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에서 어린이 조기교육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애들은 무엇이던지 가르치면 잘하니까 또 자기 자식을 남의 애보다 더 똑똑하게 만들어서 경쟁에서 이기게 하려는 부모 욕심에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그 욕심이 지나쳐서 얻는 거보다 잃는 게 더 많다. 그래서 어린이 조기교육이 어린이 잡기교육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더욱이 조기교육 가운데 지나친 영어조기교육 열풍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정과 나라까지 병들게 하고 우리 나랏말까지 더럽히고 있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 하나 조기교육이 대부분 암기교육이어서 창의력을 죽이고 있어 큰 문제다. 영어, 한자공부, 각종 시험공부가 외우기 공부여서 문제였는데 요즘엔 19X19단 외우기 공부까지 유행이다.
사람이 많이 배우고 많이 알면 좋지만 사람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 다 배울 수도 없고 다 배운다고 다 잘 할 수도 없다. 또 사람에겐 저마다 개성과 특성이 있어 어떤 것은 잘 하고 좋아하지만 어떤 것은 잘 못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어버이들은 제 자식이 모든 걸 잘 하길 바라고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가르치려다가 잘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헛고생만 하고 돈만 날리고 있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적당하게 먹어야 하고 먹어야 할 때 먹는 게 좋다. 또 어떤 사람에겐 맛있는 것도 다른 사람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다. 남에게 좋다는 게 자기에게도 꼭 좋은 게 아니다. 맛있는 것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가 좋다고 너무 공부만 하고 뛰어 놀지 않으면 좋지 않다. 어려서 너무 한가지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도 좋지 않고 공부만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어린이들은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너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 그 부작용이 많다. 한참 어버이 사랑을 받고 재롱을 떨며 놀아야 할 때, 제 나라말을 배워야 할 때 외국말 공부까지 하느라고 고생하고 있다. 모든 걸 잘 하겠다는 속셈으로 여기 저기 학원과 학습지까지 공부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고 날마다 공부에 시달려서 지쳐있어 불쌍하다.
한국의 조기 교육열은 좋은 점도 있지만 너무 지나쳐서 부작용이 대단히 크고 그 문제가 심각하다. 오늘날 한국 조기 교육 문제점과 부작용을 살펴보자.
1. 먼저 어린이가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지 못하고 오히려 병들고 허약하게 되고 있다. 우리 어린이는 똘똘해서 무엇을 가르치면 잘 하니까 자기 자식이 천재로 알고 신기해하면서 모든 걸 가르치기만 하면 잘 할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닌 걸 너무 지나치게 많이 공부하다보니 지치고 힘들어한다. 다행히 머리가 좋아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애도 있지만 힘에 겨워 따라가지 못하는 애는 반항아가 되거나 성격이 비뚤어지고 또 다른 애는 공부에 대한 강박감에 정신병자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의과대학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전공과목이 정신과와 안과라고 한다. 공부 때문에 어린 정신병자가 많이 생기고, 눈이 나뿐 어린이가 많기 때문에 그 두 병원이 돈을 많이 번단다. 정신병원이나 안과에 가면 어린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지나친 조기 교육과 시험에 대한 강박감 속에, 흔들리는 전깃불아래 공부만 하다보니 생긴 병 때문이다.
2. 지나치게 교육비가 많이 들어 집안 살림이 흔들리고 부모들 고생이 많다. 옛날엔 부잣집 애들이나 과외공부를 하고 학원에 다녔는데 요즘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너나없이 학원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돈벌이가 시원찮은 어버이들은 교육비가 많이 들어 제대로 먹고 입지도 못하고 부모의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은 뒷전이다. 그러니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으려는 부부도 생기고 아예 결혼을 안 하려한다. 출산율이 떨어져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그 뿐이 아니다. 애들 사교육비를 대려고 애만 놔두고 어머니가 식당이나 노래방에 일하러 나가기도 하고, 어린애 조기유학을 혼자 보낼 수 없다보니 엄마를 딸려보내고 아버지만 혼자 살게 되어 짝 잃은 기러기 아빠까지 생겼다. 며칠 전 신문에 한 기러기 아빠가 자살했다는 말도 있었고 이혼한 가정도 많이 생기고 있어 사회문제라는 보도도 있었다.
3. 지나친 외국어 조기교육은 우리말과 국민 정신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십 여 년 전 김영삼 정권은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하는 것처럼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영어조기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어 과외와 영어 공부만 하려는 조기유학이 늘어났다. 여기에 큰 회사들이 회사 이름을 영어로 바꾸고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며 부채질을 했다. 그러니 조그만 구멍가게도 영어로 간판을 바꾸고 상품이름을 영어로 쓰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영어 실력은 투자한 만큼 늘어나지 않고 우리말만 몸살을 앓고 죽어가고 있다. 제나라 말은 제대로 할 줄 모르며 남의 말만 섬기는 풍조를 조장해서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사대주의와 민족 열등감만 더 부풀렸다. 똑 같은 국산품에서 영문 이름을 붙이면 잘 팔리고 우리말로 상품이름을 지으면 덜 팔린단다. 지나친 영어 섬기기가 얼빠진 국민을 늘리고, 생기 잃은 국민, 패배감에 사로잡힌 국민을 늘렸다.
