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바다
이상현
꽃게가
한 덩이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집게발가락에 꼭 물려 있는
조각난 푸른 파도
생선 가게는 이른 아침
꽃게들이 물고 온
바다로 출렁입니다.
장바구니마다
갈매기 소리가 넘쳐납니다.
쏴아쏴아
흑산도 앞 바다가 부서집니다.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입니다.
걸어다니는 바다입니다.
- 출처 : 이상현 동시선집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시문학 66)
이상현은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6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수레>가 당선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스케치≫, ≪생각하는 소년≫, ≪아이들은 시집 속에서 꿈꾼다≫, 동화집 ≪ET를 따라간 아이≫, 동화집 ≪꼴찌라도 좋아요 1, 2≫, 시집 ≪서울통신≫, 이론서 ≪한국아동문학론≫, ≪아동문학 강의≫ 등이 있다.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한국문학상, 김영일아동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PEN문학상 등을 받았다.
----------------------
스케치
이상현
바다에 떨어지는
빛들은
모두 파도가 받아 낸다.
알알이 박힌
파도 속의
그 빛들은
귤 씨앗처럼 깨끗하다.
날개를 퍼덕이듯
파도가 건져 올리는
빛의 덩어리.
아이들이 소리를 치면
방파제 위에 올라온
빛들은
하얀 소금이 되어 날아간다.
---------------------------
낮달
-결식아동 1
이상현
"꼬르륵!"
배고프다.
하얀 낮달
입속에 넣고 싶다.
---------------------------
첫댓글 꽃게가 바다를 한덩이 물고 왔습니다,
라고 했으면 참 평범했을텐데
꽃게다 한덩이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하니까 느낌이 확, 다르네요.
이게 표현력의 묘미인가요?
즐겁게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