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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 Project - 1
1 - 통장개설
" 저기, 통장을 하나 개설하려고 하는데요 "
" 네, 고객님, 어떤 통장으로 원하세요? "
" 음, 주식거래가 가능한 사이버통장으로 만들어 주세요 "
만원짜리 한 장과 신분증과 도장을 은행직원에게 내밀었다.
다음날 아침 습관처럼 커피 한잔을 마시며 피시를 켰다.
은행직원이 일러준대로 사이버증권 등록을 마치고
그동안 지켜봤던 종목들을 하나씩 저장해 놓은 후 찬찬히 신문을 펼쳤다.
일면을 장식한 코스피 연중 최저치..
< 코스피 716.08 >
얼마큼 더 추락할까는 주식에 관심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들의 화제거리인 건 분명 했다.
어제 개설했던 은행통장으로 5천만원을 계좌이체 시킨 후 관심종목들의 흐름을 보면서
토론 사이트에 로그인을 했다.
주식 흐름에 대해 자주 토론을 나눴던 닉네임이 아주 익숙한 빨간꼬챙이란 사람이
만들어 놓은 토론방에 들어갔다.
" 짱프로님, 어서 오세요 "
" 빨간꼬챙이님 반갑습니다 "
대충 살펴봐도 그 방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스물명은 넘었다.
신나는 음악을 귀로 들으며 그들이 주고 받는 얘기들을 찬찬히 눈으로 보고 있었다.
자칭 고수라고 주장했던 낯익은 닉네임들이 몇명 보였다.
20일선이 어떻고 40일선이 어떻다며 700선 밑으로 추락할거란 얘기로 뚱땡이감자란 사람이
토론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 짱프로님, 짱프로님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세요? "
" 저도 잘 몰라서 뚱땡이감자님의 얘기만 보고 있을뿐인데요 "
" 아이고, 섭하게 겸손의 말씀을..
짱프로님에 대해서 예전에 조금 들었습니다. 상당한 주식의 고수라고 하던데요? "
" 여기서 많이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암튼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폐장을 알리는 오후 3시.
방 안에 들어와 있던 예전에 물타기를 놓친듯한 몇몇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소주병을 기울이며
토론방을 기원 삼아 초보회원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었다.
해답도 없는 지루한 주식공방들..
내일 아침도 신문마다 방송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며 무관심한 정부를 향해 떠들어댈테고..
음악을 끄고 토론방에서 로그아웃을 하려는 순간 "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 라는 메시지가
피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뭔가 싶어 열어보니 빨간꼬챙이란 사람이 보낸 쪽지였다.
" 짱프로님, 오늘 저녁 8시에 비공개방을 개설할텐데 비밀번호는 7777 입니다. "
일찍 저녁을 먹고 주식토론 파스넷에 로그인을 했더니 쪽지처럼 비공개방이 보였다.
가르쳐 준 비밀번호로 들어가니 이미 네 명의 낯익은 닉네임들이 보였다.
빨간꼬챙이
아리랑박사
서초동오마담
오사카정사장
오늘과 내일의 시황을 서로가 분석토론하고 있는 중에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눴다.
어디에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실명도 연락처도 모르는 그저 닉네임 하나만 알고 있는
다섯명의 사람들.
이렇게 비밀번호 하나로 밤을 하얗게 지새워 가며 꿈의 화촉을 밝히고 있었다.
1430 Project - 2
2 - 비공개방
새벽 6시가 넘어가자 모두들 그 방을 빠져 나왔다.
딱히 기억나는 내용은 없었지만 서로간에 깊은 속내는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서로의 꿈과 마음이 같았다.
피시를 끄자마자 스르르 샛별이 지는 소리에 잠이 들었다.
자명종 알람에 놀라 잠이 깬 아침 10시,
다시 파스넷에 로그인하니 새벽까지 얘기를 나눴던 사람들이 앞서 공개토론방에
들어와 있었다.
어제처럼 쪽지 하나가 폐장과 동시에 날아들었다.
" 저녁 8시.. "
친구와의 저녁식사까지 취소하고 피시를 켰다.
오늘은 비공개방에 빨간꼬챙이란 방주인과 낯설은 또 한 명의 사람만 들어와 있었다.
닉네임때문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대전개장수
삼십분정도 지났을 무렵 어제의 세 사람이 안녕하세요란 인사와 함께 들어왔다.
아마 빨간꼬챙이란 사람이 쪽지를 모두에게 보냈을거라 생각되지만 아무튼 한 명이 더 늘었다.
새벽 1시 가까이 빨간꼬챙이가 오늘 석간신문의 내용으로 화제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오사카정사장이란 사람이 갑자기 의견을 제시해 왔다.
이 방의 회원을 암암리에 더 모으자는..
그 의견에 모두들 동의했고 저녁 8시에 다시 이 방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오사카정사장은 방을 나갔다.
새벽 3시 쯤 아리랑박사와 서초동오마담이 방을 나갔고 다시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커피를 한잔 마시려고 준비하던 중에 방주인으로부터 쪽지가 날아들었다.
