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에서 조망, 가운데 능선이 의상능선, 앞은 응봉능선
까마득히 푸른 절벽에 단풍잎 붉은데 蒼崖萬丈楓葉紅
나그네 바람처럼 지팡이 짚고 길 나서네 有客飄然携短笻
산 위의 흰 구름이 다정도 하여 山上白雲亦多情
겹겹한 산 밖으로 나를 보냄을 서운해 하네 依依送我千萬重
――― 매월당 김시습, 『挑包出山』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10월 9일(수), 맑음
▶ 산행거리 : 도상 9.8㎞
▶ 산행시간 : 4시간 50분
▶ 시간별 구간
09 : 25 - 구기동(舊基洞), 산행시작
09 : 36 - 이북5도청, 청운양로원
09 : 53 - 금선사(金仙寺)
10 : 38 - ┬자 갈림길 능선마루
10 : 45 - 비봉(碑峰, △560m)
11 : 21 - 승가봉(僧伽峰, 567m)
11 : 52 - 문수봉(文殊峰, 727m)
12 : 10 - 대성문
12 : 25 - 일선사(一禪寺)
12 : 56 - 형제봉(462.2m)
13 : 35 - 동령폭포(東嶺瀑布)
13 : 57 - 평창공원지킴터
14 : 15 - 북악터널 앞 평창동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 비봉에서 조망, 앞은 왼쪽부터 북악, 인왕산, 안산, 멀리 가운데는 수원 광교산과 백운산,
그 앞 왼쪽은 청계산, 오른쪽은 관악산
▶ 비봉(碑峰, △560m)
태풍 다나스가 온다기에 늦잠이나 즐길 겸 느긋했는데 창밖의 날씨가 견딜 수 없도록 맑다.
기상청을 믿다니 부랴부랴 배낭 매고 나선다. 20년은 넘었다. 구기동 이북5도청 뒤로 비봉 남
릉을 오르는 길이 있어 한때 애용했는데 막았는지 못 찾겠다. 등산로 안내도에도 그쪽으로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청운양로원 담을 넘을 수는 없는 일. 골 따라 고이 연화사 쪽으로 갈 수
밖에.
연화사 앞 비봉탐방지원센터 카운터기를 지나고 돌길 혹은 돌계단 길이다. ‘관음기도 성지 목
정굴(木精窟)’ 가는 갈림길이 궁금하다. 조선조 순조가 탄생할 때 농산(聾山) 스님의 기도로
서기(瑞氣)가 발원한 굴이라고 한다. 지계곡 건너고 무당문(無堂門) 지나 계단 오르면 커다란
굴이 있다. 수월관음보살상이라는 석불을 모셨다. 사방이 막힌 굴속이라(앞쪽은 유리창을 달
았다) 무척 더우리라. 선풍기가 두 대나 있다.
그 위가 금선사인데 목정굴 주위로 바위절벽이 빙 둘러서 바로 올라갈 수는 없다. 목정굴을
오던 길로 나가서 일반등로로 가야 한다. 금선사도 들린다. 등로에서 100m 떨어져 있다. 산모
퉁이 일주문 들어서자 대찰의 당우가 여럿 보인다. 목정굴의 서기로 정조가 중창케 한 절이
금선사(金仙寺)라고 한다. 지금도 금선사에서는 순조의 탄신제를 모시고 있다 한다.
내내 엿보았지만 비봉 남릉으로 갈 기회는 없다. 자꾸 왼쪽으로만 방향 튼다. 돌길이 그다지
심심하지 않다. 노송 그늘 드리운 암반이 더러 나온다. 조망까지 트여 쉬어가기에 좋다. 향로
봉 밑에서 돌아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 ‘포금정사지’라는데 알아보기 어렵다. 비봉 가는 길은
오른쪽 바윗길로 엷은 지능선 넘고 가파르게 한 피치 오르면 ┬자 갈림길 능선마루다.
비봉 가는 길. 등산객이 줄지어 간다. 비봉 서쪽 슬랩은 위험구간이라고 오르지 못하게 막았
다. 동쪽으로 돌아가서 오른다. 아직은 밧줄이나 철주 등을 설치하지 않아 퍽 다행스럽다. 그
래도 암면을 갉아 발판을 만들었다. 비봉 정상에 서자 날이 맑아 사방 조망이 훤히 트였다. 수
원 광교산, 안산 수암봉까지 보인다. 암봉에 올라 비봉 삼각점을 본다. 가장 높은 바위 한가운
데 있다. 진흥왕순수비만큼이나 판독하기 어렵다.
