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4) 가톨릭 교회 조직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질서 정연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뤄져 있나요?
- 가톨릭교회의 조직 체계는 대단히 정밀하게 짜여져 있으나 그 근본 목적은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세계가톨릭교회의 중심 교황청과 성 베드로 대성전이 있는 바티칸 전경.
가톨릭교회는 기본적으로 세계교회(보편교회)와 개별교회(교구), 본당이라는 독특한 조직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계교회 최고 목자를 교황, 개별교회 최고 목자를 주교, 본당 책임자를 신부라고 부릅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보편교회와 교황
교황은 전세계 가톨릭교회, 곧 보편교회를 맡아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 곧 복음을 선포하라고 파견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도들 중에서도 특별히 베드로를 으뜸으로 삼아 당신께서 세우신 교회를 잘 관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교황은 바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입니다. 말하자면 베드로 사도는 초대 교황인 것입니다.
교황은 나라로 치면 대통령과 비슷합니다만 대통령과 달리 행정뿐 아니라 입법과 사법의 최고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가톨릭교회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기원을 두고 있는 데서, 곧 신적(神的) 기원을 갖고 있는 데서 연유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교황이 보편교회 최고 목자로서 예수님께 위임받은 사명을 잘 수행하도록 교황청을 비롯해 추기경회의, 주교대의원회의 같은 여러 기구들로 교황을 보필합니다. 그러나 보편교회를 위한 참으로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 교황은 전세계 주교들 모임인 보편공의회를 소집해서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개별교회와 주교
주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 가운데서 특별히 뽑으신 열두 사도들의 후계자입니다. 사도들이 으뜸 사도인 베드로와 함께 사도단을 이뤄 교회 공동체 선익을 위해 봉사했듯이 주교들은 같은 주교이자 주교들 가운데 으뜸인 교황과 함께 주교단을 이뤄 보편교회 선익을 위해 봉사합니다.
그러나 주교들은 또한 개별적으로 일정한 지역 교회를 맡아 최고목자로서 통상적 사명을 수행하는데 이 지역 교회를 교구라고 부릅니다. 교구 책임자 주교를 교구장 주교, 교구장 주교를 보필하는 주교를 보좌주교라고 합니다. 주교를 임명하는 것은 교황의 고유 권한입니다.
주교는 자신이 맡은 교구를 더 잘 돌보기 위해 교구청을 비롯해 여러 위원회나 평의회 같은 회의체들을 두고 있습니다. 주교도 자기가 관할하는 교구에서는 행정뿐 아니라 입법과 사법에서도 최고 책임자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주교들이 국가 또는 대륙 차원에서 가톨릭교회와 관련되는 일을 함께 협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협의체들을 두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아시아 주교회의연합 같은 기구들이 그것입니다.
본당과 신부
신부는 주교의 협력자로서 관할 주교 명을 받아 일정한 구역을 맡아 신자들을 사목하거나 특수한 직분을 수행합니다. 신부가 맡아서 사목하는 구역을 본당사목구라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흔히 성당, 교회, 본당이라고 말할 때는 본당사목구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당사목구 책임을 맡은 신부를 주임신부 또는 본당신부, 주임신부를 보필하는 신부를 보좌신부 또는 부주임신부라고 합니다. 본당신부나 보좌신부를 임명하는 것은 관할 교구장주교의 고유 권한입니다.
본당신부는 본당사목구를 효과적으로 사목하기 위해 사목평의회와 재무평의회를 비롯한 여러 위원회를 둡니다. 본당사목구는 또 구역 반 등 소공동체 조직으로 세분화돼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가톨릭교회 조직은 매우 정밀하게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놓고 본다면 보편교회는 전세계 모든 가톨릭신자를 포함하고, 개별교회인 교구는 그 교구내 모든 가톨릭신자를 포함합니다. 또 본당은 본당사목구 내 모든 신자를 포함합니다.
지리적으로 본다면 보편교회는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를 포함합니다. 지구 전체가 수천개의 교구로 또 수십만개의 본당사목구로 나뉘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를 속지주의(屬地主義)라고 하지요. 참고로 2004년말 현재 보편교회에는 2903개 교구와 21만 7171개 본당사목구가 있습니다.
알아둡시다
위계 중심으로 볼 때 가톨릭교회는 최상층인 교황을 정점으로 주교, 신부로 내려오는 성직계급과 이들의 지배를 받는 일반 신도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세속적으로 확대하면 교황의 권력이 가장 크고 주교, 신부 순으로 내려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이런 위계 조직은 교회 본연의 사명인 땅 끝까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건설하는 교회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는 봉사 조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루카 22,25-26)고 말씀하셨을 뿐 아니라 몸소 제자들 발을 씻어주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자신을 낮추심으로써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교황을 '종들의 종'이라고 부릅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의 이런 모범을 본받아 부단히 자신을 정화하고 쇄신해 나가면서 세상 마지막 날까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며 그 증인으로 살아갑니다.
가톨릭교회가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다 구원 대상이요, 사목 대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다 교회가 섬기고 봉사해야 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신자도 미신자도 타종교 신자도 모두가 다 교회가 섬겨야 할 대상이라는 거죠.
[평화신문, 2006년 7월 23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