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 다음에 태어나면 다시 아버지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너무 뜻밖이라 "왜"
-아버지가 좋아서요-
늘 미안한 두 녀석이라 "미안하다"며
-왜 그러십니까?-
두 녀석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놀아 준 적이 없이 산으로 들로 다닌 못난 아비의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나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이다음에도 내 자식으로 태어난다면 더 좋은 아버지로서 더 좋은 어머니 만나 너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미안하다."
큰애와 나눈 대화중에서...
오늘 이어갈 하천은 낙동강 수계인 맑은 황강의 지류인 가천천이다.
가천천은 백두대간 초점산에서 이어지는 지맥 길에 수도산을 지나 석화성(石火城)인 가야산 인근의 두로봉에서 발원하여
경남 거창군 가조면을 돌아 합천댐에 안기는 35km의 물 맑은 하천이다.
수도산 아래 자리 잡은 청암사는 조선 제19대 왕인 숙종의 비 인현왕후께서 3년간 유배되었다가 부처님께 기도한 덕분인지
3년 후 다시 복위된 곳이고, 좌대 일령 아래 회천의 무흘 구곡은 조선 중기 한강 정구 선생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이른 아침에 자가용으로 경남 거청 군 가조면에 주차하고 택시를 이용해 가금면 용암리 최상류 자연의 소리 펜션까지 올라간다.
택시에서 내리니 날씨는 조금 쌀쌀하다
오래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 분계령 옛길을 대충 어림잡아 거슬러 올라가니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점인 분계령이 나온다
목통령은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김천으로 오고 가는 소장수와 임진왜란 때 의병들의 군사 통로로 이용되었을 정도로 발길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산꾼들 외 찾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목통령에서 지맥 길 따라 오르니 성주군 방향에서 찬바람이 불어오고 나뭇가지에 얼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아직 한겨울
같은 날씨를 보여준다.
두리봉에서 본 석화성 가야산 정상이 보이고
나뭇가지만 없었더라면 더 좋은 정상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아쉬움이 든다.
비실이 선배님의 시그널이 보이고
지나간 경로
두리봉은 오래전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라 어느 나라의 전초기지였는지 알 수 없지만
성터였는지 봉화대였는지 정상 아래로 돌무더기가 길게 이어진다.
성터나 봉화대였다면 분명 우물터가 있었을 거라 확신했으나 오랜 시간이 흘렀나 급경사 지대를 내려오니 물은 보이지 않는다.
두리봉에서 100m 정도 내려와 맑은 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와
낙엽을 뒤적거려 한 모금의 물 맛보고 이제 합천댐까지 이어 갈길만 남아있다.
초점산에서 발원하는 황강의 지류인 가천천의 최장 발원지이며 물은 석가천이란 이름으로 잠시 흐르다가
거창군 가북면을 지나면서 가천천으로 바뀐다
첫 물이 나오는 곳
물이 흘러와 길게 이어지는 암석 속으로 사라져 더 이상 찾을 길도 없고
물길 따라 내려가다 보니 우측 계곡으로 물이 많이 흘러내리는데
발원지를 잘못 찾아왔나 싶을 정도로 물이 많다.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보니 희미한 능선 하나 사이로 분계령 우측의 물과 가야산 두리봉에서 흘러온 물이 묘하게 빗겨 흐르는 곳이다.
자칫하면 엉뚱한 곳으로 지나갈 수 있어 조심해 보며
두리봉에서 흐르는 물은 수량이 얼마 안 되어 잠시 분계령 우측의 물이 흘러오는 방향으로 접어들어 내려가니
소원 성취 바위
백제와 신라의 국경지대 분계령 아래에 자리하는 소원 성취 바위
나무꾼 출신의 아작이란 사람이 민초들을 다시 모아 백제의 재건을 위해 신라군과 맞서 싸웠지만
패배를 하였고 나라를 잃은 설움에 아작은 칼로 바위를 내리친 후 전사를 하였다고 한다.
두리봉에서 흘러온 물은 이곳으로 오지 않고 본연의 계곡으로 흘러들어 가고
이곳 능선을 사이에 두고 좌측은 두리봉에서 흘러온 물
우측은 분계령에서 흘러온 물이다.
조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자연의 소리 펜션 길이 길게 이어지며 울창한 소나무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기백산인 것
같은데 좀 더 내려 가봐야 알 것 같다.
수도산에서 가야로 이어지는 좌 대곡령이 보이고
저곳 뒤로 흐르는 물은 모두 대가천(회천)이며 한강 "정구" 선생의 무흘구곡으로 흐르는 물이다.
가운데 분계령이며 우측 멀리 내려온 두리봉 방향
석가천(가천천) 최장 발원지는 도로 우측에 있다
멀리 움푹 파진 곳은 분계령이며 그곳에서 작은 능선 하나가 살아있어 이곳 임도교까지 이어진다.
