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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팀포 카페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망설여지는 일이다. 일단 겜 카페이기도 하고 역사란 것은 커뮤니티에서 싸움나기 딱 좋은 주제이다. 대개 커뮤니티 3대 금기로 종교, 정치, 환빠 등이 언급되는데 이 셋 모두 역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
사실 가끔 카페에서 보이는 헬조센 어쩌구 같은 글이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긴 하다. 다른 사람을 내가 아는 것으로 계몽한다는 것은 오만방자한 사고방식이라 그런 의심 받을까봐 꺼려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돌아다니는 카페에서 내가 아는 몇몇가지 중에 알아둬서 나쁠 것 없는 이야기를 써보고 또 "우와 얘 이런 글도 쓰는구나." 하는 감탄도 받아보고 싶어서(매우 강조)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계속해서 써보고는 싶은데 귀찮아지거나 하면 그만 둘 수도 있음.
일단 마음가짐은 짧게 짧게 그리고 최대한 재밌게 쓰려고 노력중. 길고 재미없는 글은 나부터 잘 읽지도 않으니까.
1편 왜 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 부제 : 6.25 전쟁 날짜가 6월 25일이라는 걸 안다고 역사를 잘 아는 건 아니다.
대개 역사하면 사람들이 가지는 몇몇 선입견이 있다. 고리타분한 것, 지나간 옛날 일, 쓰잘데기 없는 것, 캬! XX에 취한다 주모 여기~! 등등 모두 어느정도 일리있는 말이다. 팀포 개념 메딕이 되는데 고구려 20대왕이 누군지 알아서 뭐하게.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학교 국사시간에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나는 장차 게임회사에 들어가려 하는데 조선시대 화폐를 왜 외우고 있어야지?'
학교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면 불량학생이나 골빈놈 취급받기 십상이지만 슬퍼마시라 이런 생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시점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보다 역사에 밀접해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화 응원단에 들어가거나 대게잡이가 되거나 파일럿이 되는데 굳이 지나간 옛날 일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심한 것은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시키는대로 외우면서 문제집이나 푸는 인종들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역시 실생활에 쓸모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퍼즈섭에 들어가면 몇가지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가끔 지키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많지만) 지켜야 한다. 안 지키면 많이많이 혼나니까. 다들 알겠지만 몇 가지를 보도록 하자.
- 점착 점퍼, 로켓 점퍼 금지.
- 트롤밴
- 닉언금지+친목질 ㄴㄴ
- 중세 제외하고 데모 신발 금지.
- 중세 제외하고 데모 타이드 금지.
- 데모 낙하산 금지.
등등. 적고보니 데모 금지는 뭐 이리 많을까.
이런 규칙은 어느날 한 순간에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어드민이 모세의 십계마냥 하늘로부터 영적 내림을 받아 갑자기 미쳐서 휙휙 쓴 것이 아니다. 모두 지나간 팀포 역사에서 비롯된 경험의 산물인 것이다.
점퍼는 점퍼 가지고 혼자 유람이나 다니는 악당들을 막기 위해 만든 룰이며 트롤은 NB섭이 트롤로 망하는 것을 본 과거의 역사가 퍼즈섭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탄생시킨 규칙이다. 먼 옛날 친목질로 망한 수많은 커뮤니티와 서버를 보고 세운 대책이 바로 친목 금지 더 나아가 친목할 여지를 잘라내기 위해 누군가를 호칭하는 것마저 금지되었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때와 상황에 알맞게 점점 변화되어 온 것으로 과거 역사의 반영이다.
이쯤되면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 잠시 잊고 있을 수 있었겠지만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국사가 1등급이건 5등급이건 다들 알지만 공기처럼 무감각해져서 잠시 잊었을 뿐이다. 팀포 뿐 아니라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주로) 과거의 실패와 불편으로부터 비롯된 산물이라는 것 말이다.
- 신호등이 있는 것은 도심에서 사람이 차에 치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 공항에서 수속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빈 라덴 같은 몰상식한 인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한국 청년들이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군대에서 사람 버려놓은 사례가 여럿 존재했기 때문이다.
- 스마트폰에 진동, 매너 모드 등이 있는 것은 영화관에서 "여보세요 어 자기야? 나 지금 클레멘타인 보는 중."이라고 한 미치광이가 큰 몫을 했다고 유추 가능하다.
- 사람들이 팀포 3나 레포데 3를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밸브가 아직 어떤 작품도 3편을 만든 사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 분야는 광범위해서 삼라만상 모든 것이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역사가 얼마나 많은지 시도해 보고 싶으면 한가지만 하면 된다. 단어 끝에 'xx~의 역사'만 붙이면 모든 분야에 역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우주의 역사
- 점착폭탄 발사기의 역사(실제로 역사의 변천에 따라 여러사람 울고웃고 화내게 만드는 역사의 산증인이다.)
- 삼국지의 역사
- 건물의 역사
- 애니메이션의 역사
- 총기 발달의 역사
- 수능의 역사
- 그녀의 역사
등등..
