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한다 말해줘] 06
S#1. 술집 (5회 마지막씬의 술집. 술도 마시고 춤도 추는 곳)
희수, 테이블에 삐딱하게 앉아서 땅콩을 씹어먹고 있다.
희수 앞자리 비었고, 희수, 플로어의 영채 쪽을 바라본다.
영채, 미친듯이 춤 추고 있다.
그런 영채를 보고 있는 희수 얼굴 위로
희수 : (E) 임신.... 거짓말이지......
희수 : .........
이나 : (E) 거짓말이 줄줄 생각나. 하나두 떨리지두 않구..
희수 : ......
춤추는 영채. 이사람 저사람에게 부딪히며 몸을 흔드는데,
처음에는 영채의 몸놀림을 웃기다고 재미있어하던 사람들, 나중엔 다 피해간다.
영채, 뒤돌아 머리 흔들며 춤추다가 어떤 남자에게 퍽 안긴다. 그런 영채 위로
이나 : (E) 지금 같아선 그보다 더한 짓이라두 할 수 있을 것 같아.
영채가 안긴 그 남자의 여자파트너가 뭐야 하며 흘기면,
그 남자, 뭐라고 욕을 하면서 영채를 바닥으로 확 밀어버린다.
바닥에 쓰러진 영채 위로
이나 : (E) 잘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게 나야, 희수씨.... 내가 이런 사람이더라구...
영채, 몸을 일으키더니 남자에게 달려든다. 싸움이 된다.
영채, 남자에게 맞을 것 같다.
신경질이 팍 올라 벌떡 일어나 영채에게로 가는 희수,
상대 남자에게 미안하다, 얘가 취했으니 좀 봐줘라 하는 제스쳐.
툴툴 거리는 남자를 뒤로 하고 영채의 팔목을 비틀어 꺾어 테이블로 데리고 오는 희수. 거의 던지듯이 영채를 테이블에 앉힌다.
영채, 저항없이 앉혀져서 멍하니 테이블을 응시하더니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엎어진다.
선채로 그런 영채를 심란하고 속상해서 보는 희수. 선채로 술 한모금 병째 들고 마시고.
S#2. 이나의 집 (밤)
이나의 전화벨이 울린다. 이나, 엎어져 있다가 전화 받는다.
이나 : ..... 여보세요.
S#3. 술집 (밤)
희수, 엎어져 있는 영채를 좀 떨어져서 보는 채로 전화하고 있다.
희수 :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말야....... 이 꼬맹이 한테 당신 음모를 다 밝혀버리면?
이나 : (F) ...희수씨!
희수 : 그러구.... 싶어졌어.
이나 : (F) 희수씨!!!
희수 : 나두 이 게임이... 신경질 나도록 재미있어졌어.
이나 : (F) 당신이 그런다구...
희수 : 내가 이런다구 그대루 물러날 당신이면 당신이 아니지, 알아, 안다구. 그러니 게임이라잖아?
S#4. 이나의 집 (밤)
희수 : (F 연결) 해보자 한번. 어차피 게임인데 나두 내 나름대로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지 않아?
내가 폭로하구 당신은 그걸 수습하려구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구. 그 거짓말이 또 거짓말이라구 내가 나팔을 불어대면,
당신은 그걸 이겨먹을 더욱 더 찬란한 거짓말을 만들어낼 거구? 아~ 흥미진진해라. 재미있어 죽겠다.
이나 : (독하게, 조용하게) 그렇게만.... 해봐.... 그러면 당신하구 나... 끝이야......
독한 이나의 얼굴위로
(E) 쾅! 하고 볼륨업 되는 술집의 댄스음악
S#5. 술집 앞 (밤)
문 열리면서 음악 엄청나게 커지면 희수, 영채를 끌다시피 데리고 나오고,
희수가 뒷발로 문을 쾅 닫으면 음악소리 작아진다.
영채 : 놔요. 안취했어요.
희수 : 할 얘기가 있다. 어디 조용한 데루 가자.
영채 : ... 안그래두 돼요.
희수 : 해줄 얘기가 있다니까!
영채 : 안 그래도 된다니까!
S#6. 거리 (밤)
인사동 거리 같은 곳. 밤이 깊어 인적이 거의 끊겼다.
둥그런 돌의자에 희수 앉아있고, 영채 서 있다.
희수 : 앉아.
영채 : ......(비틀~ 하며 앉는다.)
희수 : .......
영채 : 해요.
희수 : .....
영채 : 할말 있다면서 왜 안해요? 위로 같은 거... 설교 같은 거 하려던 거 아니었어요?
희수 : .......
영채 : 안하면 더 좋구요... 왜냐면...
희수, 영채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문득 이상해서 보면, 영채, 스르르. 희수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희수, 이게 뭔가... 보는데 영채 눈에서 또르르 눈물 방울 떨어지고
영채 : 옛날에... 내 무르팍에 누워서, 병수가 그랬어요. 평생, 내 무르팍에 누웠을때 보이는 세상만큼만 보구 살아두 좋겠다구.
희수 : ......
영채 : 그럴 수가 없게 됐으니까....... 위로는 ..... 나말구... 병수한테 필요할 거예요.
희수, 영채를 가만히 본다.
(처음으로 이나의 라이벌로서의 영채가 아닌, 영채로서의 영채를 발견하고 있는 순간임.)
영채 : 병수 지금... 너무 힘들겠다.... 그쵸......
S#7. 예술의 전당 (과거)
예술의 전당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들려오고 있고.
예쁘게, 여자애처럼 차려입은 영채,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데,
병수, 영채의 무릎에 누워 하늘 보고 있고. 봄이고. 꽃이파리 폴폴 날리(면 좋)고.
병수 : 영채야.....
영채 : (계속 책 보는 자세로 정물 처럼) 쉿.
병수 : (역시 자세 안바꾸고 그대로 굳어서 소곤소곤) 좋다.
영채 : 뭐가.
병수 : 하늘이....
영채 : 싱겁긴.
병수 : 니 무릎에 누워서 보는 하늘만큼만 보구 살아두 좋다....... 평생.
영채 : (계속 책에다 시선을 고정한 채로).
병수 : ......
그런 두 아이가 사진기의 뷰파인더 안에 보이고.
S#8. 영상원 (과거)
그 모습이 그대로 박힌 포스터가 영상원 대자보판에 붙어있다.
제 *회 영상전 <봄날> 이런 제목 씌여있고.
감독/영화과 4학년 이주호, 출연/영화과 2학년 김병수, 영화과 2학년 서영채.
상영일시/2001년 3월 *일, 상영장소/영상원 **관... 이런 것도 씌어있고.
그 포스터를 보고있는 학생시절의 병수와 영채.
