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졸업 30주년 행사, 음수사원의 향이었어라!
솔향 남상선/수필가
충남고 30회 졸업생(92년 졸업) 이상훈 제자로부터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 2022년 9월 30일(금) pm 6:30에 계룡스파텔 1층 무궁화 홀에서 개최하는 충남고 졸업 30주년 기념행사에 꼭 참석해 달라는 초청 당부의 말이었다. 알고 보니 이상훈 제자는 충남고 졸업 3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장이었다.
9월 30일 날짜가 박두했다. 30년 전 제자들이 빨리 보고 싶어서인지 예정 시각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10여 분이 지나니 옛날 고3 담임 시절, 같이 고생했던 분들이 거의 다 나오셨다. 12담임 중에 11분이 나오셨다. 한 분은 몇 년 전에 작고하셨다고 했다. 인생무상이 따로 없었다.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따로 마련된 은사 석에서 옛날 담임들과 세상사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 제자들이 몰려왔다. 30년 세월 속에 변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명찰 패용까지 하고 와서 인사를 했다. 인사할 때마다 이름을 불러 주며 포옹해 주었다. 옛날 사제지간의 그 때 그 체온을 느끼는 듯했다. 얼굴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였다. 동고동락했던 옛날 얼굴들이 그리워, 보고 싶어 행사장에 나온 얼굴들이었다.
잠시 후 둘러보니 계룡스파텔 1층 무궁화 홀이 꽉 차 있었다. 좌석 배치는 1반부터 12반까지 원탁형 테이블로 해 놓았다. 어쩐 일이지 내 반이었던 3학년 8반이 제일 많이 참석했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성을 보이는 제자들이 자랑스러웠다.
드디어 충남고 총 동창회 회장이 졸업 30주년 기념행사 개회식 선포를 했다.
선․후배 동문들이 모인 그 자리는 더할 나위 없이 훈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모교의 발전을 기원하며, 선․후배 동문들이 화합과 대동단결을 도모하는 자리라서 그런 지도 모를 일이었다.
행사 식순은 1, 2, 3부로 돼 있었다. 1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개회 선언 •국민의례 •은사님, 내빈 소개 •축하 영상 •기념사 •축사 •격려사 •경과보고 •설송상 시상 •감사패, 공로패 수여 •기금(장학기금, 학교 발전기금) 전달 •은사님 사은품 전달 •행사기 이양 •축하 케이크 커팅 및 건배 제의 •교가 제창 순이었다.
이날 행사 제반 비용은 참석한 충고 30회 졸업생 제자들이 기금을 마련한 거였다. 거기에 졸업생 찬조금이 일조하여 행사를 치르게 됐다고 했다. 모교를 위하는 기금(장학기금, 학교 발전기금) 1,500만 원을 전달하고, 행사장(계룡스파텔 1층 무궁화홀) 임대료며, 호텔식 요리 저녁 식사대. 은사님 사은품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모교와 은사님들을 위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기금을 모았다고 했다.
행사장에 모인 충고 30회 졸업생들을 대하니,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마시는 물 한 모금이라도 그것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근원을 알고 마시라.>는 뜻이다.
음수사원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배은망덕하지 않는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근본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산다. 오늘 행사의 주인공들인, 충남고 30회 졸업생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충남고 30회 졸업생들의 음수사원하는 마음이“보은의 향으로, 감사의 향으로 물씬 풍겨나가고 있었다.
‘충고졸업 30주년 행사, 음수사원의 향이었어라!’
아무리 보아도 아름다운 기림의 자리임에 틀림없었다.
1부 행사가 끝나고 우리 반 제자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 환담을 나누며, 식사를 했다. 30년 만에 만난 제자들이 어쩌면 같이 늙어간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하고 있는 일들과 직장에 관한 얘기까지 나왔다. 명함까지 주는 것이었다. 학생 때엔 꿈을 꾸지도 못했던 제자들이 박사 학위를 받아 전문직에서 일하는 사람도 여러 명 있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국가의 동량지재로서 인정받고 일하는 제자들이 자랑스러웠다. 공부를 잘 했던 제자, 운동만 좋아했던 제자, 다정다감했던 제자, 별 말이 없이 공부만 파고들었던 제자, 쌈질에 앞장섰던 제자들이 이제는 자기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로 일하고 있었다.
학생 때와의 모습과는 아랑곳없이 30년의 세월이 모두를 국가의 동량지재로 만들어 놓았다. 이런 걸 볼 때, 세월의 위력에 고개를 숙이질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소중한 인재들로서 각계각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제자들을 바라보니 명심보감의‘옥불탁 불성기(玉不琢 不成器)가 생각났다. <옥은 쪼아서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제자들이 산 증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기쁨은 이런 때에 사용해도 될 말인 것도 같았다.
행사의 막을 내리는 충남고등학교 교가가 우렁차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보문산 내달아 온 용머리 언덕은 / 청운에 오르면 계룡이 날아든다.
이 한밭 중심에 자리 잡은 우리 학교/ 보람은 수련의 도량을 이룬다.
우리는 진실히 배워나간다./ 나날이 새롭게 갈아나가네
이윽고 나라의 기둥이 되련다./ 복된 시대의 힘이 되겠네.
아, 우리학교 충남고교 / 영원 무궁히 젊음아 모여라.
충남고 30회 졸업생들의 음수사원하는 마음이
‘보은의 향, 감사의 향’으로 맥질하며교가의 여운을 더하고 있었다.
충남고 졸업 30주년 행사!
청사에 빛날 감사의 향을 뿌리고 있었다.
‘충고졸업 30주년 행사, 음수사원의 향이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