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Madame Bovary)』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결혼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일상의 지루함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지방에서의 생활과 평범한 결혼의 일상을 다룬다. 또한 환상과 불행한 생활 그리고 격정을 묘사하기도 한다.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소설이 보여주려는 것은 시민적 결혼의 이상이 결코 개인적 행복에 대한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에마 보바리다. 그녀는 호인이지만 재미라고는 없는 시골 의사 샤를 보바리와 결혼한다. 결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는 이것은 자신이 상상한 생활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녀가 그린 삶이란 소시민적인 일상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는데 자신이 지금 그 생활에 처하게 된 셈이다. 그녀의 이런 관념은 수도원 학생 시절에 몰래 읽었던 감상적 연애소설에서 나온 것이다. 그곳에는 여성들이 항상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멋진 남성의 품에 안기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달밤에 사랑의 맹세를 속삭이고, 고결한 구출자가 깜깜한 숲 속에서 역겨운 사내들을 피해 달아나는 여자를 구출하고, 아니면 말을 타고 이리저리 질주하거나, 귀부인이 곱게 접은 편지를 비밀리에 받는, 이러한 이야기는 낯선 세상으로 전개되고 중세나 오리엔트를 연상시키며 환상적으로 꾸며진 풍경이 연출된다.
에마는 결혼식을 치르고 자신이 이탈리아식 별장이나 스위스식 산장의 테라스에서 열리는 근사한 모임에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별 볼일 없는 소도시에서 평범한 시골의사의 부인으로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생활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에마는 벽난로에 앉아 있거나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한 주 한 주를 보낸다. 집안 살림은 가정부가 해치우고, 어린 딸은 유모가 돌본다. 피아노를 아무리 쳐봤자 누구도 듣는 사람이 없다. 남편은 감흥을 주기는커녕 밤마다 곁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겹기만 하다. 샤를 보바리는 에마를 우상처럼 사랑하지만, 하루종일 고름 냄새나는 농부들의 병상을 회진하고 저녁에는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 일상화된 애무를 한다. 그는 점차로 뚱뚱해졌고, 식사 예절도 형편없어졌으며,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고, 밤에는 씩씩거리며 잠자리로 들어가곤 했다. 플로베르는 문학에서 처음으로 전형적인 시민계층이 보여주는 결혼생활의 황량한 일상을 묘사한다. 그들의 결혼생활에서는 성에 따른 역할 분담이 뚜렷하여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그것을 기대하게 된다.
샤를은 점점 에마의 신경에 거슬리게 된다. 그래서 남편이 직업에서 성공하지 못했음을, 그의 우둔함을, 그의 촌스러운 태도를 멸시한다. 실제로 샤를 보바리는 독자의 눈에도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리석음으로까지 비치는 악의 없는 행동은 에마가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멸시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일상의 지겨움을 벗어나기 위해 에마는 유행하는 옷을 사들이는 데 돈을 마구 낭비하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동경을 충족시키고자 파리의 거리가 그려진 지도 위를 손가락으로 따라가 보기도 하지만 결국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이제 과도한 요구에 직면한 샤를은 환경을 바꾸기 위해 이사가는 것 외에는 더 나은 묘안이 없었다.
이사를 한 용빌에서 에마는 공증사무소의 젊은 서기 레옹을 알게 된다. 에마의 외면적인 태도만 보면 간통을 저지를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이때 이름이 멋진 부유한 농장소유주 로돌프 불랑제 드 라 위세가 시야에 들어온다. 로돌프가 보여주는 세계는 사치와 성애적인 향유의 세계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에마가 찾았던 세계다. 따라서 로돌프는 몇 마디 뻔한 번지르르한 말로 너무나 쉽게 에마를 유혹할 수 있었다. 유명한 유혹의 장면은 농업 경작인 총회에서 볼 수 있다. 그 지역의 유지들이 자랑하며 떠벌이는 연설 도중에 로돌프는 전문가다운 유혹의 기술로 에마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플로베르는 이 장면을 짧게 교체되는 단락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유혹하는 장면의 서술에서는 항상 연사들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이런 서술 방식은 현대적이고, 지금은 영화 매체를 통해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짧은 컷으로 두 줄거리가 평행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다.
