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장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것이 바나나였다.
우리 나라에서 나오지 않아서 거의 수입되어 먹고 있지만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과일이다.
그런데 요즘 심상치 않은 소식이 가끔 신문에 실리고 있다.
최근 중동 요르단과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바나나에 치명적인 TR4라는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그와 함께 나오는 얘기는 그래서 바나나가 멸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멸종하는 것일까?
바나나는 씨가 많고 맛이 떫은 야생종이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런 바나나를 한가지 유전형질만을 가진 종으로 개량하고
유성생식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 키우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이 많고 잘 익지 않아서 전세계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바나나산업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생산하는 바나나는 한 가지 유전형질을 갖기 때문에 질병에 취약하다.
이미 1950년대에도 이렇게 생산하던 바나나종이 멸종하였다고 한다.
1845년 아일랜드 감자기근도 같은 과정을 거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한 가지 감자 품종만을 키우고 있었고,
이 감자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이 발생하자 기근을 맞게 된 것이다.
바나나는 참으로 매력적인 과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산업화되어 단일 품종으로 대규모 단작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바나나는
생태계에서 매우 기형적인 존재이다.
또한 이로 인해 농업 생산또한 상업화되었으며, 주된 생산지의 자급적인 식량생산구조도 파괴되었다.
단 한가지 곰팡이병이 퍼지기만 해도 멸종하는 '씨없는 바나나'를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 언니네 텃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