병수, 포스터를 곱게 뜯어서 돌돌 말아 책가방에 푹 꼽는다.
영채 : (의아한) 왜?
병수 : (얼굴 벌개서) 몰라...(해놓고 저 혼자 막 간다)
영채 : 야! (따라간다)
S#9. 하숙집 병수 방 (과거)
병수가 들어와서 책상위에 책가방 벗어놓는데, 책가방에 포스터가 한가득 꼽혀있다.
영채, 병수를 쫓아 들어온다.
영채 : 왜 그걸 죄 뜯어온거냐 대체? 그거 다 뜯겨져 나간 거 알면 성질 드런 주호선배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
병수 : 이건 불공평해.
영채 : 어?
병수 : 포스터 제작 같은 건 아무두 안해. 그냥 필름만 제출하지. 다... 단체 포스터 있는데 이게 왜 또 따루 필요해?
조... 좀 사는 집 아들이라구 사비 들여 이딴 거나 만들구.
영채 : ?? 너 왜 더듬냐?
병수 : 내, 내가 언제?
영채 : 그리구, 불공평하다 생각했음 첨부터 찍지말자 그랬어야지 다 찍어놓구 이러는 건 또 뭐냐?
병수 : 모...... 몰라.
영채 : 얼렐레? 얼굴 까지 벌개져서 얘가 왜 이래 정말?
병수 : 나가 나가, 나 옷 갈아입을 거야!!!!!!!!!
영채 : ?
병수 : 안나가? 그럼 그냥 있든지! (하면서 영채 앞에서 바지 벗으려고 하면)
영채 : (얼른 나가며) 변태자식.
영채, 나가면... 병수, 바지에서 손 떼고 책가방에서 포스터 돌돌 만것 하나 쓱 뽑는다. 펼치는데
S#10. 하숙집 병수 방 (현실/밤)
그 포스터를 펼쳐서 보고있는 병수. 색이 좀 바래있다.
커다란 가방 꺼내놓고 짐 챙기는 중이었다.
석관이 그런 병수를 어리둥절 해 보고 있다.
석관 : 야 임마야, 니 모하는 긴데, 으이? 니 와 요즈막에 야릇하고 수상하고 미심쩍고 오묘한 짓거리만 하는긴데, 으이?
야 쫌 말 좀 해 바라,
병수 : (포스터 계속 보면서) 너무 예뻐서 그럤어.
석관 : ??
병수 : 너무 예쁘게 나온 영채가 벽에 붙어있는게 싫었다. 지나가는 애들이 한번씩 보는게 어쩐지 기분이 안좋아서...
석관 : .??
병수 : (포스터 다시 돌돌말아 가방에 넣고)
석관 : 니 오자마자 어데 또 가나?
병수 : (오르골..... 소리나게 해 놓고 ..... 보는)
석관 : 사람말이 말로 안 딛끼고 막걸리로 딛끼나!!! 어데 가나 말이다!!!!!!
능옥 : (E 화난) 이냉 말라구? 하숙집 쥔 노릇만 허구 스냥 말어?
S#11. 영채의 방 (아침)
뒤척이는 영채와 을채 위로 능옥이 화 내는 소리 들려온다.
능옥 : (E) 때때마다 밥이나 채려주구 빨래가 널어주구 딴거넌 그냥 말라는 겨 시방?
을채 : (잠꼬대 버럭) 그냥 말라는 겨 시방! (능옥처럼)
벌떡 일어나는 영채......
S#12. 거실
능옥이 병수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병수, 바닥에 어젯밤에 싼 가방을 놓고 있다.
능옥 : 느덜이 나헌티 말루다가는 이모이모 떠들어대민서 나 가유, 그리 알어유, 그간 행벅했슈, 그라머넌 쫑인겨?
나넌 느덜 부모헌티 느덜 기취향방만 우탁(위탁) 받은 거이 아니구, 여게 있는 동안이는 느덜 부모자리까지 받은
사람이다 말여. 내가 불영사를 떠날때 이 자리가 아니었으머 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서 속세 가서 머리 질러두 좋으니라
허락하시지럴 않었다 이말여! 자석이 가출 헌다넌데 워느 부모가 오냐 그래 잘가거라 헌다네?
병수 : 이모...
능옥 : 이유넌 묻지럴 말라니. 그것이 때때마다 밥이나 주고 말라는 소리 아닌개벼! (하는데)
영채 : 이모, 병수 보내주세요.
소란 중에 하숙생들 몇몇 문 빼꼽 열어보고 있고,
이층에서 영채와 을채 내려와 있고, 석관도 자다말고 부스스해서 내려와있다.
영채가 능옥과 병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고,
을채와 석관, 그런 영채를 시선으로 따라가고 있다.
영채 : 병수... 어디 가야해요... 여기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병수 : .....
영채 : 이유는.... 나중에 제가 말씀드릴께요.
병수 : .......
능옥 : ......
영채 : .......
병수 : ......
능옥 : 울진서... 다덜 올라오시라구 햐... 아녀, 말어. 내가 직접 말씀 드릴라니께.
느덜은... 느덜 부모 오시머넌 삼자 대면 연후에 나가든지 말든지.
영채 : 이모, 아빠한테는 제가,
능옥 : 낼이 반굉일(반공일, 토요일)이라 석관이 부친이 오후에 상경허실테니께
석관 : (잠이 확 깨서) ???
능옥 : (연결) 같이 오시머넌 되겄구먼.
석관 : 이모! 벌써 저나하셨능교!!! 야???
능옥 : 다덜 씻구 밥 먹어. 때때마다 채리는 밥 채려는 놀라니껜.
(돌아서다가) 느덜 어수선하먼 나두 맴이 어수선햐... 한짝으루는 하숙집 쥔 아주머니지마넌, 한짝으루다가는 틀림없이
나두 니덜 부모니께....절집 불목하니 취급은 허지 말라 이말이여.
능옥, 괘씸하고 서운한 낯빛을 감추고 주방으로 사라진다.
석관, 물색 모르고 "이모이모" 부르면서 능옥을 쫓아가고,
영채, 병수의 등짝을 일별하곤 이층으로 올라간다.
을채, 병수를 보다 영채를 보다 하더니 "언니야" 부르면서 영채를 따라간다.
병수 : ......(멍한 얼굴)
S#13. 인서트
샤프펜슬로 슥슥 사람 얼굴이 그려지고 있다.
S#14. 을채네 학원 교실
칠판에 따닥따닥 판서 하는 소리, 강의 하는 소리 들려오고,
을채, 연습장에다가 병수 얼굴 그리고 있다. 제법 솜씨 있고.
