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1. <병과 지원>
졸업과 임관을 앞두고, 우리는 병과 지원서를 제출 하였다. 거기에는 1지망, 2지망, 3지망까지 기재 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물리>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전공과 제일 가깝게 생각되는 <병기>를 제1지망으로, <통신>을 제2, <수송>을 제3지망으로 써서 냈다. 그런데, 엉뚱하게 전투 병과의 하나인 <포병(砲兵)>으로 낙찰되었다. 어디 가서 알아보고, 물어 볼 데도 없었다.
후일, 이 병과 지원과 분류를 두고 말이 많었다. 병과 분류가 잘 되었니, 못 되었니, 뭐 원칙이 있었니, 없었니 하고 말 들이 많었다. 내 개인 생각으로는 이 분류는 고려할 점이 많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전공에 가까운 분류를 하였다면, 1기에서 보다 많은 장기 복무자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군대라 하더라도 4년간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정하였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군으로서나, 국가적으로나 비효율적, 비경제적인 인사로서, 누가 보아도 타당성이 결여된 처사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이 일로 책임을 추궁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인재 양성의 목적과 효율성, 그리고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벗어난 잘 못된 분류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고도의 기술과 효율을 원하는 현대적 군대에 있어서는 말 할 필요가 없다.
물론, 대학 정도의 학력을 가졌으니 어느 병과, 어느 일을 맡겨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을 보고, 그 다음의 단계와 순서까지 내다 보았어야 했다. 결국 2년 후, 육군 본부측에서는 장기 복무자 지원을 최소한도 반타작(50%)은 하지 않을까 하고 안일한 생각을 한 모양인데, 여하튼 결과가 만족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잘 못된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전국적인 통계는 알아 보지 못하였지만, 포병은 성격상 이과에 가까운데, 포병 1기 1차 92명의 경우, 문과 출신52 명(56.5%), 이과 출신 33명(35.9%), 예체능 출신7명(7.6%)은 처음부터 낙시군이 낙시 터를 잘 못 잡은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 중에서 장기 복무자가 7명(7.6%)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한 명이 다른 병과로 전과 하였으니, 실제 어획은 6명(6.5%)에 불과한 흉작의 농사를 하였다고 할 수 있다. 7명 중에는 각각 대령 4명, 중령 1명, 소령1명, 대위 1명의 복무 기록을 내었다.
대학별로는 법대 30명(32.6%), 문리대 26명(28.3%), 농대 18명(19.6%), 사대 11명(12%), 공대 5명(5.4%), 미대 1명(1%), 체대 1명(1%)으로 되어 있다.
학과별로는 법학과 20명(21.7%), 사회과 9명(10%), 농화학 8명(8.7%), 행정과 6명(6.5%), 정외과 6명(6.5%), 물리과 6명(6.5%), 섬유과 5명(5.4%), 국문과 4명(4.3%), 생물과 3명(3.3%), 임학과 3명(3.3%), 수의학과 3명(3.3%), 연극영화과 3명(3.3%), 교육과 2명(2.2%), 독불어과 2명(2.2%), 축산과 2명(2.2%), 체육과 2명(2.2%), 미술과 2명(2.2%), 종교과 1명(1%), 철학과 1명(1%), 도서관학과 1명(1%), 화학과 1명(1%), 농학과 1명(1%), 농경제과 1명(1%)이다.
대학교 별 분류는 서울 대학교 31명(3.7%), 중앙 대학교 12명(13%), 성균관 대학교 9명(10%), 경북 대학교 9명(10%), 조선 대학교 6명(6.5%), 연세 대학교 5명(5.4%), 고려 대학교 5명(5.4%), 전북 대학교 5명(5.4%), 건국 대학교 3명(3.3%), 경희 대학교 2명(2.2%), 충남 대학교 2명(2.2%), 전남 대학교 1명(1%), 동아 대학교 1명(1%), 이리 농대 1명(1%)과 같다.
서울 대학교 사범 대학의 경우, 수학과는 전원이 통신, 물리과는 포병, 화학과는 병기, 체육과는 포병 병과를 부여 받았다.
우리가 과거의 기록과 역사를 살펴 보는 것은 잘 못된 것을 들추자는 것이 아니라, 이로서 유익한 지식과 지혜를 얻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말자는 뜻에서이다.
[참고] 상기한 기록은 아마, 육군 본부에도 없을 것이다. 다행이 내가 포병학교 1기1차로 들어가서, ROTC 포병 최초의 S-2/S-3 보좌관(정보 및 교육장교)으로 임명을 받아, 3개월간 복무를 하면서 남긴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