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보르도 과자 Cannelé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과자 카늘레는 주름진 동 몰드에 밀랍을 입힌 후 커스터드 반죽을 넣어 굽는다. 커스터드 반죽이다 보니 달걀노른자와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반죽에 들어있는 설탕이 완전히 캐러멜화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매력적인 과자가 탄생한다.
요리와 글 권은경,임미래ㅣ에디터 문경옥ㅣ사진 김지아
프랑스 남서쪽에 자리한 보르도는 와인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이곳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과자가 있는데, 바로 카늘레(Cannele)다. 카늘레는 프랑스어로 ‘주름진, 골이 진’이라는 뜻이다. 카늘레를 만들려면 독특한 몰드가 필요하다. 카늘레 몰드는 꼭 종이접기를 해서 펼친 듯 골이 져 있다. 아마 그 모양 때문에 카늘레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보르도에서 카늘레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은 이렇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동 몰드 안에 녹인 밀랍을 붓으로 얇게 바르거나, 밀랍을 틀에 부었다가 뒤집어 비워내어 얇은 막을 씌운다. 이렇게 하면 구운 카늘레가 몰드에서 쏙 빠진다. 물론 요즘에는 실리콘 몰드가 있어서 밀랍을 바르지 않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카늘레는 18세기 보르도의 수녀원에서 수녀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초기 모양은 막대에 얇은 반죽을 말아서 튀겨낸 모양인데,지금의 카늘레와 많이 다르다. 이 수도원이 최근 리모델링하는 동안 고고학 연구가 이어졌는데, 해당기간 발견된 수많은 유적 중에는 어떤 것도 현재 카늘레 몰드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녀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긴다.
보르도에서는 와인 양조 과정 중에 전통적으로 달걀흰자를 와인의 불순물을 거르는 흡착제로 사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남은 달걀 노른자로 카늘레를 만들게 되었다는 설도 상당히 설득력 있다. 무엇이 시작이든 이렇게 맛있는 과자를 탄생시킨 보르도 ‘만세!’다.
카늘레 반죽은 커스터드 방법으로 만든다. 다만 카늘레 표면이 바삭해질 때까지 굽는 점은 커스터드와 다르다. 참고로, 커스터드 만드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페이스트리로는 커스터드 크림과 캐러멜 푸딩 등이 있다. 캐러멜 푸딩은 중탕으로 부드럽게 익히고, 카늘레는 반죽에 들어있는 설탕이 완전히 캐러멜화되어 바삭해질 때까지 굽는다. 그래서 표면은 바삭하고 농후한 캐러멜 맛이 만들어지고 속은 촉촉하고 말랑한 질감이 된다. 오븐에 구워 2시간 이내에 먹으면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카늘레 속에 있던 수분이 점점 바깥쪽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나중에는 겉도 말랑말랑하고 쫄깃해진다. 두 가지 모두 맛있지만 겉이 바삭할 때의 매력이 더 크다. 겉이 말랑해졌을 때 바삭함을 살리고 싶다면, 오븐에 넣어 5분 정도 잠깐 구워낸다. 수분을 날리면 다시 바삭한 카늘레를 즐길 수 있다.
보르도에서 탄생한 카늘레는 보르도뿐 아니라 프랑스 전지역에서 사랑받는다. 프랑스에서는 맥도날드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프랑스인들의 카늘레 사랑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맥도날드에서 애플파이를 파는 것처럼, 프랑스인들에게는 소울푸드인 걸까?
카늘레 만들기
재료(30~35개 분량)
우유 500g, 버터 50g, 설탕 50g, 밀가루(박력분) 100g, 달걀노른자 2개, 달걀 2개, 설탕150g, 럼 1큰술, 바닐라에센스 1큰술
만드는 법
1 냄비에 우유, 설탕, 버터를 모두 넣고 끓인다.
2 볼에 박력분, 달걀노른자, 달걀, 설탕을 넣어 거품기로 젓는다.
3 ①의 우유 믹스처가 끓어오르면 ②의 볼에 조금씩 부우면서 잘 젓는다.
4 얼음물에 볼을 띄워 식힌 다음 럼과 바닐라에센스를 넣어 섞은 후 냉장고에 하룻동안 숙성시킨다.
5 실리콘 몰드에 반죽을 90% 부어 250℃의 오븐에서 15분, 200℃에서 30~40분 굽는다.
Tip. 콕 짚어주는 결정적인 팁!
이미 언급했듯이 전통적인 카늘레는 동 몰드에 밀랍을 입힌 후 반죽을 부어 굽는다. 동 몰드 대신 실리콘 몰드에 만들 때 겉을 더 바삭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자. 몰드 안에 녹인 버터를 얇게 펴 바르고 설탕을 얇게 입힌 다음 반죽을 부어 굽는다. 농후한 캐러멜 맛이 잘 어울린다.
권은경 & 임미래 셰프
‘도시를 대표하는 디저트’를 소개하는 권은경·임미래 셰프는 미국 뉴욕 CIA에서 공부하며 쿠킹과 베이킹에 매료되었다. 권은경 셰프는 라스베이거스 CSN(College of Sothern Nevada)과 뉴욕 CIA를 졸업하고, 뉴욕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피촐린’에서 실력을 쌓았다. 파리바게트 R&D팀에서 근무하며 빵과 디저트를 선보인 바 있으며, 현재 쿠킹&베이킹 스튜디오 ‘셀에수크레’를 운영하고 있다. 임미래 셰프는 뉴욕 CIA를 졸업한 후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뉴욕 현대미술관 내 ‘더 모던’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현재 식품 전문 홍보회사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