강의 하는 소리, 판서하는 소리 멈춰있는데 을채, 모르고 계속 그린다.
자세히 보면 을채, 소리죽여 울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 그리고 나서 그림 아래쪽에 '병수오빠'라고 쓰고,
을채의 눈물이 연습장 위로 투두둑 떨어지는데, 을채 앞에 와서 서는 선생의 다리.
선생, 연습장을 확 걷어간다.
놀라는 을채.
졸다가 깨서 을채 쪽을 보고 있는 한준.
S#15. 학원복도
눈물로 얼룩진 병수의 얼굴이 그려진 연습장을 높이 쳐들고 꿇어앉아 벌을 서고 있는 을채.
잠시후, 교실 문이 열리고, 한준이 늘쩡거리면서 나와서 을채 옆에 선다.
을채, 울면서 그런 한준을 올려다 본다.
한준, 을채 옆에 꿇어앉는다. 을채 시선도 내려 온다.
두손은 주먹을 꾹 쥐고 허벅지 위에 놓는 한준.
을채 : (울면서도) 뭐꼬?
한준 : 공책 꺼내는데 담배까지 같이 딸려나왔다 왜.
을채 : 근데 와 팔은 안드는데?
한준 : (주머니에서 시가! 한뭉치를 꺼내 입을 크게 벌리고 넣는다.) (다시 두 주먹은 허벅지 위에)
선생 : (교실 앞문 열고 두 아이 내다보고 다시 들어가면)
을채 : 내랑 같이 있어줄라꼬 그란 기는 고마분데, (흑흑) 니를 치다볼 기력이 엄따 내는.
한준 : ??
을채 : 내 주머니에 손 좀 느바라.
한준 : ??
을채 : 퍼뜩.
한준 : (할 수 없이 을채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을채 : 끄내그라.
한준 : (꺼낸다, 핸드폰)
을채 : 1번 길게 눌러라.
한준 : (야리고, 누른다.)
을채 : 대 도.
한준 : ?
을채 : 귀에다 대 달라 이말이다 문디야!!!
한준 : (어휴~ 이걸 확! 하면서도... 을채 귀에 핸드폰을 대 준다)
을채 : 통화중이다. 다시 해라. (하면서 계속 훌쩍이고)
한준 : ... (구기면서 보는데)
S#16. 울진 고등학교 복도
쉬는 시간.
필상, 아이들을 벌 세워놓고 그 옆에서 전화 받고 있다.
필상 : 예, 쓱까이 부친 캉 오후에 같이 상경 하겠심더. 아아들은 다 학교가고 출근하고 그캤능교?
능옥 : (E) 애덜 다 데꾸 시방 시장 점 보려 갈라구유. 찬두 다 떨어졌구 짐치두 담거야 허구유.
필상 : 예, 그카모 이따 벱지예. (하며 전화에다가 대고 꾸벅 절하고 전화 끊고) 팔 똑바로 못드나!!!
비비 꼬고 있던 아이들 팔 번쩍 드는데 진동하는 필상의 전화벨.
필상 : (돌아서서, 받는) 예.
을채 : (F 우는) 아빠!
필상 : 누꼬!
을채 : (F) 내다, 을채다!
필상 : ? 니 우나? 와 우노?
S#17. 학원 복도
한준, 입에 시가 물고 을채 귀에 핸드폰 대주고 있고,
을채, 병수 그림 번쩍 들고 울면서 통화중이다.
을채 : 아빠, 벵수오빠야가 인자 울 식구가 영영 아이란다.
한준 : ?
아빠 : (F) 무신 소린공 통 모리겠다. 울지말구 알아듣구로 따박따박 말 해바라.
을채 : 뱅수 오빠야 한테, 내도 아이고, 영채 언니야도 아이고... 딴 여자가 생깄단다...
한준 : 야, 너 그게 정말이야? (입에 시가 물고 있으므로 발음 정확하지 않다.)
을채 : 우야몬 좋노 아빠~~~~~~
S#18. 학교 복도
필상 : ..........
아이들, 필상이 멍 해 있는 사이 살살 도망치고 있다. 그래도 모르고 있는
필상 : ...... 뱅수 니......
S#19. 시장
실내 대형 마트 같은 곳.
생선 가게 앞, 굳은 얼굴로 생선 이리저리 들춰보고 고르고 있는 능옥.
배추 등 무거운 짐을 카트에 싣고 손에도 나눠들고 있는 병수와 영채. 분위기 굳어있고.
석관만 물색 모르고 능옥의 뒤를 졸졸 쫒아다니며 떠들어대고 있다.
석관 : 이모, 이모가 울아버지한테 말씀쫌 잘 쫌 해주이소, 야? 지 꿈은 예..사무엘잭슨 맹키로 유능한 네고시에이터가 되는깁니다.
아시지예? 인질협상가 아잉교, 네고시에이터. (돌아) 느그들, 알제? 사무엘잭슨. 네고시에이터 주인공! 으이? 직~이잖아...
(다시 능옥에게) 그란데 학교에서는 인질 협상하는 방법 같은 거 절대 안갈치줍니다. 와 안 갈치 주는지 아시능교?
능옥 : 갈치 한 상자 줘봐유.
석관 : 갈... 치.... 주지 않는 이유가 뭔가 하모 말입니데이, 즈그들도 인질 협상 하는 방법 같은 걸 모리는기라~
그라모 어데서 베우느냐...
능옥이 값을 치르면, 병수가 주인에게 박스를 받아 카트에 담는다.
능옥 다른 쪽으로 옮겨가고, 석관 떠들면서 능옥을 졸졸 쫓아가는데
석관 : 아무데서도 안갈치 주는 기라요! 으이? 우예 아무데서도 안갈치 주느냐!
이 대한민국에서 인질협상가, 네고시에에터라는 직업 자체가 없다 이긴가라요!!!
석관아 떠드는 동안 병수, 카트 밀고 따라가면서 영채가 들고있는 봉지를 가져와 카트에 담는다.
가는 병수. 따라가는
영채 : 병수야...
병수 : ...(서는)
영채 : 얘기... 하자, 우리...
병수 : ...(끄덕)
S#20. 카페안
이나, 혼자 앉아있다. 화장기도 하나 없이 부스스한 모습. 시계 보는 이나.
전화 걸어 보는 이나.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한다. 벌떡 일어나는 이나.
S#20-1. 희수 오피스텔 안
커튼 드리워져 있어 아침인데도 어둑시근한 실내.
