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 농장의 밭을 둘러보고,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 순례를 준비하기 위해 경주 일대를 답사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스님은 오랜만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밤이 많이 떨어졌을까.”
매년 가을이면 밤을 줍곤 했는데 올해는 해외 일정이 많아 밤을 구경도 못했습니다. 밭으로 가는 길가에 토실토실한 밤을 품은 밤송이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산속에는 밤송이가 더 많이 떨어져 있을 것 같았습니다.
먼저 산윗밭으로 올라가 밭을 둘러보고, 밤나무가 있는 산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올해 날이 더워서 그럴까요? 밤이 별로 없네요.”
비탈진 산을 샅샅이 돌아보았지만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한 줌 정도 밤을 줍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밭으로 내려오는 길에 풀이 허리까지 자라있었습니다. 스님이 주로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예초기로 풀을 깔끔히 베곤 했던 곳입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환경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네요. 자연 그대로 두니 이렇게 잘 자라네요.”
배추를 심어놓은 밭에도 가보았습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배추 모종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자꾸 말라버려 올해 농사팀에서 배추를 여러 번 심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제 배추가 땅에 어엿이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습니다.
“고랑에 풀도 키우나 봐요. (웃음) 풀을 뽑아줘야겠네요.”
밭을 둘러보고 봉사자 숙소를 짓고 있는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가정의 날에도 봉사를 하러 오신 거사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숙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담당 실무자와 남은 일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공사를 마칠 날짜를 정했습니다.
봉사자 숙소를 다 둘러본 후 10시가 넘어 경주로 출발했습니다. 다음 달에 스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주관으로 사회 원로 분들과 함께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 순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경주에는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생가, 묘소, 깨달음을 얻은 용담정, 기념관이 있습니다. 스님은 미리 순례 동선을 둘러보고, 숙소를 점검해 보기로 했습니다.
경주에 대해 잘 아는 신라문화원 원장 진병길 님이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하여 서악에서 만나 순례에 대해 설명을 하고 함께 답사에 나섰습니다.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가 어떤 동선으로 최제우 대신사님의 생가, 묘소, 용담정을 둘러볼지 차를 타고 가며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동학교육수련원으로 가서 숙소로 사용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강당이 적당한지, 연세가 지긋한 원로분들이 주무시기에 불편함이 없을지, 식사는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교육수련원을 다 살펴본 후 스님이 말했습니다.
“혹시 어르신들이 주무시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침대가 있는 방이 있어 다행이네요. 어르신들을 고려하면 호텔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동학교육수련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의미가 있으니까 잘 됐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육수련원을 나와 천도교 경주교구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경주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교구장이 잠시 뵙기를 청했습니다. 포교원에 도착하니 교구장님과 신도들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교구장님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해 마이크를 건네받았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TV에서 많이 봤다’라며 스님을 알아보고 반가워하셨습니다. 스님은 천도교를 창시한 최제우 대신사의 탄생을 기념한 순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저희 평화재단에서는 최제우 대신사님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인 순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원불교, 성공회 등 여러 종교인들과 사회 각계의 원로들이 주로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경주에 와서 대신사님의 탄생지를 둘러보고 교육관에서 하루 머물며 세미나를 한 후에 다음날 남원으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남원은 대신사님께서 은거하셨던 중요한 장소입니다. 남원에서는 동학사상과 농민 혁명에 관한 세미나를 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 대신사님과 동학이 우리 근현대사에 끼친 영향과 그 의미를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경주에 내려온 김에 제가 미리 답사를 해봤습니다. 신앙생활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신도분들의 요청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교구장님에게 순례에 대해 설명한 후 나왔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함께 답사하고 안내해 준 진병길 신라문화원 원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2시가 넘어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저녁에는 두북수련원 행자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봉사자숙소를 짓고, 농사를 지은 행자님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는 JTS 대표 박지나 님이 찾아와 회의를 했습니다. 박대표 님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피해 지역에 새로 짓고 있는 학교를 답사하고 온 내용을 보고했고, 10월 초 준공식을 어떻게 할지 논의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고 캄캄한 밤이 되어있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9월 16일 산호세에서 열린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에서 소개하지 않은 대화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주변에서 나이를 생각해서 결혼을 하라고 해요
“I’m suffering from FOMO, Fear of Missing Out. So I recently broke up with my Ex and I'm still a little burnt out from that relationship. But the people around me told me that given my age I should use this time wisely and date for marriage. So but I'm still kind of so exhausted so how can I reduce my fear of fomo?”
