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아홉수 조심하자고 했는데 어느덧 또 아홉수를 맞았다.
우리 동창들, 2/3는 아마도 아홉수에 들었을 텐데 모두들 아무 탈 없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사태로 어지간한 일에는 왕래를 못하는 관계로 친구들과도 많이 소원해진 것 같다. 카톡이나 메일로 소통한다고 해도 직접 만나는 것만이야 하겠는가? 모두 건강해야 할 텐데, 얼마 전 석종이가 떠나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오면 ‘친구 아들은 아닐까?’ 겁이 난다.
이제, 조금 여유를 가져도 좋으련만, 홍진(紅塵)에 묻혀 바둥바둥 살고 있는 내가 밉기도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버티고 있다. 집사람에게 말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좀 해보자!’그러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 왔다. 이제는 나 하고 싶은 것들 좀 하고 살아야겠다. 두 달 쯤 전 어느 날, 개를 몰고 산책을 나가던 중 갑자기 어지러워지면서 속이 메스꺼워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이 심해졌다. 아침마다 100층을 오르는 운동을 하는데,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30층쯤에서 멈추고 숙소로 돌아와 누었다가 출근하곤 했다.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냥 돌아올 수도 없어서 일단 내가 없어도 할 수 있도록 10일여에 걸쳐서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혹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정리해 둔 자료로 사업을 지속하라고 해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 진찰결과 전정 신경염이라며 약을 줬는데 그 약을 먹으면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은 줄어들었는데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약 때문인 줄도 모르고 숨을 쉬기 위해 밤이 새도록 걸어서 내 집에서 서울대학교 병원까지 몇 번을 걸었는지 새벽 동이 틀 무렵, 지쳐서 비스듬히 침대에 기대어 30분여 졸았던 것 같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했던가!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하며, 내가 숨을 못 쉬어 인위적으로 호흡을 하기 위해 밤새도록 걸었다는 것을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른다. 집사람이 아침에 내가 거처하는 서재를 열어보니 침대에 반쯤 기대어 코를 골고 있더란다. 그렇게 1주일을 보내고, 공황장애가 아닌지 다른 병원에 들르기로 마음먹고, 전정 신경염을 치료하는 병원에 들러 상황을 이야기 하니 의사가 놀라면서 신경안정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겠단다. 신경을 안정시키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신경안정제 4가지 종류가 각각 약간의 부작용이 있단다. 내게 쓴 약이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약으로 약하게 처방하겠다고 했다. 미심쩍어, 지금 이 진료가 끝나면 바로 서울대 병원으로 가서 공황장애 진단을받겠다고 했더니 새로 지은 약을 먹어보고 그래도 그러면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란다. 의사는 약 때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참 !내가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으면 아마도 곱게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내게 잠자기 전에 먹으라고 준 수면제를 나는 먹지 않았다.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인위적으로 호흡을 해야 하는데 잠이 들면 인위적 호흡이 안 되므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인데, 그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아도 내장기관이나 호흡, 심장박동, 소화 등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자율신경인데, 호흡을 인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은 자율신경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 수면제를 먹으면 호흡이 막히는 것은 뻔한 이치임에도, 신경안정제의 부작용이 있을수도 있는데 왜 수면제를 줬을까? 새로 받은 약은 괜찮은 것으로 봐서 그 전 처방이 정상적이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잘 못된 처방, ‘이 상태가 계속되면 자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들 정도의 고통 그리고 앞으로 겪어야 할 한 달 정도의 치료과정 등이 아홉수를 말해주는 것 같다.
친구들아! 건강 조심하자. 첫째, 우리 70노인이다. 술 많이 먹지 말고 둘째, 많이 걷고 셋째, 아픈 데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몸을 달래가면서 100세 시대를 살아 보자. 특히, 자신에게 부작용이 있는 약을 알아뒀다가 의사에게 말하고 처방 받기 바란다.
아홉수 땜한 윤도근 씀
첫댓글 네! 아주 중요한 건강 상식 이군요
자신의 건강은 본인이 더 잘아는 법-
자신을 69년간 운행 해 본 운전자로서 훌륭한 처방으로 자신을 지켰 군요.
힘든 아리랑 고개를 조심 스럽게 운행하여 이후의 장거리 운전에 청신호가 될 수 있는 관문을
무사히 통과 하시고 건강 백 이십세의 기틀을 튼튼히 정립 하기를 축원 하는 바 입니다
그리고 핸드폰 연락이 잘 안 되는데 직통 잘 되는 연락처를 알려 주시기 부탁합니다
人生七十古稀來
바다위에 거품이요.
호수위에 부평초라
아침 이슬 다름 없는
인생 춘몽 꿈속인데
고희를 살아온 벗님의
연륜이 참 아름답네
이 만큼 살아온 것도
우린 축복 받은 인생이 아니던가?
윤 총장 그동안 너무 격조(隔阻)했네
몹쓸 방역 장벽을 넘지 못해 만나지는 못할망정 대화의 장에서나마 자주 보세나
항상 건강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