희수, 머리통을 싸쥐며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 앉는다. 인상 잔뜩 찌푸리고, 팔 뻗어서 물 컵 들어 물 벌컥벌컥 마시고,
버리듯이 컵 던져두고, 몇신지 보고, 힘겹게 침대를 나가 창 쪽으로 가 커튼을 확! 젖히는데
S#20-2. 거리 (밤)
#6의 인사동 거리 회상
영채, 스르르, 희수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희수, 이게 뭔가... 보는데, 영채 눈에서 또르르 눈물 방울 떨어지고
영채 : 위로는 나말구... 병수한테 더 필요할 거예요.
희수, 영채를 가만히 보고
영채 : 병수, 지금... 너무 힘들겠다, 그쵸?
그위에 (E) 벨소리.
S#20-3. 오피스텔 안
희수, 창가에서 영채를 생각하다 벨 소리에 문쪽을 휙 보고
S#21. 희수 오피스텔 복도
이나, 벨 누른다. 인기척이 없다.
이나, 가방 열고 열쇠꾸러미 꺼낸다. 열쇠 찾는데, 희수 열쇠는 돌려주고 없다.
팔 축 늘어뜨리고 가방 안에다 키 꾸러미 푹 쑤셔 넣는데, 문 벌컥 열린다.
부스스한 입성으로 문 열고 보는 희수.
S#22. 오피스텔 안
이나, 희수를 앞질러서 들어와 선다.
희수, 문 닫고 들어와 화장실로 가는데
이나 : 카페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열개두 더 남겼을꺼야. 왜 전화 죽여놔? 약 올려 죽이려구 작정했어?
희수 : 용건이 뭐야.
이나 : 말했어?
희수 : .......
이나 : 말... 했냐구, 꼬맹이한테.....
희수 : ...... 그게 궁금해서 왔니?
희수, 이나가 원하는 대답은 묵살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데,
S#23. 화장실 안
희수 변기 뚜껑 탁 올리고 쉬 하는데 이나가 무람없이 문을 쾅 열고 희수 뒤꼭지에 대고
이나 : 말....했냐구!
희수 : (약 올리듯...... 쉬~)
이나 : ....
희수 : (볼 일 다보고 돌아서서 세면대에서 물 틀고 손 씻는)
이나 : (폭발할 듯이 보고 서 있고)
희수 : (물 잠그고 수건에다 손깢 꼼꼼히 닦고)
이나 : ....
희수 : (이나 밀치고 나가면)
이나 : ....
S#24. 오피스텔
희수, 화장실에서 나와 현관에 떨어져있는 조간신문 주워가지고 소파로 간다.
그런 희수의 움직임을 시선으로 매섭게 따라가고 있는 이나.
희수, 신문 펼치며 소파에 깊숙하게 앉는다.
이나 : 희수씨.
희수 : 어디루 갔지? 조이나의 빛나는 총기가.
이나 : 희수씨!
희수 : 어디루 다 사라져버린거지? 당신, 도도한 콧대.
이나 : .....
희수 : 거짓말이 들통나 계획이 무산될까봐 허겁지겁, 조이나가 화장하는 걸 다 빼먹구 맨 얼굴루......당신 지금 정말 별룬거 알아?
이나 : 말 했냐구! 임신 같은 건 첨부터 거짓말이라구 말 해 버렸냐구!
희수 : (신경질 적으로 신문 탁 접어 집어던져두고) 아니, 안했어.
이나 : (안도).....
희수 : 당신 그 요요한 품위가 다 어디루 가 버렸지? 그렇게 노골적으루 안심하는 표정을 짓다니....
이나 : 고마워, 진심이야. (가려구 한다)
희수 : 예의루라두, 왜 말 안했냐구 물어봐주라.
이나 : .....
희수 : 하려구 했는데, 갑자기 그 꼬맹이가 무지 이뻐보이더라구.
이나 : ......
희수 : 이쁜 아이더라구. 우리랑은 종류가 완전히 다른.
이나 : .......
희수 : 당신이 그 녀석한테 빠져버린 이유랑 비슷한 거 아니겠어?
위로 같은 건 필요없다다라. 위로는 자기가 아니라 그 녀석한테 더 필요할 거래.
이나 : ...(곤두선다)
희수 : 옛날에 그 녀석이 꼬맹이 무르팍에 누워서, 평생 무르팍에 누워서 보이는 세상만큼만 보고 살아두 좋겠다고 했다나?
이나 : 무슨 말이 하구 싶은 거야?
희수 : 이제 그럴 수 없게 됐으니까, 그 녀석 정말 힘들겠다구...
이나 : ...(변함없이 굳세게 밀착해 있는 두 아이의 영혼이 느껴져서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의 침묵)
희수 : 그 순간에... 피붙이 같은 녀석을 떼낼 작정을 하면서, 그 녀석을 더 걱정하더라구.
이나 : ....
희수 : 진심으루, 가슴이 아팠어. 안아주구 싶을만큼 가여웠지.
이나 : ........
희수 : 두녀석 다 어떤 녀석들인지 정식으로 궁금해졌구, 두 녀석 다 가여워졌구....
그래. 당신이 먼저 하는지, 내가 먼저 하는지... 내기할까?
이나 : ?
희수 : 결혼 말야. 그녀석하구 결혼 할 작정 아냐? 반드시 그렇게 만들구야 말겠지 당신?
이나 : .......
희수 : .... 궁금한 게 있다, 대답해 주라.
이나 : .....
희수 : 내 아인... 한번두 가져본 적 없니? 실수루라두 말야.
이나 : .....있어.
희수 : (충격)
이나 : ....... 뉴욕에 있을 때였구, 방학때 들어와 중절수술 받았어.
희수 : .....
이나 : .......
희수 : .......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두 없이..... 지울... 수가..... 있었어?
이나 : 지운단 표현 하지마. 나한텐 간단한 수술이었을 뿐이야. 당신한테나 나한테나 어이없는 실수였을 뿐인데,
그게 지금 와서 뭐가 어떻다는 거지?
희수 : .... 그녀석한텐... 그런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나 : 진짜구 싶어. 진짜 갖구 싶어. 진짜 낳구 싶구... 곧 그렇게 할꺼야.
희수 : ...........(분노와 충격)
이나 : .....
권투선수처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
S#25. 희수 오피스텔 앞
이나 나와서 느릿느릿 주차장으로 간다.
S#26. 주차장
차 문 열고 타는 이나. 시동거는데,
이나, 열망과 불안함이 뒤섞여 지친 얼굴, 눈빛만 쨍하니 빛나고 있고 얼굴은 해쓱하다.
S#27. 희수 오피스텔 안
희수, 가만히 멍하게 있다.
S#28. 달리는 이나의 차
운전하는 이나 얼굴 위로
희수 : (E) 옛날에 그녀석이 꼬맹이 무르팍에 누워서 평생 무르팍에 누워서 보이는 세상만큼만 보구 살아두 좋겠다구 했다나?