" 사실 대전개장수는 제 친구입니다. 그리고 짱프로님, 아마도 다음주부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네요. "
무슨 마음의 준비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일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답신 쪽지를 보냈다.
" 네, 준비하겠습니다. 빨간꼬챙이님. "
아침이 환하게 밝았는데도 빨간꼬챙이의 쪽지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일일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리고는 아무 기억이 없다.
" 싱싱한 고등어 사러 오세요, 다섯 마리에 삼천원. 예쁜 아줌마는 한 마리 더 줍니다. "
생선 파는 트럭이 집 앞을 지나가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오후 2시.
관심종목으로 저장해두었던 업체들의 현재가를 급히 살펴보니 어제와 별 차이가 없는
지루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저녁 8시.
밥도 먹는둥 마는둥 먹고 피시를 켰다.
파스넷에 로그인을 하니 빨간꼬챙이로부터 쪽지가 하나 와 있었다.
" 짱프로님, 아무래도 월요일 저녁에 뵈어야겠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커피숍을 팔아야하는 관계로..
다른 분들께도 쪽지를 보냈습니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
즐거움이라곤 눈곱조차 없는 주말을 홀로 보내고
지루함이 꼬리를 무는 월요일 장세까지도 마친 저녁 8시.
커피 한잔을 입가심으로 마시며 7777 이란 비밀번호를 치고 빨간꼬챙이란 사람이 만들어 놓은
비공개방으로 들어갔다.
암암리에 회원을 모으자는 의견에 동의했었던터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고
방 안에 들어와 있는 닉네임의 수는 총 15명이었다.
1430 Project - 3
3 - 15인의 닉네임
비공개방에 들어온 15인의 닉네임.
* 짱프로
* 빨간꼬챙이
* 대전개장수
* 쪽박도사
* 서초동오마담
* 물랑루즈
* 삼각산여우
* 망한여편네
* 허수애비
* 똥사발
* 김기사
* 아리랑박사
* 집시노인
* 오사카정사장
* 무주식이상팔자
반갑습니다란 인사를 시작으로 한 주의 포문을 열었던 오늘의 시황에 대해
모두가 짧게 한마디씩 답한 후 이 지루한 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오사카정사장이 열변을 토해냈다.
커피 한잔 마시려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4시를 훌쩍 넘었다.
주식에 해박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시간이 시간같지가 않다.
동녘의 빛이 어두움을 몰아내는 시간,
아리랑박사가 모두가 기다려 왔던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발굴했던 유망종목이 있으면 서로 파트를 나눠 그 종목에 관해 분석과 토론으로
회의를 하자는 의견이었다.
그 의견에 모두들 찬성했고 자신이 원하는 파트를 자연스럽게 선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지루한 장세속에서도 희망을 꿈 꿀 수있는 유망종목에 대해선
모두가 입을 닫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개장할 시간이니 빨간꼬챙이가 모레 목요일 저녁 8시에 이 문제를 놓고
첫회의를 가지자고 의견을 제시해 준 덕에 모두가 침묵을 깨고 방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관심종목과 유망종목은 서로 비슷한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
관심종목은 다소 안정적으로 중장기를 바라보는 느긋함이 배어 있지만,
유망종목은 적당한 시점에 치고 빠져야 한다.
대화창에서 느꼈던 것을 덧붙여 얘기하자면,
관심종목은 업체의 재무상태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유망종목은 단순히 매매의 차익실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었다.
사실 밑바닥을 기는 지루한 장세에선 관심종목보다는 오히려 치고 빠지는
유망종목이 더 현실적이라 볼 수 있다.
이렇든 저렇든 목요일 저녁이 되면 누군가가 업체에 대해 얘기를 꺼낼 것이고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그때 상황을 봐서..
1430 Project - 4
4 - 15인의 첫회의
목요일 저녁 8시.
모두의 동감속에 15인이 비공개방에서 첫회의를 가졌다.
인사와 형식적인 대화는 생략하고
핵심사항이라 할 수 있는 유망종목에 대해 마침내 오사카정사장이 입을 열었다.
< 하일론 코리아 >
주식이란 걸 시작하면서부터 꽤 많은 종목들을 접해 왔지만 사실 솔직히 말해서 이 업체는
난생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하일론 코리아에 대한 15인의 첫회의..
샛별처럼 심장이 떨렸다.
오사카정사장이 이 업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건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선 이후였다.
< 하일론 코리아 >
이불을 제조하는 국내 유일한 회사
직원 314명
작년매출 800억
최근 공시내용을 살펴보면 판매실적 감소로 작년부터 적자운영 상태이고
대표자 또한 경영회복을 꾀한다는 이유를 들어 보유했던 주식마저 몇달 전 시장에
1백만 주를 팔아 치웠던 상황.