2. 향로봉 능선, 세미클라이밍 코스다
3. 왼쪽은 인왕산, 오른쪽은 안산, 멀리 왼쪽은 관악산
4. 가운데는 문수봉, 오른쪽은 보현봉
5. 보현봉 남릉인 사자능선, 출입금지구간이다
6. 멀리 가운데는 수원 광교산과 백운산
7. 왼쪽은 족두리봉, 오른쪽은 향로봉 연릉
8. 노적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9. 비봉 남릉, 출입금지구간이다
▶ 문수봉(文殊峰, 727m)
국립공원에서 담배 이외에 머지않아 술(특히 막걸리)도 단속하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다. 우선 다중이 모인 쉼터마다 퀴퀴한 술 냄새가 진동하므로. 산행교통의 요지인 사모바위
주위에 많은 등산객들이 북적인다. 승가봉을 좀 더 재미있게 오르려면 오른쪽 슬랩이 알맞다.
홀더가 없어 양손바닥을 바위에 찰싹 밀착하여 끌어당긴다.
석문 지나고 숲길 잠시 지나다 ┤자 갈림길에서 왼쪽의 청수동암문으로 가는 길 마다하고 직
진한다. 문수봉 서릉 또한 철주 박고 쇠줄 달아 별 매력은 없지만 지난날을 반추해보기 위해
서다. 여러 등산객들이 몰려 지체한다. 손맛 잃었다. 문수봉 넘어 대남문 문루를 지나고 성곽
길 따라 659m봉을 내쳐 오른다.
대성문. 빠져나온다. 데크계단 길 내리고 산모퉁이 길게 돌아 일선사에 들린다. 절집 뒤로 보
현봉 가는 길을 막았지만 절이 그리 쇄락하지 않았다. 부처님 거룩한 말씀을 게시판에 빼꼭하
니 붙여놓고도 확성기로 낭독한다. 일선사를 나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평창공원지킴터 갈
림길을 지나고 형제봉을 향한다. 형제봉 가는 길에 동령폭포 쪽으로 내리는 길이 또 있지 않
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10. 사모바위
11. 비봉
12. 앞은 의상능선
13. 가운데가 의상능선의 용출봉
14. 나한봉
15. 문수봉에서 조망
16. 보현봉, 저 능선도 출입금지구간이다
17. 문수봉
18. 문수봉
▶형제봉(462.2m), 동령폭포(東嶺瀑布)
형제봉이 꽤 멀다. 가다 뒤돌아 보현봉 우러르는 맛으로 간다. 바윗길 제법 올라 형제봉이다.
암봉이다. 예전처럼 지금도 기도발이 잘 받는지 모르겠다. 곳곳 바위마다 시멘트 바른 좌대는
여전하다. 이대로 북악스카이라인으로 내닫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동령폭포가 보고
싶어서다. 동령폭포로 가려면 거의 일선사까지 다시 가야 한다.
뚝 떨어졌다가 긴 오름길이다. 금줄 넘어 희미한 인적이 보이는 데는 예외 없이 ‘출입금지’ 팻
말을 달았다. 평창공원지킴터 가는 길. 데크계단으로 내리고 시멘트 발라놓은 대로로 간다.
마른 계곡 건너고 건넌다. 무지개다리로도 건넌다. 사면 돌 무렵 금줄 넘어 내리쏟는다. 동령
폭포가 말랐다. 어쨌든 반갑다. 암벽에 음각한 ‘東嶺瀑布’ 글자는 그대로 있다. 이곳이 예전에
는 유원지였는데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내가 미리 금줄을 넘었었다. 안내판이 있는 데로 올랐더니 동령폭포와 그 주변계곡을 특별보
호구로 지정하여 출입금지 한다는 내용이다. 얼른 벗어난다. 솔숲 사이로 형제봉 암벽 기웃거
리다보면 평창공원지킴터다. 도로로 내려선다. 둘레길 이정표만 있어 버스정류장은 좌우 어
디 쪽이 가까운지 알 도리가 없다. 오지 산중 임도를 만난 때처럼 막막하다. 침 튀는 쪽으로
간다. 내리막 계단 길 보자 옛적 어렴풋한 기시감이 되살아난다.
19. 문수봉에서 조망
20. 앞의 노적봉이 납작하게 보인다
21. 뒤가 보현봉
22. 대성문
23. 형제봉 중 제봉(弟峰, 452m)
24. 동령폭포, 갈수기라 건폭이 되고 말았다
25. 구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