이나 : ......
희수 : (E) 이제 그럴 수 없게 됐으니까, 그 녀석이 정말 힘들겠다구.
이나 : ........
희수 : (E) 그 순간에... 피붙이 같은 녀석을 떼낼 작정을 하면서, 그 녀석을 더 걱정하더라구.
이나 힘이 드는지, 길가에다 차를 세운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이나 : (눈물 쓱 닦으며 혼잣말) 이건 그래두 절대 안 지겠다의 눈물이다 병수야. (닦아도 흐르는 눈물) 이건 분하다의 눈물이야.
너무 힘들어 분하다. (쓱 닦고 또 흘러내리는 눈물) 이건...질투다. 샘나 죽겠다...(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어버리는데)
이나 전화벨이 울린다. 이나, 눈물 대충 수습하고 번호 확인, 모르는 번호. 전화 받는다.
이나 : 여보세요.
병수 : (F) 병숩니다.
이나 : .......
병수 : (F) 몸은.... 어떠세요?
이나 : ... 걱정.... 하는거니? (일종의 감격으로 현기증처럼)
병수 : (F) 만났으면.... 해요.
이나 : ......
병수 : (F) 언제... 어디가 좋으세요?
이나 : .... 점심.. 먹을래?
병수 : (F 순하게) .......네......
이나 : (또 눈물이 주르륵)
S#29. 길거리 공중전화 부스
병수, 전화 끊고 나와 천천히 걸어간다.
S#30. 이나의 차 안
앞 씬과의 커트백의 느낌으로. 전화기 쥐고 가만히 있는 이나.
S#31. 거리
커트백. 걸어가다 어떤 상점 앞에 멈추는 병수. 상점 쇼윈도에 비친 병수 얼굴 위로
영채 : (E) 사실 실감이 안나, 이렇게 괜찮아두 되는 건가.... 싶은 지경이야...
S#32. 성곽 (병수의 회상)
성곽위에 영채, 양반 다리로 앉아있고 그 옆에 병수, 다리 길게 늘어뜨리고 가만히 앉아있다.
영채 : 나 이렇게 아무렇지두 않아두 되는 거니?
병수 : ....
영채 : 너 말 하기 힘들거구, 나두 니 얘기 듣는 거 솔직히 불편하니까 내가 말할께. 듣기만 해.
병수 : .....
영채 : 아침에 을채한테 대충 말했어. 아빠한테.... 너나 내가 말하기 힘든거, 을채는 꽈바치듯이 쉽게 해 줄 테니까..
어짜피 알게 될꺼... 그렇게 했어... 아마 대충 들어셨을꺼야.
병수 : ....
영채 : 하숙집은 역시 니가 나가주는게 좋겠어. 집이 바뀌면 한동안 니가 잠자다울구..그런다는 거 알지만, 난 을채두 돌봐야하구..
병수 : .....
영채 : 니가 갈 데가 없는데 어쩌나 잠깐 걱정두 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주제 넘는 일 맞지?
병수 : ........
영채 : 그치만 너무 빨리 조이나씨네 집으루 들어간다든가 하는 건..... 그건......
병수 : ... 회사.......
영채 : .......
병수 : 회사에서 잘께.
영채 : ..... 그래 고맙다.
병수 : ....
영채 : 난 그렇다 치구,
병수 : .....
영채 : 아빠, 엄마.... 내 동생들...
병수 : ....
영채 : 그 사람들은...... 나랑 상관 없이두 너랑 관계 지어져 있는 사람들이니까... 어떻게 정리하든... 니가 알아서 해라.
병수 : ....
영채 : ... 회사는....
병수 : ......
영채 : 조만간 내가... 다른델 알아볼께.
병수 : 영채야.
영채 : 듣기만 하랬잖아.
병수 : ......
영채 : 별루.... 의미가 없어졌어.
병수 : .......
영채 : 영화.... 너땜에 꿈꾸던 건데 혼자서... 될까?
병수 : ......나 ...... 나때문에?
영채 : 너.. 때문에, 너 위해서.
병수 : ....
영채 : 그런게... 있어...있었어... 이젠... 꿈꾸면 안돼. 그치?
병수 : .......
영채 : .... 너 없이 잘 될지 안될지, 가닥이 안잡혀.
병수 : .....
영채 : (병수를 천천히 본다. 머리통도 본다)
병수 : ......
영채 : (보지말자. 안본다)
병수 : .....
영채 : ........조대표가....
병수 : .......
영채 : 널 많이 좋아하니? 많이? 아주 많이?
병수 : ... 그런 거 같아...
영채 : (눈을 죽어라고 질끈... 감았다가).......(뜬다)....(목이 꽉 메인 소리로).. 괜히 물어봤다.
병수 : ....
영채 : (성곽에서 폴짝 내려서며 손을 탁탁 털고) 간다. 시장 잔뜩 봐 놓구, 이모 혼자 힘드실꺼야.
회사 가거든 나 당분간 아웃일꺼라구, 영영 아웃 시키구 싶으면 그러라구 전해주라.
영채, 간다.
병수, 차마 보지도 못하고 가만히....
S#33. 상점 안
주인과 종업원 뭐라고 말 하다가 밖을 보면,
병수가 유리를 한대 칠 듯이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고 있다.
웬 미친놈? 하듯이 서로 보는 주인과 종업원.
S#34. 상점 앞
쇼윈도에 비친 제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병수. 자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주먹을 쳐들고 있다.
진짜 병수와 유리에 비친 병수가 맞장 뜨듯 주먹을 을러대고
S#35. 이나의 집 안
밖에서 달각 달각 급히 열쇠 돌리는 소리. 문 열리고 후다닥 이나가 뛰어들어온다.
키 던져두고, 가방 던져두고, 뭘 먼저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이나.
S#36. 욕실
샤워하는 이나.
S#37. 화장대 앞
화장하는 이나. 생기가 돈다.
S#38. 옷장 앞
옷장 문을 힘차게 여는 이나.
S#39. 전신 거울 앞
다 끝내고 거울 안으로 쓰윽 나타나는 이나. 봄이다. 아름답다. 여인이다.
S#40. 올인원
오상무와 경림과 다른 팀원이 수다 떨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땡 소리가 나고 문 열리면, 엘리베이터에서 화사하게 내리는 이나.
직원들, 이나를 보고 놀란다.
오상무는 좀 떨떠름하게 놀란다.
이나 : (화사하게 웃으며) 점심?
경림 : 예....... 조대표님, 근데...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이나 : (부드럽게) 고마워요. 맛있게들 드세요.
경림 : (적응 안돼서) 에...예...
이나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자 버튼 눌러 열어놓으며) 타세요.