총 주식수는 3천 5백만 주
오늘 종가는 810원
3년 동안 최고가 4,170원
3년 동안 최저가 770원
여기까지 설명을 듣다가 빨간꼬챙이가 오사카정사장에게 질문을 했다
" 오사카정사장님, 제가 분석 파트를 맡았기에 이 회사의 10일 주식시세를 살펴보니
일반 종목들처럼 별 다른 상황이 느껴지지 않는데요. "
오사카정사장이 이 방에 데려 왔던 정보 파트를 맡은 무주식이상팔자가 말을 이었다.
"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사실 이 업체는 흥미를 끌 만한 사안이 거의 없습니다.
단 하나만 빼고요. 동남아에 거점을 두고 있는 큰세력이 있는데 몇달 전 이 종목에 들어왔다가
물렸다는 것 입니다. "
무주식이상팔자의 답변에 모두들 놀랐는지 감탄사들이 대화창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주식이상팔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 동남아세력이 물려 있는 가격대는 대략 1,500원 ~ 1,800원 입니다.
업체 대표자가 1백만주를 팔았던 시점부터 물량을 매집했던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기관세력도 둘 정도 물려 있습니다. "
모두들 숨죽이며 대화창을 뚫어보고 있는듯 조용한 가운데 아리랑박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 무주식이상팔자님, 현재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까? "
보유주식이 전혀 없다는 답변과 함께 계속 지켜보는 가운데 매수 타이밍만 잡고 있다고
무주식이상팔자가 밝혔다.
서초동오마담이 데리고 왔던 물랑루즈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좋은 정보지만 당장 매수하긴 무리수가 따르니 현금도 준비할 겸 다음주 금요일까지
이 종목을 지켜본 후 저녁에 만나면 어떨까요? "
다들 동감을 표하고 그 방을 하나 둘 빠져 나갔다.
하일론 코리아!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이불공장.
그 이불이 따뜻함을 줄지 아니면 그 이불에 오줌을 쌀지는 다음주에 판가름날 것 같다.
지루한 장세속에 잠자고 있던 증권통장 5천만원.
매수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깊은 잠에서 깨어날 운명적 그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1430 Project - 5
5 - 동남아세력의 등장
다음주 금요일까지 장세를 지켜보기로 약속했었기에 개장시간부터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도록 피시 화면만 쳐다보면서 매매가 이루어진
증권회사들의 매수 & 매도 거래물량을 종합해 날마다 체크하고 있었다.
목요일까진 하일론 코리아에게 이불을 덮어주는듯 수상한 낌새라곤 전혀 없었다.
금요일 오전 11시,
출출했던 탓에 라면이나 먹을까 싶어 부엌으로 가려는 찰나
매도쪽에 등장했다 사라진 130만 주.
동남아세력이었다.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130만 주의 매도물량.
지금껏 매도쪽에 있는 총 물량이 70만 주를 넘었던 적이 없었는데..
아무튼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폐장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하일론 코리아를 지켜봐야 했다.
저녁 8시
저번주 목요일처럼 비공개방에 모두가 모였다.
빨간꼬챙이의 인사말이 대화창에 떳다.
" 짱프로님, 보셨습니까? 130만 주. "
" 네, 봤습니다. "
분석을 맡았던 짱프로님의 얘기를 일단 들어보자며 빨간꼬챙이가 지방방송을 꺼달라고
모두에게 요청했다.
순간 정적이 감돌았고 모두의 눈빛이 대화창에 있음을 직감했다.
" 모두 보셨겠지만 무주식이상팔자님의 분석처럼 130만 주의 세력은 존재했습니다.
몇달 전의 자료까지 조사해 보니 금빛증권을 통해 약 50만 주 정도 매집했던 기관 또한
한 곳 감지되었습니다. "
서초동오마담이 얘기를 듣고 말을 이었다.
" 짱프로님, 그러면 세력과 기관들이 어느 정도 매집을 했던 것 같나요? "
" 아직 기관 한 곳을 찾지 못했지만 만약 기관이 두 곳이란 무주식이상팔자님의 분석이 맞다면
매집했던 물량이 최소 200만 주는 넘을 것 같습니다. "
답변 후에 날아든 은밀한 쪽지 하나.
누가 보냈는지 쪽지를 열어보니 다름 아닌 아리랑박사였다.
" 짱프로님,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어 쪽지를 보냅니다. 왜 하필 오늘 130만 주가 나타났을까요?
이곳에 동남아세력과 관련된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
아리랑박사에게 짤막한 답신 쪽지를 서둘러 보냈다.
" 그럴지도.. "
여기저기 공개토론방에서 주식고수로 통했던 허수애비가 대화창에서
우리도 세력처럼 물릴수 있다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오사카정사장이 바닥에서 굴러 봤자
바닥이기에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짧고 굵직했던 오사카정사장의 답변에 모두들 긴장이 풀렸는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일요일 저녁 8시에 다시 회의를 하기로 약속하고 비공개방을 나왔는데
다시 아리랑박사에게서 쪽지가 왔다.
" 짱프로님, 매수하실 생각입니까? "
잠시 고심한 끝에 답신 쪽지를 보냈다.
