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에 관한 중세 독일의 민간전승들
서른 다섯번째 이야기
마리아의 고통, 마리아의 기쁨
옛날 어느 왕국에 신심이 깊은 공주가 살았습니다. 아직 소녀인 그 공주는 성모님이 이 세상에 사셨을 적에 성모님만이 가졌던 가장 작은 기쁨과 아픔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밤에 기도를 드리던 중, 거룩한 아기 예수님이 공주에게 나타났습니다. 공주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공주는 아기 예수님과 함께 재잘거리고 놀면서 밤을 새웠습니다.
물론 문밖으로 창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의심이 든 사람들은 방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공주가 자기 방에 어떤 남자를 몰래 데려와서 노닥거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공주의 목소리 말고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 아기 예수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공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공주는 방에서 뛰쳐나와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만나는 사람마다 아기의 행방을 찾아 물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임이 어디 계신지 아세요? 어디로 가셨지요? 저는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습니다. 아, 대체 어디 계세요? 그분의 두 뺨은 장미처럼 붉답니다."
공주는 성을 빠져나와 마을까지 뛰어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일인가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공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주는 종일 울면서 예수님을 찾아 헤매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힘이 다 빠진 공주는 예수님을 찾아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마침 미사가 거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성체를 받아 모시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오. 복되어라. 내가 잃어버린 분을 사제의 손에서 찾았어!"
공주는 성체를 영하려고 신자들을 따라 제대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성체를 영했을 때, 공주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공주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갔고 육신은 땅에 묻혔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종일 공주가 찾아 헤맸던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모님은 당신의 가장 작은 슬픔과 가장 작은 기쁨이 무엇인지, 그 슬픔과 기쁨이 얼마나 큰지, 공주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성자 예수님을 사흘 동안 찾아 헤매는 동안 받으셨던 슬픔과 잃어버린 아드님을 셋째 날 성전에서 다시 찾으셨을 때의 기쁨 말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성모님의 가장 작은 슬픔과 가장 작은 기쁨이란, 중세시대 성모 신심에서 성모님의 칠고 중 가장 작은 것, 칠복 중 가장 작은 것을 각각 가리킨다.)
박규희 옮김
(마리아지 2024년 3•4월호 통권 244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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