경림 : 에....예... 조대표님은 점심 안드세요?
이나 : 난 약속이 있어요.
경림 : 예에.......
직원들, 이나의 배웅을 받으며 어리둥절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데, 맨 마지막으로 타는 오상무를 향해
이나 : 오상무님.
오상무 : (무뚝뚝하게) 예. 제작발표회는,
이나 : 저번엔 죄송했어요.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 있었거든요. 이메일루 보내신 보고서 체크했어요. 안심했어요. 수고하셨어요.
오상무 : ........
이나, 미소짓고, 오상무, 칭찬 받은게 믿기지 않는데
이나, 버튼에서 손을 떼면 문 닫히기 시작하고 이나, 완전히 문이 닫힐때까지 사랑스런 직원들을 보고 있다.
어리둥절한 직원들.
S#41. 차이니즈 레스토랑
비싸고 근사한 곳이다.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직원들 왁자하게 떠들며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오상무, 미심쩍은 느낌을 털어버리려는 듯 너스레를 떤다.
오상무 :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 뭐든지 맘대루 시켜.
경림 : 정말이죠, 오상무님?
오상무 : (메뉴판을 들척 거리며) 그럼, 내가 헛소리 하는 거 봤어? (웨이터에게) 난 짜장.
직원들 : ......(김새는)
경림 : (궁시렁)
오상무 : 왜? 왜들그래? 먹구 싶은 거 뭐든지 맘대루 시켜 먹으라니까.... (웨이터에게) 난 단무지 좀 많이 주구.
경림, 그런 오상무를 어이없는 듯 보다가 문득 입구 쪽으로 시선.
경림, 갸웃한다.
병수가 들어와 안내를 받으며 이층으로 올라간다.
경림 : ?
S#42. 레스토랑 이층 복도
직원이 병수를 한방으로 안내한다. 병수 들어간다.
경림이 쪼르르 올라와 계단 참에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병수를 몰래 본다.
S#43. 방 안
병수 들어온다. 이나 기다리고 있다.
이나 : (웨이터에게) 준비해 주세요.
웨이터, 예 인사하고 나가면
이나 : (다소 긴장한) 괘, 괜찮니 중국음식?
병수 : ....(끄덕)
이나 : 천천히 즐기면서 맛있게.... 먹구 싶어. 괜찮지?
병수 : ....네.
이나 : ......
잠시 어색한 침묵 후에.
병수 : 저한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좋겠어요.
이나 : ....... 시간....... 주면.....
병수 : ........
이나 : 나한테... 오니?
병수 : ......
이나 : 아기 때문이니? 책임감 때문에?
병수 : ... 아니라구 할 수 없어서... 죄송해요.
이나 : ......
S#44. 방 밖 복도
경림, 방문 앞에서 숨을 푸파푸파 쉬고 있다. 충격... 충격...
쪼르르 내려가는 경림.
S#45. 일층
모두 짜장면이나 짬뽕이나 군만두를 먹다가 놀라서 경림의 얼굴을 보고 있다.
경림, 진짜라니깐! 하는 얼굴로 모두를 본다.
모두 이층을 본다.
오상무 : ......
S#46. 방 안
병수 : ... 노력해 볼께요. 시간을... 주세요...
이나 : ... 얼마나... 어떤 시간을 원하니?
병수 : 당장 같이 살 순 없어요.
이나 : (왜! 하고 되 물으려다 만다. 어쨌든 같이 살겠단 말이니까.)
병수 : 당분간... 회사에서 지낼께요.
이나 : .....
병수 : 영채부모님...저한테두 부모님이세요. 말씀 드려야 해요. 영채네 집에 들어가기전까지 살았던 절집에두...말씀 드려야 하구,
영채 동생들... 하구두 인사해야 해요. 영채랑은....
이나 : ...
병수 : 영채는... 아직 실감 안난대요. 저두 그래요.
이나 : .....
병수 : 시간이 지나서 영채가 실감하구... 너무 많이 힘들어하면...
이나 : 힘들어하면? ....... 힘들어하면 어떡할건데? 다시 영채한테 가려구?
병수 : 너무 많이 힘들어하면, 딱 한번만... 보구 올께요.
이나 : (목이 메이는)...그러니까...
병수 : ...
이나 : 요컨데... 내가 너한테 줘야 하는 시간은, 망치루 얻어맞은 직후라 통증두 안 느껴지는 이 순간을 지나,
통증이 느껴지는 시간을 기다리구, 그리구 너무 많이 힘들어하는 순간까지 기다려주구,
그런 다음에 딱 한번 니가 영채한테 다녀올 시간... 거기까지니?
병수 : .....
이나 : 거기까지 기다리면... 그 담엔 너... 완전히 내꺼니?
병수 : .......
이나 : 거기까지니?
병수 : ...(혼란스러운 채로, 성실하게 고개 끄덕인다)
이나 : ... 그래 .... 그러자... 그러자꾸나..
병수 : .......
이나 : 근데 병수야...
병수 : ......
이나 : 널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나두 온통 너덜너덜해 졌다, 아프구, 또 아파서.
병수 : ......
이나 :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지 말아라...
병수 : ......
이나 : ......
이나, 테이블 위에 새 핸드폰을 꺼내 놓는다.
병수, 본다.
이나 : 내가 니꺼 던져버렸잖아.... 새루 샀어, 받아주라......
병수 : .....
S#46-1. 올인원 복도
경림을 비롯한 직원들 커피가 든 종이컵 하나씩 들고 수군대고 있고,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이나 내린다.
직원들, 이나를 보고는 잽싸게 입을 다고 각자 제 방으로 흩어진다.
이나, 그런 직원들 보고 잠시 멈췄다가, 크게 개의치 않고 자기 방으로 가는데 오상무 방 문이 슥 열리고
오상무 : 조대표. 얘기 좀 합시다.
이나 : (E) 헛소문 아니예요.
S#46-2. 이나의 집무실
오상무, 놀라서 눈 크게 뜨고 보고 있다.
이나 : 돌구 있는 소문은... 과연 소문 답게 부풀어 올라 저절루 꾸며진 감이 있긴 하지만 완전히 헛소문 만은 아니에요.
아마두 결혼 하게 되는가봐요. 김병수랑.
오상무 : (놀라서 입 쩍 벌리고)
이나 : .....(미소)
S#47. 성곽길 (오후)
한준이 열나게 언덕길을 뛰어올라가고 있다. 이얏호! 점핑도 한다.
저 아래서 을채가 헉헉 대며 올라오고 있다.
S#48. 하숙집 앞 골목
한준이 달려오는데 하숙집 문이 챙 열리고 영채와 석관이 나란히 나온다.