에마는 이제 로돌프와의 추문에 빠져든다.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읽었던 낭만적 사랑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착각한다. 에마가(그녀가 읽었던 소설처럼) 극적인 사랑의 도피를 계획할 때 연애는 갑작스럽게 끝을 맺는다. 로돌프가 에마를 그대로 남겨둔 채 도망쳐 떠났기 때문이다.
이후 에마는 루엥에서 극장을 찾았다가 레옹을 다시 만난다. 이때 우스울 정도로 순진하기만 한 남편 샤를 보바리는 그녀에게 혼자서 며칠 더 도시에 머무르라고 제안한다. 레옹은 에마의 두 번째 애인이 된다. 샤를이 에마가 피아노 수업을 받고 있다고 여기는 동안 그녀는 레옹과 만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격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혼생활의 비애는 간통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어느 날 보바리 부부의 집으로 압류장이 날아든다. 에마가 마구 사들인 사치스런 옷의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경악한다. 자살만이 유일한 탈출구로 보인다. 결국 에마는 비소를 먹고 자살한다.
그녀는 죽는 순간에 역설적으로 삶을 가장 뚜렷하게 느낀다. 죽으면서 손거울을 청하여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한숨짓는다. 그리고 베개를 베고 눕는다.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에마는 그저 병들어 쇠약해진 주인공의 태도를 지어 보인다. 그 주인공이란 그녀가 평소에 자신의 삶을 통해 따르고자 했던 감상적인 인물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에마는 끔찍한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죽음과 사투를 벌인다. 그제야 비로소 삶이란 소설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다.
19세기에는 시민적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의 이상이 유럽 문화에 확실히 정착했다. 하지만 결혼의 행복에 대한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큰 법, 일상이 낭만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나는 때가 어쩔 수 없이 찾아온다. 에마에게 샤를과의 결혼은 쓰디쓴 현실의 쇼크였다. 따라서 그 현실을 피하고자 우선 소설의 세계로 도피하고 나중에는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19세기에는 이런 일탈은―앙시앵 레짐의 귀족 상류층과는 달리―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었다. 특히 여자들에게 이런 행동은 '간통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사회에서 추방되는 것을 의미했다.
한편으로 19세기에도 결혼은 17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개인의 격정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순수한 갈망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갈망은 결혼생활 내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적합하지 않은 것이 된다. 격정이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소설이었다. 에마가 탐독했던 형편없는 감상적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이 소설 『보바리 부인』이나, 『에피 브리스트(Effi Briest)』,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등과 같은 걸작 소설에서도 그러했다.
작가 소개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2.12~1880.5.8)
1821년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 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고통과 질병, 죽음의 분위기를 체득하며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인다. 소년 시절 읽은 [ 돈키호테 ]에 매료되어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몇몇 단편 소설들을 습작한다. 파리 법과대학에 등록하나 적성에 맞지 않아 낙제한다. 간질 로 추정되는 신경발작을 계기로 학업을 그만두고 루앙으로 돌아와 집필에 전념한다. [ 감정 교육 ]의 첫 원고와 [ 성 앙투안의 유혹 ]이 이즈음 쓰인다. 1856년 [마담 보바리]를 완성해 <르뷔 드 파리 Revue de Paris>에 연재한다. 그러나 작품의 몇몇 대목이 선정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작가와 잡지 책임자, 인쇄업자가 기소당한다. 쥘 세나르의 명쾌한 변론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후 작가는 문학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함께 얻으며 [ 살람보 ], [ 감정 교육 ], [순박한 마음 Un coeur simple] 등을 발표한다. 1880년 5월 미완의 작품 [ 부바르와 페퀴셰 ] 원고를 책상 위에 남긴 채 뇌일혈로 사망한다.
첫댓글 불륜과 무절제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여주인공은 2명의 情夫와 사랑에 빠지고 끊임없는 사치와 과소비를 하다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게 되니 남편과 세상의 이목이 두려워 독약으로 자살한다.
본인의 파멸은 물론이고 남편을 급사하게 하고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 까지 오래 못살게 한다.
유일한 혈육인 딸은 이집 저집을 전전하다가 가난한 친척집에 맡겨져 방직공장으로 내몰리는 지경에 이른다.
"모든 것이 거짓이다. 기쁨뒤엔 저주가 미소뒤엔 권태가 숨어있다. 최상의 키스도 더 큰 관능을 부르는 갈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