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여야의 선거제 개편 논의와 함께 특정지역의 과대대표 현상도 반드시 시정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민주당 아성인 광주광역시의 경우, 2022년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가 145만명으로 같은 광역시인 대전광역시(146만명)보다 적은데도 불구하고, 국회 의석은 1석이 더 많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세종특별자치시 포함) 가운데 인구와 국회 의석수가 역전되는 곳은 광주와 대전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국회 의석이 1석 더 많은 광주의 면적이 대전보다 큰 것도 아니다. 광주 면적은 501㎢로 대전(539㎢)보다 작다. 광주보다 인구도 많고 면적도 넓은 대전으로서는 속 터지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인구와 면적이 엇비슷한 광주와 대전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국회 의석수가 각각 6석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 때부터 광주가 총 7석으로 대전(6석)에 비해 과대대표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2004년 당시 광주 인구는 140만명으로 대전(144만명)보다 4만명이나 적었다.
하지만 2004년 17대 총선 이래 나타난 광주의 과대대표 현상은 무려 20년 가까이 시정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이래 광주 인구가 대전보다 많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늘 국회 의석은 광주가 대전보다 많았다.
심지어 2008년 18대 총선 때와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대전보다 인구가 6만명이나 적었던 광주가 국회의석을 무려 8석이나 차지한 반면, 대전은 6석밖에 갖지 못하는 심각한 역전현상도 일어났다. 그나마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 대전의 국회 의석이 1석 늘면서 기형적 역전현상은 다소나마 완화됐지만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21대 총선 때도 광주는 대전에 비해 인구가 1만명가량 적은데도 불구하고, 국회 의석 8석을 차지해 대전(7석)보다 여의도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역시도 중 광주ㆍ대전만 의석 역전
비슷한 인구를 가진 광역지자체는 동일한 숫자의 국회의원을 국회에 보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2022년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가 각각 176만명과 181만명으로 엇비슷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는 각각 10명씩의 국회의원을 여의도에 보냈다. 인구가 각각 153만명과 159만명으로 엇비슷한 강원도와 충청북도도 마찬가지다. 강원도와 충북의 의석은 각각 8개씩이다. 반면 대전과 함께 140만명대의 인구를 갖고 있는 광주만 유독 150만명대의 강원도나 충북의 의석과 동일한 8석의 국회 의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가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제출한 ‘획정 기준 불부합 국회의원지역선거구 현황’ 보고에서 또다시 광주의 과대대표 문제는 슬쩍 눈을 감아 빈축을 사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역별 인구편차 기준 2 대 1에 따라 설정한 지역 선거구별 상한인구(27만1042명)와 하한인구(13만5521명) 등에 따라 분구 또는 합구 방식의 선거구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30개 지역구 가운데 광주를 쏙 빼놓은 것이다.
당시 선관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서울 1곳(강동갑), 인천 1곳(서구을), 경기 12곳(수원무, 평택갑, 평택을, 고양을, 고양정, 시흥갑, 하남, 용인을, 용인병, 파주갑, 화성을, 화성병), 부산 1곳(동래), 경남 1곳(김해을), 충남 1곳(천안을), 전북 1곳(전주병) 등 18곳은 인구증가에 따라 선거구 분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 1곳(연수갑), 경기 2곳(광명갑, 동두천연천), 부산 3곳(남갑, 남을, 사하갑), 경북 1곳(군위의성청송영덕), 전남 1곳(여수갑), 전북 3곳(익산갑,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등 11곳은 인구감소에 따라 합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부산 1곳(북구강서구을)은 강서구가 인구범위를 충족하게 되면서 분할금지 조항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시도별 의석 수를 몇 석으로 할지는 국회에서 논의되야 할 사항”이라며 “우리가 의석 수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광주의 선거구 이어붙이기
광주는 교묘한 선거구 이어붙이기 결과 합구나 분구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에 속한다. 광주에는 동구, 남구, 서구, 북구, 광산구 등 총 5개의 자치구가 있다. 현행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기준(13만5521~27만1042명)을 적용하면, 분구 대상이 되는 곳은 북구(42만4707명)을 비롯해 광산구(40만654명), 서구(28만7401명) 등 3개구다. 반대로 인구가 부족해 합구 대상이 되는 곳은 과거 전남도청(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시청이 있었던 동구(10만5909명) 1개구다. 남구는 인구 21만2379명으로 독자적인 선거구 구성이 가능하다.