" 바닥이라 생각하고 있는 가격까지 떨어진다면 크게 손해볼 것도 없으니 당연히 매수해야죠.
제 생각엔 어쩌면 동남아세력도 우리와 뜻을 함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획만 잘 세운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 같네요. "
5분 후 답신 쪽지가 왔다.
" 감사합니다. "
1430 Project - 6
6 - 작전 테마
일요일 저녁 8시,
비공개방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수시점을 놓고 의견이 서로 분분한 가운데
아리랑박사가 잠시만 조용히 해줄 것을 모두에게 긴급히 요청한 후 짱프로님이 좋은
계획을 세우셨다고 하니 모두 집중해서 들어보자 하여 하마터면 입가심으로 마시고 있던
커피를 피시에 쏟을뻔 했다.
" 음, 모두 매수 가격대를 나름대로 정해 놓고 있으시겠지만 제 생각엔 매수 가격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성격 급한 빨간꼬챙이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서초동오마담이 화면창에 물음표(?)를
연달아 띄웠다.
" 사실 수익창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남아세력의 힘을 빌리는 것입니다.
우리도 기관과 같은 또 하나의 세력이 될 수 있기에 동남아세력도 우리와 합세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로 상부상조하자는 뜻을 매수라는 메시지로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두 곳의 기관이 들어와 있기에 일을 추진하기엔 금상첨화입니다.
어차피 진행할거라면 매수단가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 단가를 매수시점으로 하여 우리의 뜻을
동남아세력에게 전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메시지방법은 시간을 이용하면 됩니다. 월요일 14시 30분에 일제히 매수해서 20분 동안
780원의 현재가를 810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1차 매수 계획 물량은 약 50만 주로 예상됩니다. 화요일 오전장에 다시 830원 부근에
우리가 매수했던 물량을 공매도로 골고루 깔아놓으면 눈치를 살피던 한 곳의 기관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여 물타기를 시도할 것입니다.
그때 기관의 물량을 우리가 매수하면서 14시 30분에 840원으로 끌어올리면 됩니다.
화요일 종가는 동남아세력의 몫입니다. "
오사카정사장이 물량을 소화하겠느냐는 의문을 던져 각자 나름대로 계획했던 매수 물량을
모두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 짱프로 - 5만 주
* 빨간꼬챙이 - 10만 주
* 대전개장수 - 10만 주
* 쪽박도사 - 5만 주
* 서초동오마담 - 10만 주
* 물랑루즈 - 5만 주
* 삼각산여우 - 2만 주
* 망한여편네 - 2만 주
* 허수애비 - 5만 주
* 똥사발 - 1만 주
* 김기사 - 2만 주
* 아리랑박사 - 10만 주
* 집시노인 - 10만 주
* 오사카정사장 - 10만 주
* 무주식이상팔자 - 5만 주
15인의 최소 매수 주식수는 총 92만 주.
이 계획에 대해 성공 가능으로 모두 무게를 둔 것은 14시 30분이란 매수 시간이었다.
이제 화요일 종가에서 동남아세력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1430 Project - 7
7 - 20분의 혈투
월요일 개장부터 꼬리에 꼬리를 문 지루한 코스피 장세.
하일론 코리아도 그 지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매도
800원 - 36,240
795원 - 25,360
790원 - 58,590
785원 - 32,450
780원 - 44,600
매수
775원 - 13,000
770원 - 23,600
765원 - 32,000
760원 - 54,000
755원 - 69,000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29분까지 10원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장세가
저번주처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월요일 오후 2시 30분,
하일론 코리아 6만 주를 785원으로 매수 단가 항목에 입력한 후 클릭한 순간
거래내역이 화면에 우르르 나타나면서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는 780원의 매도물량들.
1분 후 785원의 매도물량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790원을 서서히 넘보고 있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가격대의 물량들이 가세를 했는지 1분 후 790원에 매도물량이
10만 주 넘게 쌓이기 시작했다.
10여초 정도 지났을까?
더 쌓이는 걸 굉장히 싫어했던 누군가가 단번에 정복해 버린 790원의 매도물량들.
오히려 매수물량으로 790원에 20만 주가 쌓여졌고 795원의 매도물량까지도
누군가가 단번에 집어 삼켰다.
다시 1분 후 800원의 매도물량까지 누군가가 쓸어 담았다.
온종일 매수가격이 775원 아래에 있었다가 현재는 805원과 810원에 20만 주가 넘는
매수물량이 쌓여 있으니..
다시 10분 정도 815원과 820원을 압박하는 시점에서 주춤했다가 누군가가 825원으로
한번에 치고 올라갔다.
오후 2시 50분 모든 거래가 멈추자 늘 그래왔듯 적막감이 감돌고..
오후 3시,
종가 815원으로 폐장되었다.
월요일 저녁 8시,
비공개방에 모여 매수했던 주식수를 파악해 보니 40만 주를 조금 넘긴 수치였다.
만일 계획이 실패해도 오사카정사장의 농담처럼 바닥에서 굴러도 어차피 바닥이니
그리 큰 걱정은 모두 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일이었다.
