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마 남극일기를 이어가는 태풍과 함께
졸작 양대산맥을 누군가 내게 꼽으라 한다면 주저 않고 이 홀리데이를 꼽고 싶다 ;;
88 서울 올림픽 나 11살
기억나는 거라곤 캐나다의 인간 총알 벤 존슨의 칼 루이스와 통쾌한 승부와
그에 이은 약물파동과 개막식 때 우리 국민학교 노 교감 선생님이 자연사 하신 것 뿐 이다
하지만 몇 년간 놀랍게도 떠들어댄 "88 서울 올림픽이 끝나면 우리도 선진국" 이라는 세뇌 구호에 가까운 축제 이면엔 사실 "지강헌 탈옥 사건" 이 있었다
국민학교도 못 나온 일개 탈옥수가 자신은 시인이며 가난한 행복한 거지가 꿈인 염세주의자라며 그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동료 둘이 자살하고 목숨을 위협 받는 인질 마저 "아저씨 죽지마세요" 라고 외칠 정도로 지긋지긋 하고 처절한 인질극 끝에 뜻밖의 낭만적인 요구
"홀리데이를 틀어달라"
경찰의 실수로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아닌 당시 유행했던 스콜피언스의 홀리데이를 틀어준 웃지 못할 어처구니 없는 극적 헤프닝 (하지만 결국 인질극을 벌이던 그 집에 있던 비지스의 음반 덕에 홀리데이를 들었단 주장도 있음) 까지 있었던 이 사건은 매체로 보자면 삼척동자가 보아도 매우 흥미롭고 슬픈 사건 이며 80년대의 괴상하리 만큼 암울하고 들떠 있던 복잡한 시대상과 여전히 씁쓸한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 어느 누가 했더라도 훌륭한 비극이였다
(참고로 mbc에서 유오성 주연의 특집 드라마가 있었다고 하며, - 그 인연 덕인지 - 역시 유오성이 출연한 바이브의 "오래오래" 란 곡의 뮤직 비디오에도 장르의 특성상 다소 자극적으로 각색 됐지만 이 비극이 쓰여졌다)
지강헌 사건이 이성재 주연으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감독, 누군지 몰라도 팔자 크게 피겠구나" 라고 이 희대의 비극을 두고 불경 스러운 생각했다 ;;;
하지만 "바람의 파이터" 로 그 어느 누구가 했더라도 재밌을 최영의의 일대기를 괴상하리 만큼 희안하게 웃기는 영화로 만든 비상한 재주를 보인 양윤호 감독은 그 비상한 재주를 다시 한번 뽐을 냈다 희대의 간지 카리스마 좔좔 최민수와 함께
영화는 시작한지 10분만에 아무리 펙션이라도 너무 과장한게 아닌가 싶은 지강혁 (지강헌의 극중 이름) 과 최민수가 맡은 도무지 직무를 알 수 없는 꽁지머리 전천후 시트콤형 공무원 김안석의 선악 대결구도로 시작하면서 이건 아닌데 라는 불길함을 던져준다
그 불길함은 다행이 러닝타임 내내 지속 되지는 않지만 따분하고 실컷 넘쳐나는 감정 과잉 에피소드는 그럭 저럭 넘기겠는데 허수경 전 남편 장세진의 어색한 연기, 카리스마 간지로 무장한 전천후 시트콤형 배우 최민수의 개그로만은 부족했지는 성실한 배우 이성재 마저도 지지 않으려고 가끔은 어처구니 없는 개그를 하는 장면들까지 서비스 해준다
하지만 미려하게 뽑은 촬영이나 이성재의 연기는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는 만든다
만약 지강헌이 봤다면 저승에서 돌아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태어나 처음으로 감동으로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이성재 최민수 쵝오! (>.<)b
이런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등의 많은 영화평들과 그래도 200만이 넘는 흥행성적을 보면
내가 괜히 유난을 떠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다 ;;;;
참고로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의 70억 횡령사건으로 인해 지강헌이 탈옥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정부측에서 전경환 사건의 이목을 돌리려고 지강헌을 탈옥을 계획 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지강헌의 유언덕으로 더욱 이목이 집중 됐으니..
첫댓글 최민수의 어설픈 카리스마가 영화를 다망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