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종교자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초중고교에서의 종교자유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특히 학내종교자유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라는 측면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월 31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 등, 이하 종자연)의 공식 출범을 계기로 종교사학의 종교자유 실태와 대책을 알아보고, 이와 함께 불교종립 학교들의 ‘종교자유’ 현황은 어떤지 점검해본다.
# 강의석군 문제제기로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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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학내종교자유는 종교 교육이 미성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행위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제기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개신교계 사학인 서울 대광고에 재학 중이던 강의석군이 2004년 5월 ‘종교선택권’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화 됐다. 학생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학내 예배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일로 강의석군은 퇴학과 복학을 거듭했고, 급기야 사회 문제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후 대광고측이 시정을 약속하면서 강의석군의 ‘투쟁’은 일단락된 듯 했으나, 아직까지도 대광고는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 미션스쿨종교자유, 종자연 등 단체들이 대광고 재단인 대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익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 교육당국, 자율에 맡긴다며 소극적 대처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에 따르면 2005년 4월 현재 7대 종교 산하 사립학교는 482개에 달한다. 전체 사립학교 1974개의 24.4%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대학과 대학을 제외하더라도 초등학교 17개, 중학교 167개, 고등학교 227개에 이르고 있다.
각 종교들이 학교를 세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교(선교)를 위해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정기적인 종교교육과 의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채플’이나 ‘자아와 명상’과 같은 필수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현행 교육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개인의 종교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종교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립학교에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교육 당국의 강제 배정에 의해 학교에 입학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종교 수업과 의식을 강요당하고 있다. 강의석군의 예도 바로 이런 구조적 모순에서 출발한다.
강의석군을 지지하며 대광고에 종교 교육 개선을 요청했던 류상태(前 대광고 교목)씨는 “아무리 뛰어난 명문 사학이라 할지라도 종교자유와 관련해서 자유로운 학교는 거의 없다”며 “종교사학의 개교 이념과 교육부의 정책이 충돌하면서 종교자유침해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에서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학 자율성만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학교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경우 최대한 자율적으로 종교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학교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 역시 “지난해 공문을 통해 종교 과목외에 대체 과목을 편성할 것과 방과 후 종교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 등을 지도하고는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종자연 김기현 변호사는 “‘자율’은 사실상 방치를 의미한다”며 “관할 교육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일선 학교에 대한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생동의’ 요식행위에 그쳐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서울시내 종교계 설립 중학교 38곳 중 29곳, 고등학교 64곳 중 51곳에서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종교과목외에 다른 과목을 선택할 재량을 줘야 한다는 교육부고시 제1997-15호를 이행하고 있는 학교도 총 5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신교 중학교 30곳 중 종교 대체 과목을 편성한 학교는 14개, 고등학교는 51개중 33개 정도다. 정규 교과 시간외 강제적으로 특정종교 의식을 동반한 종교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 30곳 중 24곳, 고등학교 51곳 중 47곳이었다. 중고교 각각 80%가 넘는 학교들이 사실상의 종교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종자연 손상훈 사무국장은 “종교의식 참여나 종교과목 수강에 대해 학생 동의를 얻는 과정이 요식절차에 불과하거나 이마저도 거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강요 교육은 불교와 가톨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교계 학교 중 종교 대체 과목을 편성한 곳은 중학교 3곳 중 1곳, 고등학교 3곳 중 3곳이었고, 정규교과 시간외 종교활동을 실시하는 학교는 중학교 3곳 중 3곳, 고등학교 3곳 중 1곳이다.
가톨릭의 경우도 종교 대체 과목을 편성한 학교는 중학교 2곳 중 1곳, 고등학교 3곳 중 1곳이고, 정규교과 시간외 종교 활동은 중고등학교 5곳 모두에서 실시하고 있다.
# 불교종립학교는 자유로울까?
현재 불교계 중학교는 14개, 고등학교는 13개다. 전체 사학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와 같은 종교자유의 문제는 불교 종립학교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실제로 종자연이 최근 동대부속여고 학생 100명(1학년 44명, 2학년 37명, 3학년 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종교의식과 행사, 교육 등에 대해 ‘만족한다’는 학생은 15명에 불과했고, ‘보통’ 54명, ‘불만’ ‘매우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29명에 달했다.(무응답 2명)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종립학교 학생들의 종교가 비불교인 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불자학생은 동대부고 40%, 동대부속여고 45.7%, 금산고 34.5%, 동대부중 27%, 동대부속여중 16%에 불과하다. 일부 학교의 경우 개신교 학생의 숫자가 불교 학생의 2배에 이른 경우도 있다. 불교종립학교에서 언제라도 ‘제2의 강의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교법사단장 김남일 교법사(동대부속여중)는 “개신교계 학교에 비해 불교종립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종교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종교 수업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학교 배정시 학생 종교 고려해야
이와 같은 학내종교 강요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저한 제도 정착과 시행만이 진정한 종교자유를 완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교육과정 선택권 등의 교육선택권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준화를 지향하고 있는 현행 교육제도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학교 배정시 학생들의 종교를 고려해 배치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학교 선택이 아닌 경우에 있어서는 종교 강요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한다”며 “이는 헌법의 요구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상식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립학교에서의 종교 강요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육기본법 6조 2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서는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도 개념을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립학교가 종교교육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국공립학교의 종교 수업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일선학교에서의 특별활동 프로그램에 특정종교의 종파교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대신 종교일반에 대한 교육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모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앙대 청소년학과 최윤진 교수는 “학내 종교교육은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학생의 기본 인권을 보호하는데 일차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며 “인성 발달의 차원에서 종교교육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주입이나 강요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