임도교 다리를 사이에 두고 분계령 기점으로 우측은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흘러온 물이고
좌측은 목통령에서 흘러온 물이다.
수량은 가야산 국립공원 내 두리봉에서 흘러온 우측의 물이 조금 더 많고
가북면 개금마을을 지나며 개금마을은 옛날에 마을 앞뒤 산과 골짜기에서 금이 많이 나왔고 지금도 금광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개금마을 안내판과 멀리 분계령
제가 좋아하는 할머니분들
오늘은 공공근로 일하는 날 이라며 도로가에 쓰레기를 줍고 계신다.
배낭에 뭐라도 들었으면 나누어 드릴 텐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전에 분계령을 오고 갔던 이야기도 들어 보고
"할머니!~건강하세요" 인사하고 나니 할머니분들은 도로 위로 천천히 걸어가시며 쓰레기를 주우신다.
거창한 땅 바로 거창군
사과로 유명하고 수박으로 유명한 동네지만
거창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삼봉산이 있고, 동쪽으로는 오도산
남쪽으로는 감악산, 서쪽으로는 남덕유를 품고 있는 곳이며
최고의 조망을 가진 산들과 맑은 황강 속에 자리하는 위천천과 가천천을 품은 곳이니
거창은 산은 깊고 물은 맑은 이러한 곳은 전국에서도 드물다
물은 1 급수이며 계곡으로 물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 나간다.
계곡에서 아스 길로 올라오니 시커먼 이 녀석이 반긴다.
한 덩치 하는데 무섭기도 하고 가만 보니 꼬리는 어디서 잘라먹었는지 한 뼘도 안되어 보이고
손바닥을 내미니 커다란 혀로 반가움을 표시해준다.
댕댕 아 너네 집에 가라
한여름에 오면 아주 좋을듯하다.
물은 맑고 쓰레기는 하나도 없고
작은 폭포로 물이 흐르는 모습
가북면은 해발 고도가 놓아 물이 흐를 때 낙차가 꽤 커서 그런지 계곡은 깊고 물의 흐름도 빠르다.
가북면 용암리 거북바위
목을 길게 빼내고 시선은 단지봉을 바라보며 조금씩 기어가는 것 같다.
용암마을 앞 계곡에는 오래전에 사용하던 물레방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낡고 부서져 사용 불가하다.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며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복원될 것 같은데... 그게 언제일지
물레방아 있던 곳 근처에서 다시 도로가로 올라와
멀리 보혜산과 그 앞에 옥산이 있고 그앞에 깨끗한 가북저수지가 보이며
농사철이라 들판으로는 온통 검은 비닐이 땅을 덮고 있으며
도로에는 막다른 길이라 마을 분들 이외 차량의 움직임도 없는 조용한 길이 이어진다.
내려온 가천천
옥산과 하천길
물은 아주 깨끗하며 쓰레기는 하나도 없음
훗날 말년을 조용하게 보내고 싶으신 분들 계시면 이곳에 들어와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멀리 분계령과 두리봉이 보이고
가북면 몽석리 마을과 단지봉 방향
오리 농장을 지나며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는 출하 대기를 기다리는 다 큰 오리가 수천만 마리가 빼곡하게 사는 곳이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닭은 연간 10억 마리 정도라는데 오리도 그 정도 될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좁은 곳에서 크는 오리가 불쌍해 보여 몇 번이고 뒤돌아 보게 만든다.
계곡으로는 온통 화강암석만 보이더니
큰 돌들 사이를 비집고 흘러온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저수지 상류에 모여 장을 이루었다.
할머니분들
저와 같이 걸어 보신 분들은 제가 할머니분들과 이야기를 잘하는지 아시죠
하천변 쓰레기 줍는 공공근로하시는 몽석마을 할머니분들과 이야기하며 고구마 두 개를 얻어들고 인증 찍습니다.
소주도 한잔 하고 바라시는데 소주를 못 마시는 관계로 사양하고 예전에 살던 마을 이야기와 계곡의 맑은 물 이야기를 듣는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인사드리고
고구마 두 개는 내려오면서 점심 대용으로
인심 좋은 명석마을
진짜 인심 좋은 동네고요
옥산 방향과 저수지
물은 고려청자빛이며 아주 깨끗하다.
저수지 시멘트 방수포가 보이고
가북면 공수리 마을 앞 벚꽃이 활짝 피어있고
저수지와 공수리 마을 앞
내려가야 할 곳으로
양지바른 곳에는 조팝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멀리 지맥 길 능선인 작은 가야산이며
하천 따라 조금 더 가면 가북면 사무소가 있지만
조금 전에 할머니분들께 얻은 고구마로 점심을 해결해서 가북면 사무소 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
내려온 길에 본 단지봉과 가북면 사무소 방향
좌측의 다리는 수도산에서 흘러온 좌 가천이 가천천에 합수되는 곳이다.
