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질병인 감기.
전문가들은 며칠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낫기 때문에 별다른 약이 필요 없을 뿐 아니라 감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감기에 쓰이는 약값만 1조 6048억원, 외래 환자 소요 비용만 2조 5831억원에 이른다.
지난 23일과 24일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2부작 '감기'를 통해 돈 때문에 굳이 복용할 필요도 없고 효과도 없는 약과 주사를 환자들에게 권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다큐프라임 팀은 실제로 감기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모의환자가 일반적인 감기 증세를 호소하며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동일 환자를 두고 외국 의사들은 하나같이 한국 의사들과는 극명하게 다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했다.
일반적인 가벼운 바이러스 감염이지만 건강하니까 별다른 약은 필요 없으니 좀 쉬면 나을 것이라며 환자를 돌려 보낸 것이다. 어느 병원에서도 단 한 알의 약도 처방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의료기관은 어땠을까?
7개 병원 모두에서 3일분의 약과 주사제를 권유했으며 약은 많게는 무려 10개까지 처방했다.
모의환자가 약을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기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의사는 누가 그러냐며 아무런 의학적 근거 없는 위험한 속설이니 의사 말을 믿으라고 오히려 호통쳤다.
또다른 곳에서는 약에 항생제가 포함됐느냐고 물어보면 원하면 빼주는데 잘 낫지 않을 거라며 자신도 항생제 먹고 가족이 감기 걸려도 항생제를 쓴다며 탐탁치 않아 했다.
약을 처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감기는 자연적으로 낫는 질병이고 불필요한 질병에 약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 이라고 말하는 외국 의사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더욱이 한국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본 외국 의사들은 하나같이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반덴브링크 네덜란드 라이덴대병원 내과 주임은 "이 약들 중 어느 것 하나도 감기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세계 수많은 의사들이 내린 결론"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외국 의사들에 따르면 감기약을 먹고난 후 감기가 나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약을 먹지 않았어도 감기가 나을 때가 된 경우와 플라시보 현상에 의한 경우, 광고를 통해 이러한 약이 효과가 있다고 들어와 어느 순간 이를 믿기 시작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을 아연실색케 한 한 종류의 약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항생제였다.
방송에 따르면 항생제는 세균이 원인이 되는 감염에 쓰이는 약물로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 감기로 인한 2차 감염에는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드물다는 것, 2차 감염을 우려해 예방 차원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엇갈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로널드 에클스 영국 카디프대 감기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감기에 처방된 항생제 때문에 항생제가 정말 필요한 질병에 걸렸을 때 전체 사회가 면역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며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감기 같은 질병에 항생제를 처방하다니... 어리석은 짓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의 의사들은 이런 처방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 개원의 59%가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한국 의사들은 이처럼 효과도 없는 감기약을 처방하는 것일까?
하버드대 의료사회학과의 마르시아 안젤 교수는 제약업계의 큰 시장은 건강한 사람을 겨냥한 시장인데 이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시장보다 이윤이 높기 때문이며 감기는 가장 흔한 질병이어서 사람들에게 감기약의 효능을 믿게 해 약을 구매하도록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시장은 없을 거라는 것.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감기가 질병이고 걸리면 반드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국 사란들이 가벼운 감기에도 평균 5개씩의 감기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고 진단했다.
하르니에 네덜란드 암스텔페인 전문의도 "제약회사와 그들의 인센티브가 궁금하다"며 "나는 제약회사 걱정은 하지 않고 단지 내 환자만 걱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 의사들은 "보통 정도 건강한 사람이면 바이러스 공격에도 매우 조직적으로 대처해 며칠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바이러스를 공격해 물리친다"며 면역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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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이의 기침소리도 커진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동네의원에 간다. 그리고 주사 한방을 맞히고 온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네의원들이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68%, 주사제 사용 비율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 비율이 프랑스는 48.7%, 독일은 7.7%로 나타났다.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투여에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 비율은 20% 정도로 추정된다. 의사들은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감기와 항생제,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감기는 몸 안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목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의학용어로는 ‘상기도감염’. 바이러스 종류만 100종을 웃돈다. 감기를 겨울 계절병으로 알기 쉽지만 추위는 감기와 관련이 없다. 기온이 극도로 낮은 남극은 바이러스의 생존이 어려워 감기 환자가 없다. 추운 날 바깥에서 활동하면 콧물이 흐르는 것 역시 혈관수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면 겨울에 감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 건조함 때문이다. 겨울에는 습도가 낮아 건조한 데다 난방을 하면 실내공기는 더욱 건조해져 목 안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된다.
‘감기는 치료하면 1주일, 치료하지 않으면 7일’이란 말이 있다. 감기에 묘약이 없다는 얘기다. 한양대병원 소아과 이하백 교수는 “감기 치료법은 없으며 증세를 완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감기약은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항히스타민제 등 증세 완화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약은 앓는 기간을 줄일 수는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기의 증세를 개선하지도, 기간을 줄이지도 않는다. 감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 중에서도 39도 이상의 고열이나 호흡곤란, 극심한 통증의 경우 바이러스 질환이 아니라 세균감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생제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