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얼굴
익숙한 상황
익숙한 말들
그것은 아마도 데자뷰…….
데자뷰 [ 첫번째날 ]
꿈을 꾸었다. 아주 달콤하고도 슬픈 꿈을……. 한 사람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가족을 잃고 집을 잃었다. 새까만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나는 그것들을 재밌는 서커스라도 되는듯 소리내어 웃으면서 보았다. 살려달라는 애원의 목소리는 내 웃음소리에의해 무참히 땅으로 떨어졌다. 새하얀 꽃은 금새 붉게 물들었고 새빨간 눈물이 대지를 적셨다.
" 푸훗, 아아 조금만 살살해~ "
처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던걸까. 비단같이 고운 검은색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양손엔 날카롭게 눈을 번뜩이는 단검을 쥐고서 사람들을 하나, 둘 베어나가는 한 존재에게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그는 내 말을 무시하는건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베어나갔다. 그런 그의 태도는 나를 화나게 하기에 딱 좋았다. 지금의 내 표정이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내 근처에있는 물건하나를 잡아 그에게 던졌다. 물론 맞지는 않았다.
" 내 말 무시하지 말란말이야! 너는 한낱 인형일 뿐이야. 주인인 내 말을 거역하는건 용납하지 않겠어. "
짙은 살기가 묻어나온 내 목소리는 나도 깜짝놀랄만큼 낮고 차가웠다. 잠시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싶었을때 나는 다시금 내 입가의 근육이 움직이는것을 느꼇다.
" 그래. 넌 인형이야. 그리고 난 너를 조종하는 인형사. 알고있겠지? 나를 거역하면 네가 베고 있는 저 썩어빠진 인형들처럼 될줄알아. "
그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공격자세를 일반자세로 바꾸었다. 그에 만족한듯 난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착하구나. 셀렘……. "
*
여기서 끊겼다.
무언가에 튕겨져나오듯 침대에서 상체를 급하게 일으켰다. 땀이 비오듯 흘렀고 단정했던 머리는 이리저리 뒤엉켜있었다. 거친숨을 내뱉으며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벌써 날이 밝은지 오래다. 내 방에 달린 시계를 힐끗보니 벌써 9시. 지금부터 빨리 준비하고 출발해도 이미 지각. 이왕 지각한거 느긋하게 여유있게 준비하자는게 지금 내 생각이다.
" 휴우- 머리아파. "
항상 꾸는 꿈. 항상 다른 꿈. 꼭 이 꿈은 예지몽같아 뭔가 불안하다. 가끔 재밌고 행복한 꿈을꿀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언가를 죽이거나 아니면 내가 죽는다.
" 쳇, 이런 생각한다고 뭐 좋아지는것도 없는걸. 빨리 준비하고 가야겠다. "
잠옷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주방 탁자위에있는 식빵하나에 잼을 발라 한손에 든후 다른한손으론 가방을 들었다. 헝클어진 머리는 대충 빗어 묵어버리고 학교로 향했다. 딸기잼이 발려진 빵을 한입베어물곤 집을 나섰다.
*
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약 10시쯤일것이다. 원래 우리집은 학교에서 거리가 먼곳이라 걸어서간다면 1시간은 걸린다. 사립 카륜 아카데미. 내가 다니고 있는 이곳은 현재 류카시온왕국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다. 학년은 5학년으로 나뉘어지는데 각자 명찰이 다르다. 1학년은 빨간색, 2학년은 주황색, 3학년은 노란색, 4학년은 초록색. 마지막 5학년은 바이올렛 색이다. 이 학교가 만들어진지 50년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잘모르겠다.
다행히 아직 수업은 시작하지 않은듯 싶다. 문을열고 들어서니 시장에 온듯 시끌벅적했던 소리들은 모두 사라졌다. 교실안의 사람들의 모든 눈동자가 나에게 돌려졌다.
" 아, 안녕? "
" 뭐야. 세이였어? 놀랐잖아! "
뮨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들모두 나에게서 고개를돌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재잘거린다. 나 또한 한숨을 쉬곤 내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책상위에 내팽겨치곤 앉았다.
" 헤이, 세이. 오늘은 엄청 늦었네? 왠일이냐, 항상 나보다 먼저오던 네녀석이 1교시 끝나고 들어오다니. "
" 몰라. 오늘도 이상한 꿈꿨어. "
혹시 지금 내 성별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그 생각을 정정해주길 바란다. 내 이름은 유리 세이란츠. 물론 난 아주 건장한 '남'자이다. 나이는 15세. 3학년이다.
" 저, 저기 세이. 이거 내가 만든 쿠킨데……. 머, 먹을래? "
" 쿠키? 정말? 와- 나 아침안먹고 왔는데. 정말 고마워. 아, 그러니까. "
" 내, 내이름은 휴 리아야. "
리아라는 여자아이에게서 쿠키봉지를 받아든 난 앞에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뮨때문에 움찔거릴수 밖에 없었다.
" 왜, 왜 그런눈으로 보는건데? "
" 아니- 그냥 새삼 내 단짝친구가 인기가 많다는걸 실감했을뿐이야. "
솔직히 난 내 얼굴이 잘생겼다- 라든지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 여자얘들이 주는 선물과 쿠키같은것들을 자주 받는걸보면 나도 어느정도 인기가 있다라는걸 알수있다.
