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장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의 농업국이었다. 1970년의 농업인구는 천4백4십2만2천 명, 농가 비율은 44.5%였다. 국민 절반 가까이 농업에 종사하던 그 시대에 시골 농가의 필수 농기구에 똥장군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귀한 술통으로 썼을지 몰라도 지푸라기로 가운데 구멍을 틀어막는 그 나무통이 우리에게는 인분을 논밭으로 옮기는 똥통이고 이름은 똥장군이다.
이제 농업은 현대화되고 시비 방법도 달라져 그 똥장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농업박물관에서도 보기 드문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농가의 똥장군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런데 누군가가 말한다. 똥장군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래도 장군이니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야 하지만,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뜻을 받든다는 우리네 똥장군은 다 군대로 갔다. 그리고 똥별을 달았다. 똥별이라니? 웃을 수만 없는 참으로 고약한 우스갯말이다.
또 단골 공포 이야기가 있다. 비 내리는 이슥한 밤에 피칠 입의 하얀 소복 여인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이불을 뒤집어쓰게 하던 무서움이었다. 그렇게 아이들 밤 측간 길을 벌벌 떨게 하던 그 소복 여인은 바로 여우였다.
그만큼 여우가 많이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많던 여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아니다. 가긴 어디로 가겠느냐? 그렇다고 멸종한 것도 아니다. 그 많던 여우가 도시로 왔고, 모두 둔갑하여 살고 있다. 도시에 우글우글한 좁쌀 인간들이 다 그 둔갑한 여우라는 것이다.
이렇듯 군대에 간 똥장군, 도시에 내려와 좁쌀 인간이 된 여우 이야기는 그냥 우스개이거나, 깊이 생각할 철학이나 사유가 아닌 심심풀이 땅콩 너스레이다.
그래도 밥 먹고 배 꺼지는 헛말은 아니고 오늘의 세태를 풍자하는 뼈 아픈 말이다. 그저 실없다며 싱긋 웃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한탄의 말이다.
먼저 인간이 된 좁쌀 여우를 알아보자. 그러니까 좁쌀 여우는 사람됨이 음흉하고 옹졸하며 남을 속이는 데 이골이 난 족속이다. 그리고 이 여우족 인간을 알 수 있는 수천만의 사례 중 하나만 들어보자.
지난 2022년 전주MBC 기자직과 카메라직 채용공고이다. 12월 5~12일 원서를 받으며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짧은 숏츠 영상을 올렸다. 첫 영상은 선발 과정에 듣기 평가가 없다는 뜻으로 듣기 평가 위에 빨간색 X자를 친 화면이 나오고 이어서 ‘어차피 날리면!’이란 문구가 떴다. 이는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000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말의 논란에서 MBC는 000이 ‘바이든’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그걸 풍자한 것이다.
이어지는 영상에는 여권에 X자를 친 뒤 ‘비행기 당장 못 탐’이라는 문구가 떴다. 2022년 11월 대통령 동남아시아 순방 때 MBC 기자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것의 비판이다. 이쯤 되면 그 많던 여우가 도시로 내려와 주로 어디에 살고 있으며, 그중 누가 좁쌀 여우족의 두목인지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똥장군이 군대로 갔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이것도 긴말이 필요 없다.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에서 이전하려고 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붕쨔자 붕쨔 안 내려오면 쳐들어간다’며 설레발 쳐서 국방장관이 된 자와 국방장관을 물려주고 채상병 사건과 관련하여 호주대사가 아닌 도주대사, 런종섭의 이름표를 달았던 두 사람이면 딱이다. 더는 무슨 증거를 또 더 대랴?
그런데 문제는 이 똥장군과 좁쌀 여우가 아니다. 그 똥과 좁쌀이야 하늘이 무너져도 잘 먹고 잘살 것이다. 하지만 5천 년 유구한 대한민국의 존엄과 긍지는 어디서 찾는단 말이냐? 결국, 똥장군과 좁쌀 여우는 우리 서민들이 짊어진 암이거나 짐이니 그저 가슴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