물타기를 시도할 기관의 물량이 나와야 하고 종가에서 동남아세력이 가세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었다.
아리랑박사가 흥분된 어투로 대화를 시작했다.
" 짱프로님,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내일도 기대됩니다. 하하하.. "
" 예상보다 5원 더 올랐으니 매수했던 분들은 내일 835원 부근에서 매도물량을 쌓으세요.
틀림없이 기관이 물타기를 시도할 것입니다. 매수하지 않았던 분들은
그때 가급적 매수해야 합니다. 종가에 동남아세력이 우리와 합세하게 되면
훗날 1,300원 부근에서 모두 팔고 나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동남아세력이 1,400원 부근에서
빠져나갈 공산이 높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전에 팔지 못하면 기관과 함께 물리게 됩니다. "
매수를 못했던 사람들이 오늘만큼은 일찍 잠을 자자는 의견에 저녁 11시 쯤
모두들 방을 나왔다.
1430 Project - 8
8 - 야누스의 얼굴
피시를 켰던 화요일 아침 9시 30분,
하일론 코리아 화면창에 나타난 매도와 매수.
매도
855원 - 98,380
850원 - 75,000
845원 - 32,790
840원 - 17,000
835원 - 14,600
매수
830원 - 10,000
825원 - 14,000
820원 - 26,510
815원 - 19,650
810원 - 35,700
월요일 종가보다 20원 정도 높게 형성되어져 있었고 조금은 지루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장기가 느껴졌던 오전 11시 쯤,
매도물량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825원에 있던 소량의 매수물량과 820원과 815원에 있던 매수물량들이 누군가의 매도물량에 의해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가가 상승에서 원점으로 다시 하락하려는 모습이었다.
15분 정도 지났을 무렵 거래가 터지기 시작했다.
하일론 코리아의 일일평균 거래량이 오후로 넘어가는 순간에 이미 그 수치를 넘어섰다.
누군가가 스스로의 물량으로 거래물량을 흔들어 대고 있다.
이런 경우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내다 팔고 다시 낮은 가격에 주식물량을 더 많이 확보해서
손실폭을 줄이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의 징조라 할 수 있다.
매도 & 매수의 공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했다.
오후 1시,
거래량이 250만 주를 넘어섰다.
이해를 잠시 돕자면,
거래량은 주식수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거래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예를 들어 주식 천 주를 매수하고 매도하고 또 매수하고 매도했다고 가정해 보면
매수했을 때 거래량은 천 주
그 천 주를 매도했을 때 거래량은 2천 주
다시 매수했을 때 거래량은 3천 주
다시 그 천 주를 매도했을 때 거래량은 총 4천 주가 된다.
금빛증권을 통해 거래가 터진 걸 보면 50만 주를 가지고 있던 그 기관이 물타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기관의 물타기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종가를 1시간 앞두고 거래량이 4백만 주를 넘기엔
그 기관의 보유물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그 손실폭보다 비싼 증권거래수수료를 내는 멍청이가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어지럽혔다.
현재 매도하고 있는 다른 증권회사를 살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몇달 전 동보증권을 통해 하일론 코리아 대표자가 1백만 주를 팔았었는데 그 증권회사에서
현재 50만 주가 매도 되었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만일 대표자가 보유주식을 팔게 되면 공시를 반드시 해야 하기에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아무튼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답답함이 가슴에 응어리졌다.
역시 주식은 야누스의 얼굴.
오후 2시 15분,
다행히 하락폭이 깊지 않는 범위인 현재가 790원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오후 2시 30분,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매도세력에 밀려 좀체 반등할 기미가 없다.
오후 2시 40분
드디어 빛이 보였다.
1430 Project - 9
9 - 제 3의 세력
예상보다 월등히 많은 매도 물량이 나와 뚜렷한 매수주체도 없이 힘겹게 버텼던
오후장세의 종지부를 찍었던 매수의 힘, 동남아세력이었다.
매수물량을 비웃고 있던 790원과 795원의 매도물량을 보란듯이 집어 삼키며
순식간에 800원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럼에도 계속 토해 내는 매도물량.
3분 후 805원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다가 결국 매수의 힘에 눌려 어제의 종가였던
815원까지 매수가를 회복했다, 오후 2시 49분.
주식거래가 10분 동안 멈춘 후 종가를 결정지었던 오후 3시.
어제보다 15원 더 오른 830원.
이제 해야 할 남은 과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많았던 매도물량의 출처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오후 7시까지 증권회사의 매도 & 매수 물량을 파악하며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저녁을 먹은 후 파스넷 공개토론방에 잠시 들어갔더니 발 없는 입소문이라 그런지
이방 저방마다 하일론 코리아의 일로 대화창이 시끌시끌했다.
모르는 척 토론방을 빠져 나와 빨간꼬챙이가 만들어 놓은 비공개방으로 들어갔다.
오사카정사장이 심장 떨려서 죽을뻔했다는 말로 인사를 물어왔다.