한데 광주는 인구 상한선 초과로 분구 대상이 되는 북구, 광산구, 서구를 각각 ‘갑을(甲乙)’로 나눠서 모두 6곳(3×2)의 지역구를 만들고, 인구 하한선을 밑돌아 합구 대상이 되는 동구를 독자 선거구 구성이 가능한 남구에 붙여서 ‘동구남구갑’과 ‘동구남구을’ 2개의 선거구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마법’을 부렸다.
광주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동구(10만5909명)와 그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남구(21만2379명)의 인구를 합치면 31만8288명으로 인구상한선(27만7401명)을 넘는다. 이에 또다시 선거구를 갑을로 각각 분구해 ‘동구남구갑’ ‘동구남구을’ 등 2개의 지역구를 만들어 낸 것. 결과적으로 광주는 인구가 가장 적은 동구를 남구에 붙이는 방식으로 인구가 더 많은 대전(7곳)보다 많은 총 8개의 선거구를 확보한 것이다.
광주와 같이 동일하게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대덕구 등 5개 자치구를 거느리고 있는 대전은 정공법을 택했다. 대전의 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 상한선(27만1042명)을 웃도는 지역구는 서구(47만374명)과 유성구(35만6093명) 2개구다. 중구(22만7108명), 동구(21만9751명), 대덕구(17만2746명)는 모두 인구 상하한선 범위 안에 있어서 독자 선거구 구성이 가능하다. 이에 대전은 서구와 유성구 2개구만 각각 ‘갑을’을 분구해서 독자 선거구 3곳(중구, 동구, 대덕구)과 함께 총 7곳(4+3)의 선거구를 만들어 냈다. 선거구 획정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자치구가 없어서 합구에 따른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광주 역시 동구를 남구가 아닌 다른 구와 합구하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구성하면 인구와 면적이 비슷한 대전과 같이 7개 선거구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광주 동구를 남구가 아닌 서구에 합구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동구(10만5909명)와 서구(28만7401명)를 합친 인구는 39만3310명으로 역시 인구상한선(27만7401명)을 넘지만 이를 ‘동구서구갑’과 ‘동구서구을’ 등 각각 갑을로 쪼개서 2개 선거구를 구성할 수 있다. 광주 동구와 서구는 연접하고 광주지하철 1호선을 따라 이어져있어 합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이렇게 하면 광주는 선거구가 갑을로 쪼개지는 북구(북구갑, 북구을), 광산구(광산구갑, 광산구을), 동구서구(동구서구갑, 동구서구을) 6개 선거구에 더해 자체적으로 선거구를 구성하는 남구까지 총 7곳(6+1)의 선거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구와 면적이 비슷한 대전의 7석과 동일한 의석수다.
결과적으로 광주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동구를 어디에 붙여 선거구를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의석수에 차이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반면 광주는 2012년 19대 총선 때까지 독자 선거구를 구성했던 동구의 인구가 급감하자,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 ‘동구남구갑’과 ‘동구남구을’과 같은 기형적인 선거구를 만들어내서 실제 인구보다 과대대표된 총 8명의 국회의원을 여의도로 보내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무대인 광주는 민주당의 성역과 같은 곳으로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결국 광주의 과대평가된 의석수는 민주당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2020년 21대 총선 때도 민주당은 광주에 걸린 8석 중 8석을 모두 가져갔다. 지금은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 민형배(광주 광산구을)의 탈당으로 6석을 갖고 있지만, 민형배 의원은 사실상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표결 때 민주당을 위장탈당한 경우다.
이에 대전에 비해 과대대표 문제를 만들어내는 광주의 불합리한 국회의원 선거구는 오는 2024년 22대 총선에 앞서 반드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정작 광주에 비해 과소대표되는 대전은 지역구 국회의원 7명 모두가 민주당 출신이라 광주의 과대대표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을 찾기가 힘들다.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하는 국회 정개특위에도 대전 지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획정위, “5~6월경 지역 의견 청취예정”
대전시 자치분권과의 한 관계자는 “광주와 비교되는 것은 분명한데, 아직 지역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충청도 핫바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전도 충청권 일부 아니냐”라고 했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으로 있는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광주와 대전에 대해 개별사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없다”며 “대전은 원래 지방이었는데 범수도권으로 포섭되고 있는 지역이라서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현행 선거구제로 그대로 간다면 (광주와 대전을) 곁다리로 논의해볼 수도 있는데 다른 지역이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중대선거구제로 바뀌면 그때는 큰 판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 이슈 자체를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관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의 한 위원은 “아직 선거구제 자체가 국회 정개특위에서 확정이 안 됐다”라며 “선거구제가 확정되지 않는다 해도 오는 5~6월경에는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