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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간절히 준비해 온 승무원의 꿈이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두 번이나 좌절이 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시기를 이겨내야 할까요?
신내림을 받은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불교에 대한 가치관과 신어머니가 강요하는 무속인으로서의 삶의 방향이 달라서 매우 혼란스럽고 괴롭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진 부모님의 폭언과 구타의 상처로부터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오후 4시에도 손님들이 찾아와서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에서 오프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시민들은 현장 접수를 하고 번호표를 한 장씩 추첨함에 넣은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유튜브에 4,9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서 4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사전 공연이 있은 후 스님이 지난 한 달 동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하고 부탄에서 JTS 워크숍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얼굴을 직접 보면서 대화할 수 있어서 저도 아주 편안하고, 여러분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금요 즉문즉설을 할 때 제가 항상 서서 대화를 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무릎이 아픕니다. 온라인으로도 보기에 불편했다는 댓글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앉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다섯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현장에서도 두 명이 추가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계속 살이 쪄서 헬스장을 끊어줘도 소용이 없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의 몸무게가 0.1톤, 어떻게 살을 빼게 할 수 있을까요?
“제 남편은 결혼하고 나서 살이 많이 쪘습니다. 처음에는 80kg 초반이었지만, 90kg이 되었다가 이제는 0.1톤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자기 옷을 직접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옷을 사다 주면, 그럴 때마다 옷이 작다며 화를 냅니다. 남편은 자신이 비만이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몇 년 전에 장례식장에 갔다가 시댁의 한 친척분이 남편을 몰라본 일도 있었습니다. 남편의 어릴 때 모습만 기억하는 좀 먼 친척이었는데, ‘얘가 그 아이냐? 네가 잘 먹여서 그러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와 비슷한 얘기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는 ‘예, 팔려고 그럽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소를 팔려면 무거워야 하잖아요.” (웃음)
“네, 그럴 때는 그냥 웃고 맙니다. 이제 저희 둘 다 오십이 다 되어서, 남편이 외모보다 건강을 위해 살을 뺐으면 좋겠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전부 위험 수준으로 나오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남편은 너무 안 합니다. 제가 살림만 하다가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편을 헬스장에 보냈습니다. 너무 멀거나 목욕을 할 수 없는 곳에는 남편이 가지 않으려고 해서 집 근처에 비싼 헬스장을 등록해 주었습니다. 지난 삼 년 동안 헬스장에 쓴 돈이 300만 원을 넘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90kg대만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계속 살이 찌고 있습니다. 제가 잔소리하고, 또 그러면 남편이 화내는 것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가 남편을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계속 얘기해 주어야 할까요?”
“첫째, 건강을 생각해서 계속 얘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남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질문자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여보, 헬스장에 다녀도 변화가 없으니 돈이 좀 아까운 것 같네. 그만 다닐래?’ 이렇게 한번 물어보셨어요?”
“네, 그러면 안 하겠다고 해요.”
“그러면 헬스장 가는 건 그만두게 하세요. 헬스장에 다니지 않고 한 1년 지내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몸무게를 줄이려고 다니는 게 아니라 불어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다니는 것도 방법이에요. 우리는 보통 병을 치료할 때 자꾸 완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에는 원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는 치료도 있지만, 어느 정도만 회복하게 하는 치료도 있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치료도 있습니다. 나빠지더라도 그 속도를 늦추는 치료도 있습니다. 치료를 받을 때 우리는 완전히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치료가 별로 효과가 없다 싶으면 ‘치료 받아도 소용없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건강을 완전히 되찾는 치료, 어느 정도만 회복되는 치료, 심해지는 것을 멈추는 치료,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는 치료, 이 네 가지 모두를 치료로 보셔야 합니다. 남편 문제도 이렇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남편의 몸무게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헬스장에 삼 년을 보내도 효과가 없다’ 하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그 정도라도 다녔기 때문에 몸무게가 느는 속도가 느려졌는지 모릅니다. 물론 아무 효과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남편이 당분간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서 몸무게 변화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누구도 내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가 가족이어도 그렇고, 부모가 자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선생님도 학생에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이걸 학대나 폭력으로 봅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사회가 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강요하면 학교 폭력이 됩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강요하면 가정폭력이 됩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남편이 자기 부인을 때리거나 자기 자식을 때리는 것을 당연하게 보았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것도 당연하게 보았습니다. 지금은 모두 폭력에 해당합니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더라도, 본인이 거부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강제로 입원시키려면 다른 사람을 해쳤다거나,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가능합니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거나 화를 좀 많이 낸다고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습니다.
어떤 이성이 마음에 들어서 사귀자고 한두 번 말했는데 상대는 내키지 않습니다. 이럴 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하면서 계속 따라다니면 스토킹이 됩니다. 예전에는 사랑이 참 간절하다는 시선으로도 봤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접근 금지 명령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의 가치관이 이렇게 변했어요. 그래서 부부끼리도 상대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잔소리를 하시면 안 됩니다.
질문자가 아무리 얘기해도 남편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못해서 일찍 죽는 것은 질문자에게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질문자가 남편을 죽인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께 알려드렸어요, 선택은 당신이 하세요. 당신이 일찍 가시면 저는 한 번 더 결혼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이런 마음을 내며 스스로 위로하셔야 합니다.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잖아요? 질문자가 걱정해서 남편이 좋아진다면 계속 걱정을 해야겠지만, 그런다고 개선되지 않잖아요. 걱정하면 질문자만 손해입니다. 손해 나는 짓을 하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질문자가 마음을 바꾸셔야 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죽고 싶으시면 제가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어요. 일찍 가시면 저는 결혼을 한 번 더 해볼 수도 있고, 혼자 살아도 되니 좋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사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 말을 안 듣네. 그럼 그냥 죽어라’ 이렇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나 조건에 놓이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롭다고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집니다. 그게 운명이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자세로 산다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나는 이혼할 수밖에 없어’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남편이 바람을 피웠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렇게 자기가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의 굴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런 세상에서 나는 이렇게 선택하고 살겠다’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나에게는 장애 아이가 있어서 이렇게 살 수밖에 없어’ 이럴 게 아니라 ‘나에게는 장애 아이가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런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어떤 조건에 있더라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한문으로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주인이 되는 사람이 바로 ‘붓다’입니다. 우리는 모두 붓다가 될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대강당에 모인 청중이 모두 빠져나가고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서서 스님의 사인을 받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강연 듣고 제가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준비한 분들은 정토회 인천경기서부 지부 회원들입니다. 봉사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두 번에 걸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인천경기서부, 파이팅!”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정토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담마스쿨 학생들과 온라인 즉문즉설을 하고, 생방송으로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을 한 후, 오후에는 김홍신문학관 개관 5주년 기념식 초청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