4. 교육환경을 뒤흔들고 학생들은 비정상으로 키우고 있다. 어려서 너무 지식과 암기 위주 교육을 시키다보니 창의력이 떨어지고 사람다운 성품과 튼튼한 몸과 강한 정신력이 모자란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아니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스스로 무엇을 하려하고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스스로 해결하려하기 보다 부모에게 의지하려 한다.
학교에 가기 전에 모든 공부를 하고 오니 학교 교육이 정상으로 되지 않는다. 학원에서 과외공부를 한 애들은 학교의 공부가 재미가 없어 싫증내던가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기도 한다. 또 과외공부에 지쳐서 학교에서 졸거나 자기도 한다. 그래서 선생이 과외공부를 한 애들에게 진도를 맞추다보니 그렇지 않은 애들은 따라갈 수가 없고 학교 공부가 재미없어 한다.
5. 지나친 조기교육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과 피해는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심지어 대기업 노조가 어린이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살기가 힘드니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하는 게 파업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지나친 해외 유학으로 외화 유출이 심해 나라 살림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 가정과 사회, 회사와 나라까지 뒤흔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제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은행 발표를 보니 우리나라에 해외 영어연수와 조기유학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한해에 70억불(7조원)이나 되어 나라살림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뼈빠지게 땀흘려 번 돈을 엉뚱한 데 써버리고 살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기 교육이 필요 없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지 살펴보자.
1. 어린 아이를 각종 학습지와 조기 교육으로부터 떼어서 부모와 가정에 돌려주자. 어린이는 어머니와 할머니와 가족이 먼저 가르치고 함께 놀아주고 형제와 동무들과 함께 뛰놀게 해야 한다. 어려서 어머니나 할머니가 어린애에게 예쁜 짓을 하게 하거나 도리도리 잼잼 같은 몸짓놀이를 시키는 게 어린이 정신과 몸을 튼튼하게 하는 참된 조기교육이다. 어버이와 정을 느끼게 하고 운동감각도 키운다. 조금 크면 심부름도 시키고 부모를 도와 집안 일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살펴 드리게 하고 가족과 집안을 걱정하게도 한다. 그게 다 공부다. 남을 돕고 함께 어울려 사는 훈련이다.
또 동무들과 놀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또 땀나게 뛰놀다보면 몸도 마음도 튼튼해진다. 혼자 싸우는 훈련인 태권도도 좋지만 운동장에서 함께 편을 짜서 공차기나 술래잡기를 하다보면 재미도 있고 건강에 좋다. 돈도 들지 않고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어려서 튼튼한 몸과 정신력을 키운 애가 커서 공부를 잘 한다. 중고등학교 때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는 데 그 때 체력과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공부를 하고 싶고 하려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빨리 지치고 아프면 공부가 실증이 나고 뒤쳐질 수밖에 없다.
2. 개인의 취미와 특기를 빨리 찾아주고 공부하고 싶은 의욕을 키워주어야 한다. 또 무엇이 되겠다 거나 무엇을 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학과, 하고 싶은 공부는 잘 되고 잘하는 걸 알 수 있다. 억지로 공부를 하라고 몰아 부치기 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해서 모르는 걸 알게 되면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노래를 하고 싶다. 과학자 놀이를 하고 싶다. 운동을 하고 싶다. 외국말을 배우고 싶다. 이런 마음을 들게 하고 그리고 스스로 하려고 할 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밀어주어야 한다.
괜히 어려서 하기 싫은, 또 상급학교에 갈 때나 어른이 되어서 절실하게 필요하지도 않은 공부에 돈과 힘을 다 쏟아 넣고 커서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는 밀어주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어려서 학원에 다니며 여러 공부를 많이 하고 상장도 받았지만 어른이 되면 다 잊어버리고 별 쓸모가 없는 지식이 되는 게 많다.
3.온실의 꽃으로 키우지 말고 들판의 야생화로 키우자. 스스로는 아무 것도 못하고 부모가 해주기 바라는 애가 아닌 제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는 애로 키우자. 저만 알고 형제도 부모도 이웃도 모르는 애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람, 남과 더불어 살려는 사람으로 키우자. 부모형제와 잘 지내고 어른을 모실 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잘 놀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자. 땀흘리며 일을 할 줄도 알고 스스로 먹을 걸 찾아먹고 만들어 먹을 줄도 알며 남에게 나누어주고 함께 먹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자. 저만 아는 이기주의자, 제멋대로 행동하는 못난이가 판치는 나라를 만들지 말자.
