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로 Ingres (1780~1867)】 "드 브로그리 왕자비의 초상 The princesse de Broglie"
깨끗하고 정확한 형태, 이상화된 아름다움, 균형 잡힌 구성은 신고전주의의 양식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속 여인은 황금색 1인용 소파에 팔을 기대고 서 있다. 팔을 기댄 것은 평상시 브로그리 공주가 습관처럼 취하던 자세라고 한다. 뒷 배경으로 표현된 벽의 가운데 금색 몰딩을 기준으로 위에는 상반신이, 아래에는 하반신이 드레스와 함께 표현되고 있다. 몸의 3/4만 그려 화면의 구성을 완벽하게 맞춘 듯하다.
브로그리 공주는 그 당시 파리에서 유행했던 호화로운 패션을 하고 있다. 이 당시 최고의 패셔니스타의 모습이다. 오프숄더로 된 파란색 새틴 드레스를 입고 있고, 금으로 수 놓인 이브닝 숄과 장갑은 1인용 소파에 걸쳐져 있어 이것도 함께 착용할 계획으로 보인다. 짧은 소매와 레이스 및 리본 등은 1850년대 유행한 이브닝드레스의 포인트이다. 이 드레스와 세트로 머리는 양갈래로 넘겨 뒤에 파란 장식을 매치했다. 그리고 파란 머리장식에 엷은 레이스가 달려있어 그녀의 귀걸이와 잘 매칭이 된다. 귀걸이는 여러 개의 진주로 제작되었는데 뒤의 장식과 어울려 세련돼 보인다. 그녀는 양팔에 팔찌를 하고 있는데 하나는 진주이고 다른 하나는 레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골드체인이다.
파란색 스커트의 실크 표현과 주름, 광택은 너무나 섬세하여 이러한 그녀의 패션 센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림 속 옷, 장신구, 소품의 디테일 표현이 매우 선명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한편 완벽하게 표현된 옷과는 약간 대비되게 그녀의 신체는 약간의 특이점이 보인다. 어깨라인과 팔의 라인에서 뼈나 근육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녀의 목과 손도 전체적인 비율에 비해 길다. 바로크 매너리즘의 특징이 생각난다.
뒷 배경은 단조롭게 표현되어 있는데 주인공과 우상단에 가족의 표식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거장,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1780~1867).
다비드의 가장 뛰어난 제자로 불리었고 고전적이고 규범적인 미술, 즉 형태와 선을 중시했던 화가였다. 평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는데, 당시 색채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낭만주의자들은 그를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앵그르의 붓을 거쳐서 나온 초상화는 당대 최고였으며, 인기가 무척 많았고 어려웠던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 역사화, 신화 또는 종교화에 대한 열정이 컸다고 하지만 초상화로서 그의 명성은 다른 화가와 비교할 수 없었다. 서양 미술사가 낳은 최고의 초상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를 그의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다.
화가 앞에 서는 것도 꺼려했던 수줍음 많았던 브로글리 부인. 그녀를 모델로 세우고 그리는 것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사전 스케치를 최소한 10점 이상 했다고 전해지는데, 직업 모델을 불러 누드를 먼저 그린 후에 비례와 구도를 맞추었다. 완벽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하지만 초상화 작업을 하면서 친구에게 내 생애 아내 말고는 초상화는 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 과정이었다. 실제로 부인을 제외한 여성의 초상화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브로글리 초상화를 위한 연습 (WIkipedia)
최고의 초상화
그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그가 남긴 초상화 중 최고라고 여겨지는 브로글리 공주의 초상. 뛰어난 사실주의적 관찰로 이루어낸 디테일, 완벽한 비례와 구도가 돋보이는 고전주의적 이상미,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신체의 일부를 왜곡하는 등 아름다움의 절정을 향한 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남편 알베르 브로글리가 죽고 난 뒤, 미국은행가 로버트 리먼을 통해 미국에 들어와 현재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리먼 윙(Robert Lehman Wing)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으로는 절대 나타낼 수 없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작품이 다시 보고 싶어서 미술관을 또 찾게 만드는 그림이다.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죽음을 맞이했을 그녀. 생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눈물을 머금고 있는 듯한 슬픈 눈. 마음으로 위로해주게 된다.
이렇게 완벽한 기법과 양식으로 앵그르는 19세기 대표 초상화가로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