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가자미.
산지에서는 물가자미, 미주구리로 통하는데
보기는 저래도
꾸덕하게 말려 굽거나 찌면 안주(반찬)로 아주 훌륭한 놈입니다.
70년대 초
김희갑, 박주아씨가 출연한 "팔도강산" 드라마를 촬영한
속초 "팔도강산횟집"의 주메뉴가
뼈째 썰은 기름가자미를 고추가루, 무채, 빙초산 등으로 버무린 회무침이었는데,
지금은 대접 좀 받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기름가자미는 회 외에는 아주 홀대받는 생선이었습니다.
후다닥 한 시간 만에 손질을 끝내서
얼마 전 만들어 놓은 꼬챙이에 모시고
바로 또 6.2kg급 대구를 잡아
대가리는 식해를 담궜는데,
곤이가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해치우는 것도 곤욕이었습니다.
날씨가 도와줄 때 부지런히 생선을 말리는데,
현재로서는 앞으로 대구횟대, 샛돔이 추가되면
이번 겨울 생선말리기는 얼추 끝날 것 같습니다.
평소 음식을 좀 밝히다보니
가끔 먹는 것에 환장하는 걸로 오해를 받는데
육식은 100g 이내이며
닭은 날개 하나에 모가지면 되고
입이 짧아서 한음식에 다섯 번 넘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나흘동안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른 놈들을 거두어
지느러미를 제거하여 냉동실에 두고 조금씩 구워줍니다.
구이용 생선은 횟감과 달리 너무 커도 맛이 덜하여
사진처럼 좀 작다 싶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의 놈들이 좋은데,
기름가자미가 대표적인 생선입니다.
대가리까지 깨끗하게~
생선구이집의 감칠맛과 비교할 수 없는 깔끔하고 순수한 맛입니다.
생선손질이 항상 재밌지는 않지만
이렇게 직접 손질, 장만한 것을
식구들이 맛있게 즐기면 자꾸 다음이 또 기다려집니다.
특별히 부탁한 도루묵알.
바다 속의 도루묵알을 채취한 게 아니고
도루묵그물에다 산란한 알을 뜯은 것으로
삶거나 생으로 씹으면
타다닥~ 타다닥~ 터지면서
나중에 비닐보다도 더 질긴 껍질은 밷어내는데
6~70년대 도루묵이 많이 잡힐 때
산지에서는 겨울철 주전부리이기도 했었습니다.
사진 속의 하얀 덩어리는
도루묵을 찌개나 구이를 즐길 때
알에서 나오는 진액이 농축된 것입니다.
대구횟대구이.
생선구이를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무조건 대구횟대구이입니다.
산지에서 횟대기로 통하는 대구횟대는 겨울이 제철로
주로 식해를 담그거나 소금국(맑은탕)으로 즐기는데,
1~2일 말려 사진처럼 구워낸 대구횟대구이는
복어구이에도 뒤지지 않는 오묘한 맛으로
바싹 구워 씹는 대가리의 맛은
생우럭구이의 대가리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대구횟대식해는 대가리째 담그는데
사진 속 대가리의 허옇게 보이는
비늘 같은 껍질이 삭아서 내는 쫄깃쫄깃한 맛은
대구횟대식해를 생선식해의 으뜸으로 치게 합니다.
이렇게 두 마리를 시켰는데,
시간제 종사자들을 고용하니
매끄럽지 못하고 부산스러운 것이 영~
이만큼 더 있는데 어느 정도 나눔을 하더라도
2020년까지는 수세미를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출처: 맛의 또다른 시선 원문보기 글쓴이: 지미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