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학 보고서
예람
나는 재밌어 보여서 자주학을 들었는데 신청만 하고 주제 생각은 일도 안 하며 놀았다. 공예 시간에 마크라메 반지를 만들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여경이 언니가 원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것보다 정민이 언니처럼 그냥 손이 가는 대로 하는 게 더 예쁘다고 해서 딱 갑자기 자주학을 마크라메로 하고 싶어서 했다.
나의 자주학 목표는 나만의 매듭법을 만들어서 선물하기였지만 계속 생각해 보니 이 목표는 재밌지도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마음도 올라오지 않아 마크라메에 대해 더 고민하면 좀 더 자료를 찾아봤다. 그러므로 나의 목표는 다양한 마크라메 만들고 선물하기가 됐다.
자주학에서 아주 중요한 계획은 나에게 아주 큰 고난이었다. 계획을 짜도 자꾸만 안 지켜지고 새로운 일들이 계속 생겨 하는 이유가 크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계획은 오늘 할 일들은 까먹지 않게 해주는 거이기에 자주학 시간 때 이 고민을 말했다. 피드백 중에서 너무 어려우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우선순위로 적어보라 해서 묵학 시간마다 적어봤는데 이것도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계획, 좀 더 나에게 편한 방법을 찾아가며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한 단어로 적으면 생활하는 게 편해졌다.
자주학 초반에는 실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 일단 노트북에 마크라메에 대해 쭉 찾아봤다. 마크라메의 뜻, 끈 종류와 특징, 장단점, 마켓, 알아두면 좋은 거, 기초 매듭법, 등을 매일 기록하며 실을 구매할 때나 마크라메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됐다. 마타타, 대구사랑실, 정글 스튜디오에서 기본 실인 우동끈과 면로프 다양한 액세서리 등등 자주학에 필요한 물품들을 샀다. 처음에는 정말 만들고 싶었던 걱정인형과 키링을 들었다. 걱정 인형을 만들 때는 가위, 테이프, 열쇠고리 1개, 나무 구슬 1개, 60cm 우동실 생실 1줄, 70cm 우동실 색실 1줄, 이 필요 했지만 실제로 1~2번 계속해 보면 실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면로프 실도 사용해도 되고 테이프도 굳이 안 필요했다.
걱정인형은 만들기도 쉽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다른 것도 쉽게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어려운 줄도 모르고 만들고 싶은 키링을 만들다가 시간도 많이 쓰고 모양도 삐뚤빠뚤하게 나왔다. 그래서 두 번째 키링은 아주 쉬운 초보용으로 했음에도 모양이 이상하게 나왔다. 갑자기 처음 키링 만들 때가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며 지금 보니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 간직하고 있다가 계속 보니 쓸 때도 없고 답답해서 걱정인형은 은성이, 준혁이 오빠, 비채 언니, 준혁이 키링은 주은이와 예원이한테 선물을 해 줬다. 다른 사람이 내가 만든 마크라메를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 내가 멋진 사람이 된 느낌이어서 다른 모두에게도 내 마크라메를 선물 해주고 싶다.
처음 자주학 할 때는 교무실에서 했는데 조금 방해가 돼서 이번에는 아주 아늑한 공간을 찾아 쿠리에서 자주학을 했다. 이번에는 통 샘에 의레를 받아 티코스터 만들었다. 분명 똥손탈출 마크라메 티코스터였지만 실 길이를 잘 못 잘못 자르기도 하고 자꾸만 실이 뒤엉켜 처음부터 하게 되는 일이 계속 생겨 시간도 많이 지나가고 너무 짜증 나서 중간에 원우랑 오목도 하고 실뜨기도 하며 짜증을 가라앉혔다. 그래도 완성은 해서 통 샘께 드렸는데 가운데가 톡! 튀어나와 물컵을 올리면 자꾸만 기우려 진다고 했다.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고 조금 어려운 벽 장식, 가방, 지갑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만든다는 벽장 식과 지갑을 만들었는데 실 자르는 것 부터가 조금의 고난이었다. 벽장 식은 처음 만들어 봐 중간에 실을 잘못 엮여 매듭이 이상하게 완성되기도 하고 분명 1~2시간 걸린다는 벽 장식을 약 4시간 동안 만들었다. 지갑은 은근히 쉬웠지만 처음 만들 때만 귀찮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벽 장식에서도 실수했던 사선 감아 매기 매듭법을 또 실수했다. 할 때는 빨리하고 싶지만 완성하고 보면 자꾸만 실수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두 번째 지갑부터는 또 똑같은 실수 없이 깔금히 완성을 했다.
공예 때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 반지를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좀 더 쉽고 내가 만들 수 반지나 팔찌로 만들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떠오르는 색깔을 단어로 간추려 선물해 봤다. 하지만 사람의 색깔을 찾는 게 쉬운 듯 어려워서 마인드맵을 그려 보기도 했다. 태리는 까칠한데 청결해서 밝은 회색과 어두운 회색, 용산 샘은 머릿속에 초록과 핑크가 생각나고, 선유 언니는 털털한데 간지나서 회색과 카키색으로 했는데 선유 언니에 특성상 물건을 잡을 때마다 새끼손가락을 들어서 좀 작게 만들었다.
반지나 팔찌를 계속 만들다 보니 왁스 실이 너무 많이 남아 버리는 일이 잦아했다. 그래서 다시 쓸 수 있는 실은 다듬어 재사용을 하기도 했고 용산 샘은 나에게 팔찌 에이에스도 맡기시고 마크라메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생겼다.
그리고 원래 자주학 재료를 바구니에 넣고 다녔는데 기숙사를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손이 너무 차가워서 필통으로 옮겨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수 있어서 따듯하게 기숙사를 올라갔다. 반지 팔찌를 만들고 선물했지만 이렇게 요상한 일들이 생긴다거나 다양한 생각들이 나에겐 행복을 갖다줬다.
나는 남이 내가 만들 걸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선물했고 예람이가 마크라메를 만든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마크라메 브랜드 이름인 메라키도 만들어 봤다. 나는 자주학 시간이 내가 한 걸 말하는 게 아닌 ‘나는 이번엔 이런 걸 했어요’라는 것을 자랑하는 시간 같았다. 그래서 매일 피드백이나 칭찬을 받으면 행복해졌다.
이제까지는 쉬운 걸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노력할 거다.
내가 많이 갖고 있어 봤자 쓸모가 없어서 지금까지 만든 마크라메는 다 선물 해줬다. 다들 나 보고 나눔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나눔보다는 내가 선물을 준 것 같다. 나눔은 약간 고급스러운 말 같다. 아직 나에게는 나눔보다는 선물이란 단어가 더 좋다.
분명 자주학을 하면서 누구나 그렇듯 조금의 고난이 찾아올 거다. 그럴 때 나는 뭐가 불편하고 나에게 무엇이 편한지 생각하며,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나와 잘 맞는 길인지 스스로 찾아간다.
자주학은 재밌다. 진짜 재밌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