한준, 영채를 발견하고 달려와 서서 숨을 헥헥 댄다.
영채,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면
한준 : 그럼 인제 나두 되는 거지!
영채 : ?
석관 : ?
한준 : 그자식이 없어지면 너두 홀몸 나두 홀몸! 우리 인제 일대일 할 수 있는 거지?
석관 : 니 오늘은 누구고?
한준 : 난 없어지지 않아!!! 난 죽지 않아!!
석관 : ???
영채 : (가면)
한준 : (두팔 벌리고 영채를 가로막듯이) 난 죽지 않아.
<백한번째 프로포즈>에서 문성근이 달려오는 트럭을 막고 서 있는 장면 떠오른다.
S#49. 청량리 역
영채와 을채, 석관, 부친들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승객에 섞여 석관 부친과 필상 나온다.
석관 부친, 나오자마자 지팡이를 휘두르며 석관을 패고, 석관, 아... 아부지요 와 이라능교 하며 피한다.
을채, 아빠~ 하고 가서 안기고 영채, 아빠를 보고 서 있다.
필상 : 을채 니... 쓱가이캉 쓱가이 부친 모시고 먼저 드가그라.
을채 : 와?
필상 : (영채를 보는).......
영채 : ......
S#50. 하숙집 거실 (밤)
석관, 석관의 부친과 능옥 앞에 꿇어앉혀져 있다.
석관, 열심히 변명하던 포즌데,
능옥 : 딴청 말구 후딱 이실직고혀. (부친에게) 그 집이 자제분께서 내꼬치 아프단지 머인지가 돼야 쓰겄다민서
핵교럴 작파하구 빈둥거리네유... 도리상 두구 볼 수 없어개지구 메셨으니께... 꼬치두 검사허시구 다다 저거덜 하세유...
(하고 일어나 사라진다.)
석관 : 꼬치 아푸다가 아이고, 네고시에이터(하는데)
부친 : (빡! 하고 석관의 머리통을 갈긴다)
석관 : 아 아부지요!! 말로 쫌 하입시데이 말로!
부친 : 내 니 대학 가모 사람 다 댄기라꼬 맘 푹~ 놓고 있었더마, 멋대로 휴학해가 등록금은 으데다 다 날리고, 니 하는짓거리 보이
사람 델라카믄 안즉도 멀었다. 느그 쌤 은혜를 이래 원쑤로 갚아도 대나 니! 내가 느그 쌤 얼굴을 인자 우예 보겠노!!!!!!!
석관 : 쌤 때문에 이래 댔는데 와요!
부친 : 뭐라꼬?
석관 : 쌤이 영채캉 뱅수캉 붙이놓고 보고하라캐싸시서 붙어가 그래 하다가 흥미가 단디 붙고
아예 그 길로 들어슬라카는 맴이 생긴 기라요!!!
부친 : 흥신소 아이가 그거?
석관 : 아부지! 흥신소 아입니다! 우리나라에 아예 없는 네고시에이터캉 젤로 비스무리한기 민간조사원입니다.
프라이빗 인베스.... 티게이러!!! 사립탐정!! 이가 다 썜이 키아주신 꿈인데 우야라꼬예!!!!!
S#51. 인사동 전통 찻집 (밤)
필상, 눈 감고 앉아있다. 영채, 그 앞에 앉아있다.
필상 : 니... 개않나...
영채 : ..응 .. 아직은 개않다.
필상 : 앞으로... 개않겠나.
영채 : ... 모리겠다.
필상 : 밉나?... 뱅수 말이다.
영채 : 어. 밉다.
필상 : ...
영채 : (표준말로) 평생 미워하며 살거야. 미워하는 맘도 없이 어떻게 살아......
필상 : ......
영채 : ......
필상 : 암캐도,..... 내가 잘 몬했지 싶다...
영채 : .....
필상 : 느그 어릴적부터 당연지사로 내아들 내 사우 그래싸미... 느그들 맴이 생기기도 전에 내가 몬저 묶어가....
느무 어래... 정이 쌓이게 만든기... 그기...
영채 : 아냐.. 아빠.
필상 : ....
영채 : 아빠 맘 전에 내 맘 먼저 생겼었어.
필상 : ...
영채 : 병수두.... 그랬어. 그랬을꺼야....
필상 : ......
영채 : 아빠 잘 못 아냐.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거야. 어쩌다보니 치구는...... 감당할게 너무 많긴 하지만.
필상 : 영채야..
영채 : 아빠 나 지금 힘들어. 내 이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마요.
필상 : .......(가여워서 보는)
영채 : 그런 자식이라 좋아했어요, 그렇게 형편없는 놈이라 좋아했어요. 너무 무지하구 깨끗해서, 내가 무슨짓을 해두 다받아줘서,
오라면 오구 가라면 가서, 땡을 안해주면 죽을 때까지 얼음으루 얼어있을 놈이라서.....그래서.......(운다)
필상 : 영채야...
영채 : 아빠, 병수 미워하지마. 혼내지마. 걔 지금 힘들어요.
필상 : ..
영채 : 근데... 아빠 나, 정말 ........ 믿어지지가 않아......(엉엉엉엉~)
필상 : ......
S#53. 하숙집 앞 (밤)
외경 인서트
S#54. 석관과 병수의 방 (밤)
필상 혼자 눈감고 앉아있다. 누군가 오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병수 들어선다.
필상, 눈 뜨고 병수 본다. 병수, 필상 앞에 꿇어 앉는다.
필상, 치미는 야속함. 서운함. 분노. 방안을 두리번 거리는 필상.
병수, 침대밑에서 야구방망이 찾아서 필상에게 내 민다. 필상, ? 하면
병수, 말 없이 필상 앞에 엎드려뻗쳐 한다. 눈물을 뚝뚝 떨구는 병수.
S#55. 마당 (밤)
퍽! 퍽! 퍽! 안에서 필상의 몽둥이질 소리가 무시무시하게 들려오고, 반야가 컹컹 짓는다.
S#56. 거실 (밤)
퍽! 퍽! 퍽! 필상의 몽둥이질 소리가 거실을 무시무시하게 울린다.
하숙생들 빼꼼 열고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석관, 손바닥 입에 집어넣으며 갈 바를 몰라하고, 능옥, 움찔움찔 한다.
S#57. 영채와 을채의 방 (밤)
영채,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고, 을채, 들려오는 매질 소리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을채 : 온니야! 오빠야 맞다 디지겠다!! 가서 쪼매 말리보그라......
영채 : .......
S#58. 병수와 석관의 방 (밤)
필상, 말없이 얼굴이 시뻘개져서 무섭게 병수를 패고 있다.
병수, 맞아내고 있다.