즉, 역사의 분야는 정말 많다. 헌데 '역사를 알아서 뭐하게?'라고 사람들이 쉽게 쉽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국사시간에 배우는 고구려, 백제, 신라~조선의 역사만을 역사라 생각하는 선입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중 하나가 "요새 애들은 역사의식이 문제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를 읊조리면서 [국사교육 강화!], [공무원 시험에 한국사 비중 늘려..]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래서 또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초등학생 XX% 6.25 전쟁 날짜를 몰라.", "3.1운동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학생 반에서 천만명" 하는 식의 낚시질이다. 이런 세태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영국에서도 학생들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한 사람이 라이언 일병인줄 알고 있다고 통탄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굳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6.25 전쟁 날짜가 6월 25일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서 그걸 '역사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6.25전쟁 개전 날짜는 알지만 반대로 종전 날짜를 아는 사람은? (나도 모른다.) 또 다부동 전투나 인천상륙작전이나 장진호 전투를 모르면서 6월 25일이라는 날짜만 안다고 과연 역사에 해박한 사람일까?
6.25 전쟁이 한국인들에게 가지는 의의는 사람 여럿 잡고 국토 전체를 타임슬립시켜서 개판을 만들어놓은 끔찍한 기억 때문에 다시는 이런 짓을 반복을 하면 안 된다는 신념을 널리 공유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지 6월 25일에 일어났다는 사건 자체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날짜를 몰라도 이 전쟁으로 인해 형성된 자신만의 의견과 철학이 있다면(말은 거창해보이지만 6.25 ㄴㄴ 전쟁 ㄴㄴ 정도로도 뭐.) 설령 그 날짜가 6월 25일이라는 것을 모를지언정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고 해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다만 아주 쓸모는 없는 것이 아닌 게 이러한 기억이 점차 잊혀져가고 의미가 사라져가는 일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곤 하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특정 비극적 사건이 벌어진 연대를 질문했을 때, 학생이 다른 역사적 사건들과 혼동하여 3세기 이상이나 틀리게
대답했다면, 이제 그러한 비극들이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행이 자행되었든 아니든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다.
페르디난도 카몬 (1935~)
어떤 사건에 대해 누구나가 같은 무게를 기억할 수는 없다. 요즘 초딩들이 5.25인치 디스켓 7장으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깔아서 플레이하는 이야기를 이해 못하듯 겪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란 힘든 일이다.
6.25전쟁 때 포화 속에서 리얼 FPS 찍던 할배들하고 지금 태어난 우리들에겐 6.25는 서로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앞으로 시간이 지나서 100년, 5000년이 흘러 6.25 전쟁이 1724년 3월 17일에 일어난 줄 알 까마득한 미래의 후세인 중에 6.25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은 그닥 많지 않을 테니까.
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가 길었지만 요점은 이렇다.
국사 시간에 공부 열심히 하고 오지선다 문제에서 답을 잘 맞춘다고 역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제 2의 샤라포바를 꿈꾸는 사람이 위례성의 위치에 대해 굳이 외울 필요도 없다. 역사란 모든 분야에 존재하며 역사를 잘 안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를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 분석할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국사 시간에 "이딴 거 배워서 뭐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냥 앉아서 문제집 푸는 기계보다 역사 인식에서 우월한 출발점을 가지는 부분은 자기 나름의 사상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줄 아는 능력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이때의 경험은 분명 나중에 지금과는 다른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왕 이름 몇몇이나 연도를 잘 외운다고 역사를 잘 안다고 하진 않는다. 너희들이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봐야 너희 집에 있는 하드디스크가 백만배는 기억을 잘할 거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하드디스크를 역사교수로 초빙하진 않는다.
역사 이야기에 관해서는 그런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자세가 확립되어 있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 역사를 왜 배워야한다고 난리냐면 앞으로 일어날 미지의 사태(UFO의 침입, 저스틴 비버의 클론군단 탄생, 사드 배치, 팀포 서비스 종료 등등)가 일어났을 때 앉아서 당하지 않고 과거의 데이터로부터 참조를 할 정도의 생각과 자세 정도는 길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봉 10억 팀포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국사시간에 놀고 자빠져 있어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왜 그렇느냐 하면 다음 시리즈(를 쓴다면)에서 꼐속. 끗.
한줄요약 : 파이로 소화도끼가 롤백되면 그것도 다 역사의 산물.
첫댓글 이새끼는 책쓰면 대박날거 같은데 여기서 재능을 낭비하고 있구만 이것도 역사일려나
좋은 글 입니다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ㅅ^
이쯤되면 이분 뭐하는 분인지
심히 궁금해집니다
처음 읽다 복붙글이네ㅡㅡ라고 내리다 한땀한땀 정성스런 문자에 한번 놀라고 필력에 두번 놀라고 다음 편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세번 놀랐습니다.
할말은 많은데 뭐라해야돼지
이제 이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게 확실해졌다. 형~♥
이런놈이 팀포나 하고잇습니다 여러분
그것보다 데모 신발+점착은 밴 아니였는데 그냥 화이트리스트에 넣어버려서 안된다 카더라
글에서 똑똑한 티 팍팍나네....필력도 좋고....전부터 궁금했는데 너 역사관련 전공이야?
재능잇는페도내
퍼즈문돌계의 쌍두마차
퍼즈문학인상 받으셔야할듯
이야 글 잘썼다 물론 읽진않음..
정성스런 뻘글이다 정말
누가 얘한테 퍼즈문학상 하나 줘라
얜 뭔데 여기서 이런 쓸데없는걸로 정성들여서 글을 쓰고 있을까. 물론 잘 읽었다. 중간중간 개인적으론 공감 안되는게 있긴 해도 걍 둬도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