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폰 점유율 53→3% 급감 중국 체리·창청차, ‘톱10’에 들어
2015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63세 생일을 맞아 러시아 보석회사 캐비어가 ‘캐비어 Ti 골드 수프레모 푸틴’이라는 모델명으로 푸틴의 얼굴을 금으로 새겨 한정판으로 출시한 아이폰6S. 연합뉴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사이에 러시아에서 외국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메웠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비즈니스가 보도했다. 현지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제품 출하를 중단하면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자동차 시장도 중국 브랜드로 점차 넘어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1년 12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위였던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35%, 18%로 합하면 53%였으나, 지난해 12월 각각 2%, 1% 등 총 3%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95%로 급등했다. 러시아 내 스마트폰 판매 순위 최상위에는 샤오미와 리얼미 등 중국 제품이 올라 있다. 중국 저가 브랜드 샤오미와 리얼미, 아너의 지난해 3분기 러시아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9%, 190%, 24% 증가했다.
특히 샤오미는 작년 한 해 동안 시장 점유율을 2배로 끌어올리며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올라섰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르노·현대차·기아 등을 밀어내고 지리차 같은 중국 브랜드가 몸집을 불려가는 양상이다. S&P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전쟁 기간인 지난 1년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체리와 창청 자동차가 상위 10위권 승용차 브랜드로 올라섰다. 반면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톱10 밖으로 밀려났다.n 시장분석업체 오토스타트는 지난해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러시아에서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7% 증가한 12만18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국 브랜드인 라다도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28%로 전년도의 22%에서 올라갔다. 이 기간 기아차 점유율은 13%에서 10%로, 현대차는 10%에서 9%로 각각 줄었다. 다만, 러시아 시장 자체는 경기 침체로 위축됐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량은 33% 감소한 2100만대였다. 유럽 스마트폰 판매량이 20% 줄어든 것보다 더 큰 감소다. 오토스타트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전년도보다 60% 급감했다고 집계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애플, 삼성 등이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지금도 일부 소비자들은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을 통해 병행수입된 애플이나 삼성 휴대폰을 구입한다. 다만, 외국 브랜드들이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 브래드가 그 사이에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이냐가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CNN 비즈니스는 진단했다. 중국의 컨설팅기업 시노오토인사이트 측은 “거칠게 비유하면 러시아와 중국 브랜드는 주역 배우들의 대역과 같은 존재”라면서도 “대역이 영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