" 이것 저것 생각을 정리하다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모두들 계획했던 물량을 차질없이 매수하셨는지요? "
대부분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무주식이상팔자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말에
시끄럽던 대화창이 순간 조용해졌다.
무주식이상팔자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상을 아무도 하지 못했던 1백만 주에 대한
물량의 출처였다.
허수애비가 데리고 왔던 똥사발이 말을 이었다.
"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그건 틀림없이 동남아세력의 물량이라 여겨지네요. "
아리랑박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 과연 그럴까요? 참, 아까 짱프로님이 생각을 정리하다가 늦게 오셨다고 했는데
짱프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
" 네. 사실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냥 이 혼란을 뒤엎어 버렸더니 뭔가 보이더군요.
차근차근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동보증권을 통해 1백만 주를 팔았던 매도의 출처는 기억에서 지워주세요.
오후 2시 40분에 매수를 주도했던 주체는 분명 동남아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주도했던 주체는 물타기를 했던 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제 2 세력이라 본다면 오늘 종가에 매수했던 주체는 조사 자료에도 전혀 없는
새로운 제 3 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매수했느냐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가느냐라는 것입니다.
주당 일 이백원 남기자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동남아세력과 제 3 세력까지도
이 길을 같이 걸어가야 할는지 모릅니다.
훗날 갈림길에 섰을 때 두 세력이 뭔가 우리에게 선택할 길을 제시해 줄거라 생각됩니다. "
좋든 싫든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우리의 친구,
제 3의 세력.
1430 Project - 10
10 - 황금이불
수요일 아침 8시,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매도 & 매수의 수량은 화면 하단에 보여 주기에
1시간 일찍 하일론 코리아를 살폈다.
어제 비공개방에서 말했던 생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매수물량을 통해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아침 8시 55분,
매도 물량 - 320,000 주
매수 물량 - 1,150,000 주
오늘 기준가 - 830원
상한가 - 950원
하한가 - 710원
예상대로 시작부터 상한가에 매수물량을 쌓겠다는 제 3 세력의 메시지였다.
아침 9시,
개장과 동시에 950원 상한가.
950원에 매수물량이 1,432,530 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쌓이는 매수물량.
금빛증권을 통해 어제 물타기를 시도하려고 했던 그 기관과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이불공장 대표자와 개미 매도자들은
오늘 단가와 물량을 보고 아마도 줄담배로 혀가 새카맣게 타 들어갈 것 같다.
점점 쌓이는 매수물량들.
종가까지 5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지켜볼 것도 없고 해서
오랫만에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집으로 돌아와 피시를 켜 보니 아침에 봤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저녁 8시,
비공개방에 들어가니 잔치집 같은 분위기였다.
집시노인이 한달 동안 계속 상한을 꽂아달라고 했고
삼각산여우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한가를 잡게 되었다고 연신 깔깔 웃어댔다.
' 지루한 코스피 장세지만 이런 종목도 있어야 살맛이라도 있지. '
" 내일도 오늘처럼 별 일 없을 겁니다. 편안하게 지켜 보시고 내일 저녁에 다시 봐요. "
대화창에 짤막한 인사말만 남겨 놓고 그 방을 나왔다.
제 3의 세력이 함께 길을 가자고
오늘 우리에게 따뜻한 황금이불을 덮어 주었다.
목요일 아침 9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개장과 동시에 200만 주의 매수물량이 1,090원이란 상한가에 꽂혔다.
물타기를 실패했던 기관과 입소문을 들은 개미 투자자들까지 가세한 것으로 보이는 수치였다.
무주식이상팔자의 분석엔 기관이 2곳이라 했는데 아직도 1곳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분석해 본 주식 보유현황을 노트에 옮겼다.
동남아세력 - 150만 ~ 170만 주
비공개방 15인 - 90만 ~ 110만 주
제 3 세력 - 140만 ~ 160만 주
물타기 실패 기관 - 10만 ~ 20만 주
일반 개미 투자자 - 50만 ~ 80만 주
일단 매도로 나올 수 있는 총물량은 대략 400만 주.
오늘도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여유롭게 정리했다.
비공개방에 들어갔던 저녁 8시,
아리랑박사가 생각을 묻는 인사말을 던졌다.
" 짱프로님, 어서오세요. 내일 장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짱프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 모두 아시다시피 내일까지 상한가를 꽂기엔 가격도 주변상황도 부담스러울 겁니다.
3일 연속 상한가는 금융감독원에서 조사할 수도 있거든요.
암튼, 내일 장세에서 세력들이 우리에게 해답을 제시해 줄 것 같네요. "
1430 Project - 11
11 - 소문과 공시
금요일 아침 9시,
예상했던대로 30원 정도 상승한 1,120원이란 가격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매도물량이 많이 줄었지만 상투에서 매수하기란 다소 무리수가 따르는 일이기에
매수자들도 공격적인 모습보다는 방어적인 모습만 취하고 있는 그런 형태였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장세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형태였기에
상승된 가격에서 종가가 정해지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이제 문제는 다음주..
