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구구반(洗垢求瘢)
때를 씻어가며 흉터를 찾는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흠집을 고의로 끄집어냄을 이르는 말이다.
洗 : 씻을 세(氵/6)
垢 : 때 구(土/6)
求 : 구할 구(氺/2)
瘢 : 흉터 반(疒/10)
성인을 제외하고 세상에 무결한 사람은 드물다. 그러면서 자기의 허물은 깨닫지 못하고 남의 잘못은 쉽게 이야기한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는 잘도 들춘다.
그 뿐인가. 없는 약점도 쌍심지 켜고서 찾는 데는 이력이 났다. 털에 가려져 있는 허물을 불어 가며 찾는다는 취모멱자(吹毛覓疵)란 말이 이럴 때 들어맞는 성어다.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는 파라척결(爬羅剔抉)도 남의 결점을 후벼 판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때를 씻어(洗垢) 남의 흉터를 찾아내는(求瘢) 이 말도 더해진다. 고의로 남의 결점이나 과실을 찾아내는 고약한 행동이다.
중국 후한(後漢) 초기 문장가로 이름난 조일(趙壹)이란 학자는 성격이 너무 곧아 주위의 배척을 받았지만 고결한 삶을 살았다. 당시 권문세가의 횡포로 정치가 크게 부패한 것을 보고 '자세질사부(刺世疾邪賦)'란 문장을 지어 울분을 토로했다.
어리석은 이들의 행위는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단한 껍질에서라도 깃털이 나올 수 있다고 하고, 싫어하면 때를 씻어 내면서까지 흠을 찾는(所好則鑽皮出其毛羽 所惡則洗垢求其瘢痕)‘ 격이라 비유했다. 범엽(范曄)이 지은 후한서(後漢書) 문원(文苑)열전에 나온다.
당태종(唐太宗)때 나온 제왕의 필독서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위징(魏徵)이 형벌과 포상을 엄정히 해야 한다며 이 말을 사용했다. '자기가 좋아하면 짐승의 가죽을 벗겨 모피를 찾고, 미워하면 먼지까지 떨어가며 결점을 찾습니다(所好則鉆皮出其毛羽 所惡則洗垢求其瘢痕).'
우리나라의 문집에선 같은 뜻으로 (洗垢索瘢)을 많이 쓰고 있다. 한 예로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의 순암집(順菴集)에는 독서를 할 때 주의할 점을 든다.
자신이 깨우친 뜻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 '선대 학자의 교훈에 일부러 하자만을 찾으려는 병폐가 있다(弊恐於先儒之訓 有洗垢索瘢之嫌)'고 지적한다. 서로 상대방을 칭찬한다면 훨씬 밝은 사회가 되겠지만 더욱 혼탁해지기만 한다.
말이 직업인 국회서의 정쟁은 당연하다 해도 작은 꼬투리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없는 사실을 먼저 내지르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또한 명망 있는 인사가 청문회에서 비위가 하나하나 드러날 때 앞서 했던 발언과 어긋나 곤욕을 치르는 일이 너무 잦다. 온전한 사람이 드문 만큼 자신을 먼저 둘러보고 남을 대할 일이다.