(저는 뒤쳐질까 봐 두렵습니다.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아직 그 관계로 인해 피로감이 있어요. 하지만 제 주변에서는 나이를 생각해서 이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결혼을 위해 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직 너무 지쳐 있어요. 어떻게 그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까요?)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는데 누구하고 데이트를 한다는 말인가요?”
“so the idea is that I start looking.”
(지금부터 찾아보라는 거예요.)
“이 세상에 질문자와 결혼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있습니까? 질문자가 어떤 남자에게 결혼을 하기 위해 접근한다면 그가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요? 두려움이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풀 수 있는데, 왜 결혼을 하는 것으로 두려움을 해소하려고 합니까? 누군가를 나의 결혼 상대자로 대상화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결혼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면, 연애할 것인지부터 서로 의논해야 합니다. 연애를 하다가 상대방도 동의한다면 그때 결혼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될지 묻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귀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결혼할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So the idea is nowadays there's online dating available where people specifically state like what they're looking for. I guess my fear is what if I'm not trying hard enough?”
(요즘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찾고 있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팅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혹시 제가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아서 괴로운 걸까요?)
“온라인으로 결혼할 사람을 찾아도 괜찮습니다. 온라인으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고, 그다음에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면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만 만나서 결혼하면 사기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정말 결혼을 해도 될 사람인지는 만나서 확인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결혼이 급한가요? 영주권 때문입니까, 시민권 때문입니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나요? 떠난 남자 친구에 대한 복수심 때문입니까?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둘러서 결혼을 하려고 하나요?”
“I think it's that people bring it up around me.”
(주변에서 자꾸 부추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결혼하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었을 겁니다.(웃음) 내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냥 바람 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관심이 생긴 거예요. 문제는 왜 관심이 생겼느냐는 거예요. 아니, 질문자는 연애도 못 하고 있는데 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요즘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Is there a way to get not be interested?”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방법이 있나요?)
“연애만 해도 관계에 대해 신경 써야 할 게 많고 그에 따라 심리 상태가 더 복잡해지지 않았나요? 그런데 결혼을 하면 더 복잡해집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더 복잡해지고요,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부모, 형제가 다 나의 부모 형제가 되면서 관계가 엄청나게 복잡해집니다. 연애는 두 사람의 의견만 맞으면 문제가 없어요. 결혼을 하면 가족들의 의견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결혼을 통해서 그들도 나와 가족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배우자 가족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것을 무시하면 가족들과 단절됩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마 주변 사람들이 질문자에게 결혼을 권유하는 이유는 자기들은 결혼하고 너무 복잡했졌는데, 질문자가 혼자 편안하게 살도록 놔두기가 아까워서 구렁텅이에 같이 끌어들이려고 그러는 거 같아요.” (웃음)
“I think I'm afraid of missing out on the chance of having like a family.”
(가족 같은 것을 가질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운 것 같아요.)
“지금 혼자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가족을 가져야만 합니까? 저는 칠십 평생 혼자 살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질문자는 결혼을 원한다기보다 누군가 옆에 있어야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현재 질문자는 혼자 지내서 외롭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덥석 누군가를 만나면 그 인간관계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질문자가 결혼을 못하게 하려고 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를 만나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부터 되어야 해요. 그래야 둘이 살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혼자 못 살아서 누군가를 만나는데 그러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까 봐 염려가 됩니다만, 먼저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생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덥석 결혼을 하면 더 큰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회원들을 위한 온라인 법회를 하고, 저녁에는 창원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