에서 맛있는 거라도 실컷 먹이게 하겠다고 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되도록
안 먹고 안 쓰는 나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은
가정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기에 선뜻 따라나섰다
아내와 아이가 모처럼 그럴듯한 곳에서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니 지나온 나날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인생을 뒤바뀌게 한 교통사고 이후 다시는 내 생애 행복한 날이 없을 줄 알았다
엄청난 병원비로 집은 빚더미에 앉게 되었지..
몸이라도 멀쩡하면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 텐데
한순간에 장애자가 되어 평생 목발을 짚고 걸어야 한다지..
게다가 집에는 왜 그렇게 안 좋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던지..
"여호와여 원하건대 이제 내 생명을 거두어 가소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음이니이다 하니"(욘 4:3)
당시 사는 것이 얼마나 싫던지
날마다 새벽 제단에서 제발 아침이 오지 않게 해 달라고..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게 해달라면서
경매로 내가 산 아파트가 넘어가고
초라한 반지하 집 열쇠로 심장 부위를 찔러가며 자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박넝쿨을 예비하사 요나를 가리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머리를 위하여 그늘이 지게 하며 그의 괴로움을 면하게 하려 하심이었더라..."(욘 4:6)
그때 나에게 지하철 전도는 박넝쿨이었다
전도만 하고 오면 마음에 평안이 임해
그 힘으로 환란을 견딜 수 있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3년이 흘렀고
그렇게 흐른 지금은
안정되고 평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했다
그러한 생각에 미치자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아도 핑계 댈 것이 없었다
손님도 없지..
그나마 옷이 덜 젖는 눈이 오지..
사역지가 자전거로 1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거리이지..
혹시 올지 모를 손님 기다린다는 핑계 또한
매장에서 유튜브나 보면서 있을 것이 뻔했기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눈비를 뚫고 사역지로 향했다
모처럼 오후에
그것도 승강장이 외부에 있어
추운 날씨에는 열차 기다리기 힘든 경의선으로 왔다
"내가 주께 감사제를 드리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리이다
내가 여호와께 서원한 것을
그의 모든 백성이 보는 앞에서 내가 지키리로다"(시 116:17~18)
감사가 넘칠수록
그에 대한 보응은 확실해야 했기 때문이다
요나가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니느웨로 결국에는
가서 전한 것처럼 나는 스스로 니느웨 같은 곳으로 간 것이다
"니느웨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금식을 선포하고
높고 낮은 자를 막론하고 굵은 베 옷을 입은지라"(욘 3:5)
감사하게도 오늘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내가 전한 말을 듣더니
먼저 손을 내밀어 전도지를 달라고 하거나
박수를 쳐 주시며 격려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3년 전 주님께서 보내신 사역지
"...요나가 박넝쿨로 말미암아 크게 기뻐하였더니
하나님이 벌레를 예비하사
이튿날 새벽에 그 박넝쿨을 갉아먹게 하시매 시드니라"(욘 4:6~7)
내게 있어 환란의 도피처요 휴식처 같은
철로(鐵路) 역정을 얼마나 이어가게 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도를 하고나면
부어 주시는 평안(요 14:27)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