▶️ 洗(씻을 세, 깨끗할 선)는 ❶형성문자로 洒(세)는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先(세)는 발을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지마는, 여기서는 발의 뜻을 나타낸다. 물로 발을 씻다, 물건을 씻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洗자는 '씻다'나 '설욕하다', '깨끗이 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洗자는 水(물 수)자와 先(먼저 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洗자를 보면 先자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先자는 사람의 머리 부분에 발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발을 강조해 그린 先자에 水자를 결합한 것은 발을 씻는다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洗자의 본래 의미도 '(발을) 씻다'였다. 그러나 지금의 洗자는 단순히 '씻다'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洗(세, 선)는 ①물로 씻다 ②다듬다, 갈고 닦다 ③설욕(雪辱)하다 ④조락(凋落)시키다(초목의 잎 따위가 시들어 떨어지게 하다) ⑤대야(둥글넓적한 그릇), 그릇 그리고 ⓐ마음을 깨끗이 하다(선) ⓑ발을 씻다, 목욕하다(선) ⓒ경건(敬虔)한 모양(선) ⓓ편안(便安)한 모양(선) ⓔ추워서 떠는 모양(선) ⓕ큰 대추(선) ⓖ벼슬의 이름(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씻을 식(拭), 씻을 척(滌), 씻을 탁(濯)이다. 용례로는 옷이나 피륙을 물과 세제 또는 용제 등을 이용하여 깨끗하게 하는 일을 세탁(洗濯), 깔끔하고 품위가 있음 또는 말이나 글이 군더더기가 없이 잘 다듬어져 있음을 세련(洗練), 얼굴을 씻음을 세수(洗手), 얼굴을 씻음을 세면(洗面), 깨끗이 씻음을 세척(洗滌), 입교하는 사람에게 모든 죄악을 씻는 표로 시행하는 의식을 세례(洗禮), 자동차의 차체에 낀 먼지나 때를 물로 씻어 내는 것을 세차(洗車), 물에 타서 고체의 표면에 붙은 물질을 씻어 내는 데 쓰는 물질을 세제(洗劑), 깨끗하게 빨거나 씻음을 세정(洗淨), 부끄러움 따위를 씻어 버림을 세설(洗雪), 더러운 것을 씻어 버림을 세제(洗除), 쌀을 씻음 또는 씻는 그 쌀을 세미(洗米), 마음을 깨끗하게 함을 세심(洗心), 머리를 감음을 세발(洗髮), 다리를 씻음을 세각(洗脚), 물로 깨끗이 씻어서 검사함을 세검(洗檢), 빨래를 함을 세한(洗澣), 털을 씻음을 세모(洗毛), 눈을 씻음을 세안(洗眼), 발을 씻음을 세족(洗足), 간을 씻어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 마음을 청결하게 함을 세간(洗肝),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위를 물에 빠는 일을 세답(洗踏), 세례를 받는 일을 영세(領洗), 화초에 물을 주는 그릇을 화세(花洗), 물로 씻음을 수세(水洗), 일제히 씻어 냄이나 한꺼번에 싹 제거함을 일세(一洗), 깨끗이 씻음을 정세(淨洗), 머리를 빗고 세수함을 소세(梳洗), 양치질하고 세수함을 수세(嗽洗), 죄악을 깨쳐 마음을 깨끗이 함을 참세(懺洗), 상전의 빨래에 종의 발꿈치가 희게 된다는 말로 남을 위하여 한일이 자신에게도 이롭게 되었다는 말을 세답족백(洗踏足白), 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세이공청(洗耳恭聽), 가난하기가 마치 물로 씻은 듯하여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적빈여세(赤貧如洗),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일컫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칼로 창자를 도려내고 잿물로 위를 씻어 낸다는 뜻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스스로 새사람이 됨을 이르는 말을 괄장세위(刮腸洗胃) 등에 쓰인다.
▶️ 垢(때 구)는 형성문자로 坸(구)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后(후, 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垢(구)는 ①때, 티끌 ②수치(羞恥), 부끄러움 ③때 묻다 ④더럽다 ⑤나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더럽고 어지러움을 구란(垢亂), 더러운 것이 모여 있음을 구분(垢坌), 수태한 뒤에도 매달 월경이 나오면서 태어난 아이를 구태(垢胎), 때 묻어 더러워진 얼굴을 구면(垢面), 때 묻은 옷을 구의(垢衣), 논밭의 경계를 구단(垢段), 때 묻어 더러움을 구탁(垢濁), 때가 묻고 떨어짐 또는 그런 옷을 구폐(垢弊), 때가 묻어 더러움을 구예(垢穢), 흠이 될 만한 부분을 하구(瑕垢), 쇠붙이에 생기는 녹과 때를 녹구(綠垢), 머리 비듬을 두구(頭垢), 잡물이 섞이지 않고 순수함이나 마음이나 몸이 깨끗함을 무구(無垢), 몸에 묻은 때를 신구(身垢), 죄를 지을 때에 비유하여 죄악이 몸을 더럽힘을 이르는 말을 죄구(罪垢), 더러운 때를 오구(汚垢), 마음에 끼인 때를 심구(心垢), 쑥처럼 흐트러진 머리와 때묻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외양이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고 무관심함을 봉두구면(蓬頭垢面), 때를 벗기고 닦아 광채를 낸다는 뜻으로 사람의 결점을 고치고 장점을 발휘하게 함을 괄구마광(刮垢磨光), 마음과 몸이 아주 깨끗하여 조금도 더러운 때가 없음을 순진무구(純眞無垢),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하기를 생각한다는 해구상욕(骸垢想浴) 등에 쓰인다.
