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철 시몬 신부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1테살로니카 3,7-13 마태오 24,42-51
주님의 행복한 종
소신학교 시절, 마라톤에 출전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생각하며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러나 마라톤은 신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온몸에서 열이 오르더니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죽는가보다 했습니다.
순간 성녀 소화 데레사가 떠올랐습니다.
“성녀는 자신의 일생을 통해 한 번이라도 하느님을 방긋 웃게 해드릴 수 있다면
자신의 일생은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는데, 나는 한 번도 그렇게 못해드리고
죽는구나!” 하니 제 짧은 인생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 성경 번역을 완성하신 임승필 신부님이
쉰셋의 나이에 하늘 나라로 가신 지도 수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임 신부님은 저의 테니스 호적수이기도 하여서,
휴가 때면 코트에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러나 휴가 중에도 테니스 외에는
식사만 하고 나면 성경 번역에만 매달리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셨는데 완역 합본의 출판도 못 보고 가셨으니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분으로서는 탈대로 다 타고 남은 동강 하나 없이
온전히 재가 되어 가셨으니, 그분은 진정 행복한 주님의 종이었습니다.
제주교구 임문철 시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