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황당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 "안드로메다로 간다"고 하는데, 소설 <삼체 3부 : 사신의 영생>은 안드로메다를 넘어 우주의 끝까지 갑니다. 삼체 1, 2부는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고 과학적으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3부는 상상력이 지나쳐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속을 초속 수십킬로미터로 줄이는 내용도 나오고, 특수상대성원리에 의해 광속에 가까워지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므로 주인공이 느린 광속의 세계에 겨우 12일 있었는데, 우주는 천팔백만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원래 우주가 광속이 무한대인 10차원의 우주였는데, 상대문명을 차원으로 공격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저차원으로 계속 내려가서 결국 현재 우주가 광속이 초속 30만km인 3차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태양계 내에 삼체행성의 위치가 기록된 중력파를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를 여러 군데 설치한 지구인들은 삼체인들과 일종의 안전보장협약을 맺어 삼체인들의 과학기술을 전수받게 됩니다. 대신에 삼체인들은 지구인들의 예술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삼체인들은 예술을 즐길 뿐 만아니라 창작까지 하게 됩니다. 이 말은 삼체인들이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입니다. 1부와 2부에서 지구와는 상대가 안되게 과학기술이 발전한 삼체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지구인들의 무기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삼체인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종의 텔레파시로 대화를 해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를 뿐 만아니라 거짓말이라는 개념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지구인들의 소설, 특히 삼국지에 나오는 속임수를 보고 놀라게 됩니다. "어떻게 자기의 마음과 다른 거짓말을 할 수 있지!."하고 놀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미르 칸이 주연한 인도영화 <피케이(PK), 우주에서 온 얼간이>에서도 외계인이 텔레파시로 대화를 해서 거짓말을 못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외계인인 아미르 칸이 사랑하게 된 지구 여자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영화가 끝나게 되지만, 거짓말을 하게 된 삼체인들은 약속을 어기고 지구인들을 멸종시키려 합니다.
삼체행성의 위치가 기록된 중력파를 발사하는 권한을 가진 최종 결정권자를 검잡이라고 하는데, 삼체인들을 협박해서 침공을 멈추게 했던 뤄지라는 과학자가 맡고 있었습니다. 그가 나이가 들어 검잡이를 교체하게 되는데 새로 뽑힌 검잡이는 청신이라는 여성과학자입니다. 이 검잡이는 마음 따뜻한 박애주의자여서 차마 두 세계를 멸망시키는 중력파 스위치를 누르지 못하게 됩니다. 삼체인은 이 새로운 검잡이가 중력파 발사스위치를 누르지 못할 성격임을 미리 파악하고는, 검잡이가 교체되고 10분만에 태양계에 있는 모든 중력파 발사대를 파괴합니다. 10분 만에 발사대를 없앤 삼체인들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지구를 점령하고, 지구인들에게 "너희들을 멸종시키지 않겠다. 최신 과학 기술로 보호하겠으니 모두 호주로 이주하라"고 명령합니다. 이 말을 믿고 호주로 이동한 수십억의 인류에게 식량을 공급하지 않아 사람들끼리 잡아먹고 잡아먹히게 해서 더 이상 과학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는 동물 수준으로 만드는 악랄한 계획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태양계 변두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지구인의 우주 함선에도 중력파 발사장치가 있었는데, 지구가 삼체인들에 의해 점령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위해 과감하게 중력파 발사 스위치를 누르게 됩니다. 중력파가 우주를 향해 발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삼체인들은 삼체행성과 지구를 다 포기하고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으러 떠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년 후에 삼체항성계에 있던 3개의 항성 중에 한개의 항성이 폭파되었고 그 폭발력에 의해 삼체행성도 파괴됩니다. 물론 과학문명이 월등하게 발전한 어느 외계인들이 한 짓입니다. 지구의 운명도 빠르면 몇십년 후, 늦어도 수세기 안에 끝장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의 태양파괴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3가지 방법을 찾아냅니다. 첫번째가 곡률추진방식에 의한 광속으로 운항할 수 있는 우주함선을 만들어 태양계를 탈출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하기 위한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고, 둘째는 태양이 폭발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구역인 목성 뒷면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우주기지를 건설하여 지구인들을 이주시키는 방법입니다. 세번째는 광속을 저감시켜 태양계 자체를 일종의 블랙홀인 블랙존을 만들어 태양계를 찾지 못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광속으로 운항하면 우주에 흔적이 남게되어 위치가 발각되어 외계인에게 공격을 받게됩니다. 삼체 항성이 먼저 공격당한 이유도 삼체인들이 광속 운항한 흔적을 발견한 외계인들이 위협을 느껴 먼저 공격한 것입니다. 그리고 태양계를 블랙존으로 만들면 안전하기는 하지만 지구인들이 다시는 태양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만만한 목성 뒷면에 벙커를 건설하는 방법이 채택됩니다. 소형 인공태양을 만들 정도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던 지구인들은 목성에 벙커를 만들어 놓고 안심합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이 곡률추진 광속 우주선을 거의 완성하게 되는데도 그 연구를 못하게 금지시키고 그 과학자들을 처형합니다. 중력파 발사스위치를 누르지 않아 지구를 위험에 빠뜨렀던 검잡이 청신이 광속 우주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데 또 역할을 합니다.
드디어 삼체항성을 폭파시켰던 외계인들이 태양계를 공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격은 태양을 폭파시키는 공격이 아니고,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꾸겨넣는 차원 공격입니다. 차원 공격을 피해 태양계를 벗어나려면 광속으로 달리는 우주선이 필요한데, 광속우주선을 개발한 과학자들을 반역행위로 처단해서 광속우주선 개발이 중단되어 아무도 차원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태양계의 바이러스 한 마리조차 두께없는 2차원 평면에 꾸겨 들어가서 목숨을 잃는 완벽한 멸절을 당하게 됩니다.
해왕성에 몰래 숨겨져 있던 곡률추진 광속우주선이 한 대가 있어서, 청신과 또 한 명의 여성과학자만이 태양계를 탈출해서 몇몇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결국 우주의 끝을 보게될 것 같습니다. 물론 우주의 끝은 우주의 멸망입니다. 우주가 멸망한다고 해서 우리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어차피 수십억년 또는 수백억년이 흐른 후에 일어날 일이라 지금처럼 살면 될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실 말입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멸망이란 잘못된 말이예요. 그 무엇도 정말로 파괴할 수 없고 소멸시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요. 물질의 총량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으니까. 각운동량도 여전히 존재하죠. 그저 물질의 조합방식이 변하는 것뿐. 카드를 다시 섞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생명은 스트레이트 플러시 같아서 카드를 한번 섞으면 그걸로 끝이예요." 생명이 탄생할 확률이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올 확률이라는 건데 물론 엄청나게 작은 확률이지만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작지 않은 확률이라 엄청난 수의 생명이 탄생하게 됩니다. 우주의 멸망이든 생명의 소멸이든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