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기자 정태우씨 결혼 때 주례사가 인상깊었다. 결혼하는 순간, 이제 서로 바라보는 시간은 끝났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마치는 순간부터는 둘이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방향을 향해서 가야 한다는 주례사였다.
결혼하는 순간 버려야 할 것으로, 아이같은 것, 그것도 버리라는 말도 감명깊었다.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바라고, 아이처럼 기대하고 아이처럼 행동하면 결혼은 깨진다는 것이다. 이젠 어른이 되었고, 어른이 된 이상 결혼 전의 행동과 언어는 어른스타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파경이 예고된 거라는 말이 왜 그렇게 닿아오던지...
요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와 얘기들이 많이 들린다며 결혼해야 하는지 안하고 연애만 하며 살아야 할지 심각하게 걱정된다는 것이다. 미혼여성들의 고민이 의외로 많다. 그럴 때면 나는 안하는 것보다, 해서 후회하라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결혼은 굉장히 큰 변화요,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내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관심을 갖고 몰려가서 축하해주기도 하고, 파경이 나는 경우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한다. 연예인의 경우도 결혼은 큰 이슈이다. 최근 톱스타들의 결혼이 화제가 된 것도 그만큼 결혼이라는 것이 그사람의 가치관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결혼은 일상을 같이 하는 ‘식구’가 되는 것이다. ‘식구’라는 말이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처럼 결혼은 한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무식님, 일식씨, 양식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무식님은 집에서 한끼도 안먹고 밖에서 해결해주는 고마운 남편을 뜻한다고 하고, 한식님은 한끼만 먹고, 양식이는 두 끼나 먹으니까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나. 거기다 세 끼 다 먹는 남편에게는 삼식 세 끼(발음에 주의하시라) 다 먹는다고 그렇게 부른다니, 웃음 뒤에 허무한 냉소가 스친다.
시간되는 사람이 밖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에게 밥 잘 먹이고 보내면 일도 잘해서 돈도 잘 벌고 기운도 나면, 결국 그 복이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어른들 말씀이 닿아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