금요일 오후 3시,
종가는 50원 상승한 1,140원이었다.
저녁 8시,
비공개방에서 회의가 열렸다.
오사카정사장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두에게 밝힐 정보가 있다고 했다.
"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친구가 현재 코시모증권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오늘 오후에
인터넷메일로 은밀히 문의를 해 왔습니다.
메일 내용은 일본 증권가에 떠돌았던 하일론 코리아에 대한 소문의 사실여부였습니다. "
모두들 침묵의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계속 말을 잇는 오사카정사장의 대화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하일론 코리아가 중국 광저우에 조만간 제 2공장을 설립해서 아시아 침구시장을
공략할 거라는 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선 그런 소문이 전혀 없었다고 답신을 보내긴 했는데 만일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하일론 코리아의 주가는 지금보다 최소 10배 이상 오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소문의 사실여부를 떠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란 말들이 대화창에 난무하기 시작했다.
동남아세력이나 아니면 제 3의 세력이 의도적으로 일본의 주식시장에 퍼뜨렸던 소문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문득..
아무튼 다음주 장세가 재미 있을 것 같다.
월요일 오후 3시,
특별한 조짐도 없었던 가운데 종가는 20원 오른 1,160원.
화요일 오후 3시,
매수물량이 어제보다 조금 더 증가한 모습이었지만 종가는 오히려 10원 내린 1,150원.
수요일 오후 3시,
주식 화면창을 지켜 보다가 연신 하품만 나왔을 정도로 따분했었지만 오후 들어 상승세로
전환되어 종가는 40원 오른 1,190원.
목요일 오후 3시,
거래량이 조금 늘어났던 가운데 종가는 30원 내린 1,160원.
예상과 달리 재미가 별로 없던 한 주간의 장세.
그런데 이 따분했던 장세들이 금요일을 깨우는 알람이었을줄이야..
금요일 오전 11시,
마치 이불에 불이 붙은 듯 거래량이 터지기 시작했다.
매도와 매수의 공방이 세계대전을 방불케 했다.
물타기 해서 건질만한 건더기도 별로 없을텐데 3시간 동안의 거래량이 530만 주.
오후 2시 20분, 증권 메인창에 뜬 공시.
" 일본 증권가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하일론 코리아는 중국 광저우에 공장을 설립할
그 어떤 계획도 예산도 없음을 공지합니다. "
공시가 뜨자마자 매도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밧줄로 쑥쑥 잡아 당기는듯 오르더니
5분 후 상한가에 매수물량 230만 주가 박혔다.
금요일 종가 1,330원.
1430 Project - 12
12 - 갈림길
금요일 저녁 8시,
오늘의 공시를 놓고 15인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무주식이상팔자가 공시에 대해 분석한 것을 요약해 보면
오늘 상한가를 쳤던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리랑박사의 분석도 요약해 보면
오늘과 같은 거래량을 봤을 때 우리가 잘 모르는 1,200원 ~ 1,500원에 물려 있는 물량이
예상보다 더 많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다음주 1,400원 ~ 1,500원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첫번째 갈림길인지도 모르겠다.
빨간꼬챙이가 대여섯 사람들의 분석을 듣다가 말을 이었다.
" 좋은 분석입니다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선 감이 잡히지 않네요.
짱프로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
" 음, 오늘 장내에 쏟아진 많은 매도물량들을 보면서 사실 적잖이 놀랬습니다.
그러나 공시와 상한가를 쳐야 했던 이유에 대해선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동남아세력과 제 3의 세력이 서로 친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오늘 상한가로 우리에게 보여 줬고 게다가 우리가 이제는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전해 주는 메시지의 의미도 담겨져 있었습니다.
동남아세력은 저가에서 추가매수를 했었기에 매입단가가 1,3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다음주 화요일이나 늦어도 수요일까지는 이 주식을 매도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 보유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1백만 주가 넘기에 이 물량까지 그들이 떠 안기는
상당히 무리입니다.
아마도 우리들의 물량을 감당할 기관이나 아니면 또 하나의 세력이 우리를 밀어 내고
이불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끔 우리를 위해 만들었던 소문과 공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월요일 아침 9시,
개장부터 용광로처럼 공방이 뜨거웠다.
지루한 코스피 장세에선 대수롭지 않는 공시라도 판도를 좌지우지할만큼 영향이 컸다.
하일론 코리아도 그랬다.
만일 그들의 메시지처럼 우리가 매도를 선택해야 한다면 1,400원 ~ 1,500원이 될 것이고
매수주체가 기관이든 또 다른 세력이든 자신이 보유했었던 주식을 적당한 고가에 매도했다면
그걸로 이 종목은 눈에서 완전히 지워야 한다.
오후 1시,
매수하고 있는 증권회사를 살펴보니
일본의 미츠모토증권과 도시다증권이 국내 증권회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하고
있었다.
기관도 이 걸레같은 이불에 발을 조금 집어 넣겠지만 아무래도 이 걸레이불을 완전히 뒤집어
쓰기 위해 싸우게 될 주체는 외인들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이 강하게 섰다.
