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요테, 마카 등 특수작물 재배로 인생 제2막의 문을 활짝 연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에 위치한 ‘우렁각시농장’ 박정자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담한 체구에 양 갈래 삐삐머리가 인상적인 그녀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여린 소녀 같지만, 지역에서는 여장부 중의 여장부, 열혈 농사꾼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웬만한 차로는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산 중턱에서 차요테, 마카 등 특수작물을 비롯해 사과, 멜론, 고추,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8천여평의 밭을 일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에 대한 소문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박 대표는 현재 인정받는 선도농업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15년 전만해도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그야말로 ‘도시여자’였다. 그랬던 그녀가 이 험난한(?)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어렸을 적부터 동경해오던 산골생활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수려한 산세, 맑은 물,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이 제 마음을 매료시켰어요. 그때부터 시골생활을 동경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고, 주변에서 시기 질투를 받을 정도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은 떠나지 않았어요. 남들은 저를 부러워했지만 정작 저는 피폐해져 갔습니다.”
그녀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그토록 꿈꿔왔던 시골살이를 택했다. 그렇게 그녀는 지난 2003년 혈혈단신 시골로 떠났다.
박 대표가 처음 터전을 잡은 곳은 지리산 인근이었다. 남원에 위치한 지리산 실상사의 귀농학교에 입학해 친환경농사에 대해 공부하며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1년여동안 지리산 인근에 거주하며 기초를 다진 그녀는 농업의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 늦깎이 대학생이 돼 농업에 열정을 불태웠다.
특히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그녀는 약용작물 등을 다루는 특수작물을 전공했다.
“약용작물들의 경우 보통 약재로 많이 사용될 뿐 실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먹지는 않고 있죠. 우리가 배추, 상추를 먹듯이 몸에 좋은 약용작물들도 평상시에 음식으로 쉽게 섭취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특수작물을 전공했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약효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에 정착해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특용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효능에서 월등히 앞선 강원도, 그중에서도 평창에 자리를 잡은 박 대표는 사과, 멜론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 희귀한 작물을 끊임없이 실험재배하고,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선도농업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현재 그녀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은 ‘차요테’이다. 차요테는 주로 열대지방에서 재배되는 호박의 한 종류인데, 아삭한 식감에 미네랄이 풍부하고 뇌건강을 이롭게 한다고 해서 최근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안데스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마카도 재배하고 있는데, 고영양 성분과, 필수아미노산 등이 많이 함유돼 있고, 특히 아연 함유량이 부추보다 11배, 칼슘은 마늘보다 25배, 철분은 더덕보다 10배가 높다고 알려져 중장년층의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생소한 작물이기 때문에 판로를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긴 했지만, 지금은 입소문이 퍼져 판매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박 대표는 10여가지의 작물을 재배, 또는 시험재배하고 있는데, 이러한 남다른 열정으로 농법이나 농사정보에 대해 문의가 많이 받고 있다. 또 그녀의 성공사례를 듣기위해 농장을 찾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녀는 앞으로 2~3년은 농장을 정비하는데 노력을 쏟을 계획이다. 또한 농장 안에 농산물전시장을 만들어 농장을 찾는 이들이 새소득작물에 대해 살펴보고 또한 구매하는데 더욱 편리하도록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귀농을 꿈꾸거나, 새소득작물을 재배하고자 하는 농업인들에게 조언의 말도 잊지 않았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재배하기 보단 작은 규모에서 충분히 실험재배를 하고, 또 점차 재배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새소득작물이 기존의 농산물보다 고소득을 올릴 수 있기는 하나,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물이기에 설명을 하면서 판로를 개척해 가야 하기 때문에 재배 규모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