필상, 이러다 애 죽일 거 같아서 허공에 치 솟은 몽둥이를 팍 버린다.
문에 맞고 떨어지는 몽둥이.
필상 : (숨을 몰아쉬고)
병수 : (그대로 있고)
필상 : 일나라.
병수 : .......
필상 : 일나그라 고마!!
병수 : (일어나다 주저앉는다)..........쌤....
필상 : 니 ... 내하고는 우얄래.
병수 : 쌤.....
필상 : 영채캉은 그캤다치고, 니 내하고는 우얄래, 으이? 니 내한테 이래 해도 대는기가? 니 참말로 내한테!!!
병수 : .... 직이..
필상 : 뭐라꼬!!!!
병수 : 직이주이소 쌤...
필상 : 내는!!
병수 : ...........
필상 : 내는 모리겠다. 니가 그캤을 때 개코만큼이라도 내 쎙각을 했었으모, 내하고 우예 대는 지도 솅각해씰끼다.
니 솅각대로 하그라. 니,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이말이다!!!!!!
필상, 문 쾅 열고 나간다. 혼자 남겨진
병수 : ......
다시 들어오는
필상 : ......
S#59. 병수와 석관의 방 (밤)
필상, 병수의 엉덩이를 까고 약을 발라주고 있다.
병수, 끅끅 울음 참고 있다.
필상 : 느그들... 정 끊을 수 있겠나....
병수 : .......
필상 : 꼭 그래 해야 대겠나....
병수 : .......
필상 : 내하고는...... 그래 하모 안댄다....
병수 : .......
필상 : 사우 몬하몬.... 아들 하몬 대제....
병수 : (못참고 울어버리는)
필상 : 나쁜 아들..
병수 : 쌤........
필상 : (약을 펄쳐 문지르며 자기도 눈시울 붉어지는).....
S#60. 복도 (밤)
병수 방 앞에 서 있는
영채 : ......
안에서 들려오는
필상 : (E) 마이 아푸나...
병수 : (E) 아임더...
필상 : (E) 아이기는. 피가 이래 문대졌는데 와 안아프겠노.....
병수 : (E) 개않심더.
필상 : (E) 떠들지말고 자그라.. 자고 나서 생각하지.
영채 : .........
영채, 밖으로 나간다.
S#61. 마당 (밤)
영채, 현관문 열고 밖으로 나온다. 반야가 반긴다.
영채, 반야에게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손을 내민다.
영채의 손을 열심히 핥는 반야.
영채 : 반야야... 나는... 오늘 밤 눈감구 잠들면.... 낼 아침에... 깨어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S#62. 볼링장 (밤)
오상무, 폼은 멋지게 잡으며 볼링공 탁 굴렸는데 볼링공이 마룻바닥을 다그르르르 굴러가다 도랑으로 픽 빠진다.
희수, 얼굴에 귀찮음을 덕지덕지 붙여가지고 무성의 하게 앉아있고,
오상무, 쪽팔려하며 희수 쪽으로 온다.
오상무 : 야 그래두 내가 폼은 멋지지 않냐? 폼. (하면서 다시 한번 공 굴리는 폼 잡는데)
희수 : 하실 말씀 있는 거 아니었어요?
오상무 : (폼 잡은 채로).....
희수 : .....
오상무 : (폼을 풀고 희수 옆에 와 앉으며) 아니 뭐 꼭 할 얘기라기 보다, 알구 있나 해서.
희수 : ?
오상무 : 우리 조대표... 결혼.
희수 : ........한대요?
오상무 : 알구 있었구나! 야, 난 모르구 있는줄 알구말이야..낮에 김병수랑 오랫동안 무슨 말인가를 하더니..그게 결혼 얘기였나봐.
희수 : ......
오상무 : 나가자! 나가서 목 좀 축이자구.
S#63. 가라오케 (밤)
오상무, 저 혼자 시끄러운 노래를 마구 불러대고 있다.
희수는 멀쩡하게 굳어있고, 오상무는 술에 완전히 곯아있다.
오상무, 노래 한곡 끝내고, 얌전히 마이크를 놓고, 얌전히 넥타이를 풀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얌전히 와이셔츠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소파에 얌전히 눕는다. 바로 코 곤다.
희수, 폭탄주 한잔 만든다. 털어넣는다. 듣지도 못하는 오상무를 향해 주절거리는
희수 : 제 삼자를 통해서 결혼 얘길 들으니까 새삼 실감이 나네요.....
오상무 : (코 골던 것 멈춘다)
희수 :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말, 가는 데 까지 가버릴까요? 까짓거?
오상무 : (눈 뜬다)
희수 : 그 꼬맹이두 ... 자꾸 보니까 예쁘더라구요......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젠 이뻐졌어요....
오상무 : ..... 미쳤군.
희수 : .......
오상무 : (벌떡 일어나) 미친자식!
희수 : ...?
오상무 : (희수 에게로 와서) 너같은 자식은 맞아야해. (멱살 잡아 일으켜 세우고) 맞아야 (퍽! 치고) 해!
희수, 나가 떨어지고
오상무 : 사내자식이 얼마나 못나빠졌으면 지 여자 하나 간수를 못해! 얼마나 변변찮으면 여자가 보따릴 싸서 딴 놈한테 뽈뽈뽈
가버리냐구! (자기 머리통을 마구 때리며) 너같은 놈은 죽어, 죽어버리라구...(으흐흐흑 울음 터뜨리며) 여보, 새롬엄마~
돌아와~ 내가 잘못했으니 제발 돌아와....으흐흑...
희수 : .........
오상무 : (거의 절규) 여보오!!!!!!!!!!!
희수 : 뭐하러 불러요? 뭐하러 찾아요? 이미 가버렸는데 뭐하러 궁상떨며 그 이름 애타게 부르슈?
나 보란 듯 잘 살아버리라구 까짓거!! 그게 복수야!!!!
S#64. 희수 오피스텔
희수, 굳은 얼굴로 작업대 앞에 앉아있다. 컴퓨터와 신디사이저 연결돼있고 컴퓨터 모니터에 악보 너울대고 있고
희수, 뭔가 막 입력하고 있고, 음이 점점 불안정해지고, 고치고, 다시 불안정해지고, 고치고,
그러다가 작업대에 놓아둔 시나리오를 확 잡아 흩뿌리는데
희수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희수, 컴퓨터 볼륨 줄이고 전화기로 온다. 잠시 보다가
희수 : 꼬맹아, 너구나. 너 마침 전화 잘했다. 내가 지금 무지 심심한데 너 나랑
영채 : (F) 나랑........ 결혼할래요?
희수 : .........뭐?
영채 : (F) 결혼요. 아저씨랑~ 나랑요.
희수 : ........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