오후 3시,
종가는 어제보다 70원 오른 1,400원이었다.
저녁 8시,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오사카 정사장은 계속 보유하자는 의견으로
아리랑박사는 매도하자는 의견으로 대화창을 뜨겁게 달궜다.
결국 매도는 자유롭게 하자는 결론이 났고 모두 방을 나갔다.
1분 후 세 사람에게서 연달아 쪽지가 왔다.
빨간꼬챙이, 아리랑박사, 서초동오마담.
1430 Project - 13
13 - 세 사람의 쪽지
쪽지 내용은 세 사람 모두 비슷했다.
오늘 장세를 보고 결정했기에 간단명료하게 답신 쪽지를 보냈다.
" 네. "
화요일 오후 1시,
하일론 코리아 6만 주, 매도단가 1,450원으로 입력한 후 확인 항목을 클릭해서 매도 거래를 마쳤다.
누가 매입했는지에 대해선 이젠 관심도 없다.
파스넷에 들어갔더니 빨간꼬챙이로부터 쪽지가 와 있었다.
오전에 1,470원으로 전량 매도했다는..
그리고 비공개방을 폐쇄하고 멀리 여행 간다는..
방도 폐쇄되었기에 빨간꼬챙이처럼 멀리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니깐 그래도 우리와 상부상조했던
동남아세력과 제 3의 세력이 생각나서 하일론 코리아를 당분간 지켜 보기로 했다.
일일거래량을 보면 얼마나 공방이 치열했는지 알 수 있는데 수요일은 거래량이 1천만 주를
넘었기에 심장이 약한 사람은 아마도 그 이불에 오줌을 몇 번 쌌을 것이다.
암튼 거래가 가장 많았던 가격대는 1,530원 ~ 1,560원이었다.
미츠모토 증권회사를 통해 매수한 주식수는 대략 80만 주,
도시다 증권회사를 통해 매수한 주식수는 대략 130만 주였다.
금빛증권을 통해 매수한 주식수는 대략 60만 주였다.
목요일과 금요일의 장세는 수요일보다 조금 덜 치열했지만 그래도 일일거래량이 500만 주를 넘겼다.
증권회사를 통해 매도했던 물량을 보면 아마도 수요일과 목요일에 제 3의 세력이 물량을
털었던 것 같고, 동남아 세력은 수요일과 금요일에 물량을 털었던 것 같다.
그 다음주 월요일은 약보합권을 형성하다가 오후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종가는 1,510원.
화요일 종가는 1,430원.
수요일 종가는 하한가 1,220원.
그리고 일주일 후 1,000원 밑으로 종가에 오줌을 갈겼다.
사나흘 여행이라도 가려고 서두르는데 파스넷에 쪽지가 왔다.
서초동오마담이었다.
" 마지막 인사를 쪽지로 전합니다. 짱프로님, 덕분에 고마웠어요.
몇일 후 싱가포르로 이사를 갑니다. 남편이 거기서 사업을 하고 있거든요. "
고마운 일을 한 게 없지만 마지막 인사라고 해서 답신 쪽지를 보냈다.
" 저도 고마웠어요. 늘 건강하세요. "
여행 갔다 와서 파스넷에 로그인했더니 쪽지 2개가 와 있다.
하나는 아리랑박사가
또 하나는 빨간꼬챙이가 보낸 쪽지였다.
여행을 떠난 그날에 왔던 아리랑박사의 쪽지부터 먼저 열어보았다.
" 짱프로님, 짱프로님의 분석 덕분에 좋은 매도 시점을 잡을 수 있었네요.
다행히 크게 회복되었기에 파스넷도 주식도 오늘 이후로 깨끗이 접으려고 합니다.
1430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대단한 프로젝트였어요. 거듭 고맙습니다. "
어제 왔던 빨간꼬챙이의 쪽지를 열어보았다.
" 짱프로님, 몇달 전에도 오사카정사장과 아리랑박사가 종목에 대한 의견 충돌로 다투다가
닉네임이 쪽발이 같다며 방 분위기를 흐려 놓더니 얼마 전에도 불미스런 그런 상황이..
암튼 아리랑박사에게 사과 쪽지를 받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조금 알아보니
그 사람의 인터넷 IP 주소가 싱가포르였어요. "
- 지은이 장진돈(張珍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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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 시인이 주식거래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군요. 1430 프로젝트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은 산문방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2000년 ~ 2001년의 주식시장을 배경으로 쓴 글입니다..임보시인님의 의견대로 이 글을 제가 산문방으로 옮기려고 했더니 안됩니다..운영자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막힘이 없이 읽히는 것은, 대단한 필력이라 느껴집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雨潭님, 재미 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진돈 시인님,안녕하세요?
스릴있고 박진감 있습니다. 글에 빠져드는 저를 보며 주식거래를 해볼걸 그랬을까 지난 시간들을 아쉬워해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김혜숙시인님, 인사 답글이 늦었네요..죄송함 전하며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늘 건강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