하천변에 자리 잡은 벚나무에 눈이 하얗게 내린듯한 모습이다.
트랙터로 믹서를 한 논이 있고 멀리 박 유산이 나 홀로 우람하게 있으며 바로 앞에는 보혜산 뒤쪽이다
박 유산은 신라말 박유라는 처사가 은거하였다 하여 붙여진 산 이름
가북면 용산리 마을에서 본 보혜산 모습
숙성산과 호두산 그리고 박유산
우두산 장군봉과 멀리 마당재와 비계산 모습
작은 가야산 우두산 장군봉 북쪽에서 흘러온 우 가천이 가천천에 흘러드는 곳에서
미녀봉과 고려말 도선 국사께서 팔도의 명지(名地)를 두루 돌아다니며 산 밑에서 노숙하며 별을 보고 점을 쳐서
방향을 찼았다 하여 붙여진 숙성산(宿星山) 그리고 가천천이 빠져나가는 곳 옆으로 호두산과 박 유산
장군봉의 모습
큰 전투를 치르고 잠시 칼은 내려놓고 두 손을 가슴에 올려 누 워쉬는 장군의 모습이다.
장군봉과 비계산 모습
금귀봉이 고개를 내밀고
호두산에서 본 가조면 일대 산들 풍경
보혜산과 수도산 단지봉
가운데 우두산 장군봉과 멀리 가야산이 고개를 조금 내밀고 비계산이 보인다.
박 유산과 멀리 수도산 단지봉 우두산 장군봉과 가조면
가조면을 감싸고 있는 산군들이 하늘에서 보면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고 하는데
두 문 산-오도산-미녀산 -숙성산 방향
좌 장군봉과 우 비계산
3,773개의 하천 중 특별하게 조망 좋고 깨끗한 가천천
금귀봉과 보혜산 양각산 수도산 방향으로
장군봉-의상봉 비계산
박 유산과 금귀봉- 보혜산으로
지산교에서 본 가천천
도선국사께서 오도산 아래 노숙하며 별자리를 보고 팔도강산을 찾으셨다는 숙성산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
지산교에서 내 가천교까지 대략 3km이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나
일부 구간은 길이 없어 돌아가야 하는 곳이다.
예전 합천댐 만들기 전까지 때때 산골이었으나 지금은 도로가 생겨 살기 좋은 마을이 된 거창군 남하면 가천마을
남하면 용동 마을을 지나가며 본 숙성산
물길을 돌아가면 합천댐이니 곧 끝날 것 같다.
하천 옆으로 예전에 합천댐이 생기기 전에 차가 다녔던 도로가 보이고
앞에 보이는 산은 합천 봉산의 망일산이며 그 옆으로 월 현산을 이어주는 저물재가 있는 곳
가천교에서 가천천을 마무리하며
아침에 탔던 택시 기사님을 불러놓고 멀리서 낚시하는 조사를 구경하며 기다린다.
봄날 그늘 없는 하천길을 걸으며 벌써부터 더워 앞으로 어찌 될지
가천천은 아주 깨끗하며 한 번쯤 걸어 볼만한 하천이다.
길고 길었던 국내 30km 이상의 하천길도 어느덧 막바지에 도착했으며
남해안,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에 이어지는 하천은 끝나고
서해안 2개, 동해안 2개 그리고 한강에 흘러드는 몇 개만 남겨 두고 있다.
첫댓글 방장님 후기를 보며 늘 느끼는것이지만
직접 걸음 하시는 시간 만큼 후기도 정성을 다해 기록하시는 모습에
늘 감동 받습니다~^^
가천천 걸음길 잘 보고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길고 길었던 하천길도 죽자 살자했더니 이제 10개 정도 남아 있구요
올 여름 되기전에 끝날것 같습니다.
이제 국토여행 긴것만 찾아가며 한번 걸어 보려고 합니다.
가을날 남한산성에서 한번 더 뵙기로 하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지극한 대화...
방장님은 참 좋으시겠다 싶습니다.
그런 기특한 아드님 두셨으니^^
가천천~ 멋집니다.
덕분에 앉아서 유람하듯 좋은 사진과 글로
마음 정화 해보네요.
계곡이며 벚꽃나무들 너무 아름답네요.
그냥 방장님 글에서는 맑은 물처럼
어떤 선~함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할매들과의 그 친화력에 박수드려용.
이번 강행길도 고생하셨습니당
하천길도 이제 마무리 되어가니
또 어느 하늘아래로 찾아가며 국토를 배울까 궁리중입니다.
어디 좋은곳 없을까요
조용한날 한번 따라 오시구요 늘 안전한 걸음 기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