" 내가볼땐 완전 할밴데 왜 여자얘들이 널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간단 말이야? "
" 그만 놀려! 나는 뭐 이렇색가지고 태어나고싶어서 그런줄알아? "
" 헹- 완전 계집애같이 생겼잖아. "
" 그것도 내 탓이 아니라고! "
뮨의 말대로 내 머리카락색은 할아버지들같은 흰머리이다. 게다가 눈동자까지 투명한 은빛이라 거의 하얀색인데다가 하필 난 어머니쪽을 많이 닮아서─자랑은 아니지만 어머니께선 상당히 미인이시다.─여자얘처럼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인기가 많은이유는…….
" 유리 세이란츠. 오늘 회의있다는건 잊지않았겠지? "
아마도 내가 학생회 임원이라서 그런것이리라. 방금 내 풀네임(Full Name)을 부른 사람은 학생회의 서기이며 2년 선배인 미카엘 드 카류엠. 카류엠 백작의 아들이다. 미카엘선배는 나와 약간의 친분이있다. 나의 부모님은 유명한 상인이시다. 한 1년간 백작의 영지에서 정착했던적이 있었는데 그때 백작님이 직접 행차하셔서 우리 부모님들 물건을 구입하러 온적이있었다. 그때 한번 보게 되었는데 깔끔한 복장에 안경을 끼고 있던 미카엘선배는 엄청 쿨해보였었다. 어렸을때 그 모습이 멋있어서 나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 아, 알고 있습니다. 카류엠선배님. "
귀족이라서 그런지 미카엘선배를 대하는 내 태도는 아주 정중했다. 윗사람을 깍듯이 대하는 내 태도는 보통의 느긋하고 밍기적거리는 그런 내가 아니어서 나도 가끔 당황하곤 한다.
" 알면 됬고. 그럼 잇따가 보자. "
" 네! 안녕히 가세요, 카류엠선배님. "
마치 군인과도 같은 내 태도에 교실 아이들은 당황할만하지만 항상 있던 일이라서 그런지─내가 자주 까먹어서 미카엘선배가 항상 아침마다 말해주러 온다─모두 입다물고 조용했다. 역시 귀족이라 이거군. 미카엘선배가 가고나자 아이들은 긴장을 풀곤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교실문이 열리면서 뺑글이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붉은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교탁을 두세번 두드리더니 입을 열었다.
" 2교시 역사학수업이지? 오늘 역사학담당선생님이신 륜타선생님께서 식중독에 걸리셔서 병원에 입원해계신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시간은 자습. 단 모두 조용히 공부하도록! 내가 감시하고 있을테니까. "
*
" 아아- 어깨아파! 난 무용수업이 제일 싫어! "
지금은 점심시간. 학교의 거의 모든학생들이 식당으로 내려가서 점심식사를 하는시간이다.
5교시까지 모두 마친지금 이제 마지막 6교시만 남은 상태이다. 무용이라곤해도 기본적인 춤연습을 하는거라 힘들건 없지만, 이제 곧 축제(무도회)가 다가오기때문에 무도회때 자신이 정한 파트너와 춤을출때 남자쪽은 리드를 해야하기때문에 좀더 고된 연습을 한다. 장기간 춤을춰도 많이 지치지 않게 하기위해 서라든가 스텝연습 등을 말이다.
" 그러게, 무리하지마라니까. "
" 그치만… 그치마안! 얼굴이나 공부로도 안되면 어쩔수없이 춤이라든지 체력이라든지 그런걸로 승부할수밖에 없잖아! "
" 에? 뭘말이야? "
뮨의 말이 무슨뜻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어깨를 주무르며 나를 삿대질하며 말했다.
" 너를 말이야!! 너, 학생회에도 들어갔지, 얼굴도 나보단 훨씬 잘생겼짆아!! 비록 여자같이 생기긴했지만……. 어쨋든 여자한테 인기많잖아! 난 그게 마음에 안든다고! "
하하하, 그럼 어째서 나랑 친구가 된거냐? 라고 물어본진 오래다. 작년에도, 제 작년에도 이런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에게 같은말을 반복하곤 했었다. 어째서 친구가 된거냐고 물어보았을때 뮨의 대답은
' 당연히 잘난 녀석이 내 친구면 옆에 있는 나도 득볼것 같아서지! '
라는 기막힌 대답에 그녀석을 후려갈겨줬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이제 2달 뒤엔 축제구나. 4달 뒤엔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거고 말이야. 하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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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또 다시 새로운 연재물 탄생이로군요
;ㅂ; 아하하하 왠지 완결을 낸 소설이 없는
것같아요ㅠ 후후
잘부탁 드립니다아~
립흘주세영 ㅜㅅㅜ
첫댓글 와~ 재밌게 잘 읽었어요 ^^ 상당히 잘 쓰시네요 ~ 이건 완결까지 내길 바래요 ~
네;; 이건 꼭 완결을 내고 말겠습니다아!!! 아자!! 한 50편 까지 쓸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