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선생님의 팜플렛을 받았을 때 약력을 쭉 읽어 나갔다. 첫 부분에 서울대 법대 중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보자면 서울대 법대는 문과에서 최고의 엘리트만 모이는 집단인데 거기를 졸업도 아닌 중퇴를 하셨다니, 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을 품고 문학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문은 작가와의 대담시간에 풀려버렸다. 선생님의 대답처럼 본인의 길(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퇴했다고 하셨다. 그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런 용기는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학연구반 선배님들이 낭독한 ‘휘파람새’ 와 이상훈 선생님과 함께 연기하신 여자 분께서 낭독한 ‘도시의 나팔소리’를 들었다. 젊은이와 노인의 상황은 대비가 되었다. 특히 나는 ‘도시의 나팔소리’를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배우이신 이상훈 선생님이 낭독해 주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대사마다 어떤 단절감과 외로움이 들어있어서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도 늙어서 저런 느낌을 받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참 안타까웠다.
희곡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학교에서 배운 약간의 지식들과 작은 선생님이 수업하실 때 알려주셨던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한번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태까지 문학이라고는 시와 소설만이 있는 줄 알았고, 그 책들만 읽어왔다. 대사로 상황과 심리를 묘사하고 또 그 안에서 어떤 교훈이나 주제, 철학을 찾는 다는 것은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이렇게 글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연출가에 의해 영상으로서 재탄생 한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선생님의 희곡을 보니 무대의 장면이 꼼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정말 글자를 읽어 나가는 대로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어떤 글을 쓰기 위해서 직접 발로 뛰신다고 하셨다. 특히 탄광촌에 간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돈을 아끼기 위하여 제일 싼 여관을 잡고 끼니로는 초코파이 2개가 전부였다는 말씀을 듣고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나는 지금까지 그냥 무늬만 글을 배우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렇게 극작가로써 많은 업적들을 남기고 아직까지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선생님은 이렇게 치열하신 삶을 살고 계신데 나이도 어리고 한창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할 때인 나는 언제 한번 그렇게 치열하게 산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들도 맴돌았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수많은 생각과 메모가 필요하고 눈을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말 나에게 딱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지 항상 염두 해 둬야겠다. 그래야 앞에 좋은 재료가 지나치는 것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윤조병선생님과,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큰선생님, 작은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오~역쉬 반장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썼구나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