부모가 잘해주어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유학까지 공부시킨 자식은 부모를 천대해도 자랄 때 제대로 해주지 않은 자식이 효도하는 걸 지금 많이 본다. 지금 이 사회는 도덕과 인간성이 사라진 사회요 저만 아는 기기주의자가 판치는 사회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지나친 조기교육, 제 자식만 출세하고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로 애들을 가르치고 키웠기 때문이다. 학벌과 지식만 강조하고 더불어 함께 잘 살기보다 나말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사회풍조,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고 보자는 출세주의와 지나친 경쟁의식이 양보와 타협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4.제 나라말도 잘 하는 참된 한국인으로 키우자. 제 나라와 민족에 긍지를 가지고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사는 한국인으로 키우자. 요즘 유행하는 지나친 영어 조기교육과 미국말 숭배풍조는 한국말과 한국인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고 나라살림이 흔들려 망할 판인데 남의 말공부에 국력을 다 바치고 있다. 지금 한국인들이 영어에 몰린 현상은 불나비가 죽는 줄도 모르고 불을 향해 돌진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밝은 불빛이 좋다. 그러나 언제나 어디서나 좋은 게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가 학자에게 연구하게 한 발표에 영어 조기교육이 큰 효과도 없고 좋지 않다는 발표가 있었다. 잘못된 발음이 고정되기도 하고 어린이에게 강박감을 주어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 영문 알파벳보다도 더 좋은 글자인 한글을 가진 주인이다. 미국보다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요 미국보다 인쇄술을 먼저 개발한 민족이다. 우리 말글로 지식정보사회에 승리자가 되자. 우리말글을 수출해 돈을 벌 생각을 하자.
5. 교육은 학교 교육에 맡기자.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교에서 동무들과 재미나게 뛰어 놀게 하자. 교육학, 아동심리학도 공부하지 않은 부모나 학원 선생이나 외국 원어민 외국어 교사에게 애들을 맡기지 말자. 학교에 가기 전에 배울 거 예습하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 가르침 잘 받고 집에 와서 복습만 잘 하면 되게 하자. 그리고 동무들과 놀게 하자.
학교 선생님에게 투자하자. 교사 질을 높이고 선생님이 열심히 애들을 가르치게 하자. 학교 환경을 좋게 개선하자. 교재 질을 높이고 실험실과 운동장과 교실도 잘 만들고 좋은 셈틀과 과학기재도 학교에 지원하자. 학교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이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애들을 가르치게 하자. 그리고 시험 점수로만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인간성과 성실함, 개성과 특기를 함께 보자.
모든 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 자야 할 때는 자야 하고 먹어야 할 때 먹어야 하고 놀아야 할 때는 놀아야 하고 일해야 할 때는 일해야 한다. 그 때를 어기고 먹기만 한다던가 자기만 한다던가 놀기만 한다던가 일만해도 안 된다. 자야 할 때 자지 않고 일만 하고 일해야 할 때 일하지 않고 놀면 낭패가 온다.
한 나라의 어린이는 그 나라의 앞날이라고 했다. 어린이를 잘 키우느냐 잘못 키우느냐에 따라 그 나라 앞날이 좋아질 수도 있고 어두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부는 잘 하는 데 허약하고 겨레 얼이 빠진 어린이, 외 골수 어린이, 창의력이 없고 외우기나 잘하는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잘 꾸리고 나라를 잘 지키며 이웃과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남에게 의지하거나 쉽게만 살려는 어린이, 아는 지식은 많으나 실천할 힘이 없는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우리 어린이들을 머리만 크고 몸과 다리는 가느다란 절름발이 어린이로 키우고 있다.
어떤 이는 12살 전에 사람의 지능이 다 발달하니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어만 잘 하고 몸과 마음은 허약하고 다른 건 못해도 되는가? 제나라 말과 체력과 정신력과 성품도 12살 전에 가르치고 길들여져야 좋다. 일생동안 영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고, 한문을 한자도 쓰지 않으며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살게 될지 모르는 우리 어린이가 그 공부만 열심히 하면 무엇하겠나? 그는 어린 나이, 중요한 시기를 헛되게 보낸 것이다.
지금 한국의 조기교육은 부모의 이기주의와 조급증에서 온 지나친 경쟁이고 잘못된 유행이며 돈과 상업주의 판일 뿐이다. 어린이에게도 가정에도 사회에도 나라에도 이익보다 손해가 많은 장사요 골치 아픈 나라문제의 씨앗이고 근원이다. 학자와 정치인은 모른 체 하지말고 빨리 바로잡아라.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고 세 살 적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