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부인(張氏夫人, 1598~1680)
장씨부인은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서 경당(敬堂) 장흥효(張興孝)의
외동딸로 태어나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기고 은거한 석계(石溪)
이시명(李時明1590~1674)에게 출가하였다.
그녀는 어진 스승의 딸로, 선비의 아내로, 이름난 학자의 어머니로 이름이
높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 반가 음식 146가지의 조리법을 한글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실용적 요리 지침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을 지었다.
장씨부인이 열여섯 살 때 지은 시로
<성인음(聖人吟)>과
<소소음(蕭蕭吟)>이 있는데 뒷날 행서로 갈무리해 둔 이 두 시를
그의 남편이 새로이 글씨를 쓰고 둘째 며느리가 그 위에 푸른 깊을
덮어 수를 놓아 <팔용수첩(八龍繡帖)>을 만들었다.
팔용수첩이라는 이름은 비단의 아래위에 새겨진 여덟 마리 용문양
으로부터 붙여진 것이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검증된 바는 없지만 직접 수를
놓았다기 보다는, 다른 부분과 차이를 비교해 볼 때 처음부터
문양이 함께 직조된 것으로 보여진다.
팔용수첩은 시와 서와 수(繡)가 아울러 뛰어났다 하여
<이씨삼절(李氏三絶)>의 하나가 되었고 또
후손들은 '가전지보(傳家之寶)'란 표지를 붙여 전해지고 있다.
또한 그의 시첩인 《학발첩(鶴髮帖)》에는 늙은 어머니가
아들을 그리는 애절함을 세 章으로 된 고시를 초서로 쓰고 있는데
그 뜻을 살펴보면
鶴髮臥病 行子萬里
학같이 센 머리로 병들어 누웠는데 아들은 만리 먼 길을 떠났구나
行子萬里 曷月歸矣
만리 밖 수자리 간 내 아들아 네 돌아올 날은 언제이러뇨
鶴髮抱病 西山日迫
학같이 센 머리로 병을 안고 바라보니 서산 붉은 해는 이제 막 지려하네
祝手于天 天何漠漠
두 손 모아 하늘에 빌고 또 빌어봐도 하늘은 어찌 이리 아득하기만 한가
鶴髮扶病 或起或
학같이 센 머리 병마저 무릅쓰고 일어났다 쓰러졌다 아들을 찾네
今尙如斯 絶 何若
애절한 그리움 이제 저 같으나 옷자락 떨치며 떠났으니 어찌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