▶️ 求(구할 구)는 ❶상형문자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에서 몸에 감다, 정리하다, 모으다, 구하다의 뜻이 있다. 모피를 달아 맨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求자는 '구하다'나 '탐하다', '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求자는 水(물 수)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으나 '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求자의 갑골문을 보면 衣(옷 의)자에 여러 개의 획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털 가죽옷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求자의 본래 의미도 '털 가죽옷'이었다. 먼 옛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옷이었지만 쉽게 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쌌다. 求자에서 말하는 '구하다', '탐하다', '청하다'라는 것은 비싼 털옷을 구하거나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求(구)는 ①구하다 ②빌다, 청하다 ③탐하다, 욕심을 부리다 ④취하다 ⑤모으다, 모이다 ⑥나무라다, 책망하다 ⑦가리다, 선택하다 ⑧묻다 ⑨부르다, 불러들이다 ⑩힘쓰다 ⑪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⑫끝, 종말(終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걸(乞), 찾을 색(索), 구할 호(頀)이다. 용례로는 남에게 물건이나 돈, 곡식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일을 구걸(求乞),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求人), 구하여 얻어 들임을 구입(求入), 구해 벌어옴이나 휴가를 원함을 구가(求暇), 직업이나 직장을 구함을 구직(求職), 중심으로 쏠리는 힘으로 참된 마음을 찾아 참선함을 구심(求心), 이성에게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여 상대편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일을 구애(求愛), 벼슬자리를 구함을 구사(求仕), 배상 또는 상환을 요구함을 구상(求償), 구하여 얻음을 구득(求得), 먹을 것을 구함을 구식(求食), 혼인할 상대를 구함을 구혼(求婚), 산소 자리를 구함을 구산(求山), 살길을 찾음을 구생(求生), 필요하여 달라고 강력히 청함을 요구(要求), 재촉하여 요구함을 촉구(促求),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일을 청구(請求), 목적한 바를 이루고자 끝까지 좇아 구함을 추구(追求), 몹시 애타게 구하는 것을 갈구(渴求), 본능적으로 충동적으로 뭔가를 구하거나 얻고 싶어하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욕구(欲求), 구하기 힘든 것을 억지로 구함을 강구(彊求), 강제로 구함을 강구(强求), 돈이나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을 징구(徵求), 바라고 요구함을 희구(希求), 도를 구하는 사람을 구도자(求道者), 구하려고 하여도 얻지 못함이나 얻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지부득(求之不得), 팔고의 하나로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을 일컫는 말을 구부득고(求不得苦), 몸과 마음을 닦아 온전히 하려다가 뜻밖에 남으로부터 듣는 욕을 일컫는 말을 구전지훼(求全之毁), 예를 찾아 의논하고 고인을 찾아 토론함을 일컫는 말을 구고심론(求古尋論),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다는 뜻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음을 일컫는 말을 구인득인(求仁得仁), 논밭과 집을 구하고 문의하여 산다는 뜻으로 자기 일신 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쓰고 국가의 대사를 돌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구전문사(求田問舍),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등에 쓰인다.
▶️ 瘢(흉터 반)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般(반)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瘢(반)은 ①흉터 ②자국, 흔적(痕跡) ③주근깨(얼굴의 군데군데에 생기는 잘고 검은 점) ④허물, 잘못,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흠집이나 상처의 흔적을 반창(瘢瘡), 흠집이나 상처나 부스럼 따위가 나은 뒤에 남는 자국을 반흔(瘢痕), 부스럼 자국이나 칼의 흉터를 창반(瘡瘢), 흉터를 씻어 준다는 뜻으로 남의 허물을 덮어 줌을 이르는 말을 척반(滌瘢), 칼자국을 이르는 말을 도반(刀瘢), 상처가 나아도 아직 자줏빛의 흔적이 남는 일을 자반(紫瘢), 흉터를 씻어 찾아 낸다는 뜻으로 남의 작은 허물을 들추어 냄을 이르는 말을 세반색흔(洗瘢索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