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을 거닐다
*《생각의 요새》-고명섭 지음/교양인 2023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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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대해 탈합치를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관성대로 살지 않고 진정으로 실존하는 삶을 사는 길이다. -《탈합치》, 프랑수아 줄리앙
*탈합치(De-coincidence) : 실존을 가로막는 기존의 자기적응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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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철학과 사상, 종교, 문학, 정치, 예술, 사회 등을 대표하는 각 분야별 100권의 책과 저자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책의 주요 내용을 짚어보며 독자로 하여금 사색의 정원으로 초대하여 잠시 생각을 다듬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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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사유의 길 : <마비된 자아에서 빠져나오기>, 《탈합치》-프랑수아 줄리앙 외 14편/제2장 생각의 요새 : <체계이론과 주체 없는 사회학>, 《사회적 체계들》-니콜라스 루만 외 16편/제3장 사상의 기원 : <조로아스터와 윤리적 인간의 탄생>,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메리 보이스 외 19편/제4장 회통에서 개벽으로 : <한국사상사의 저류, 영성의 힘>, 《조선사상사》- 오구라 기조 외 18편/제5장 마음과 우주 : <계시록에서 찾은 새로운 문명 비전>, 《아포칼립스》-D.H. 로런스 외 16편/제6장 지혜의 시대 : <지혜가 다스리는 세상을 향해>, 《문명의 대전환을 공부하다》-백낙청, 창비담론 아카데미 외 11편, 해서 모두 100권의 책에 대한 100편의 리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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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당 평균 다섯 페이지의 분량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 《생각의 요새》를 엮은 저자 ‘고명섭’의 핵심을 찌르는 책 소개와 자세한 부연설명으로, 소개하는 책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쁨과 처음 접하는 새로운 사상이나 사유에서 오는 신선함, 한 번에 많은 다양한 고급 서적을 대하는, 마치 다양한 음식으로 채워진 고급스러운 뷔페를 찾은 것 같이 기분 좋은 포만감을 듬뿍 얻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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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훌륭한 시 100편이 수록된 시집(詩集)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한 편 한 편이 개성이 강하고 내용도 다른,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신선하고 깊은 성찰이나 통찰이 주는 은은하고 담백한 기쁨의 감정을 느끼는 시집 말이다. 시가 그렇지 않은가. 한 편의 좋은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도달해 있는 감정적 희열. 시인의 깊은 사색을 들여다보는 잔잔하고도 은밀한 기쁨. 동일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을 통한 존재의 합일 등을 우리는 시라는 작품에서 보통 요구하는 덕목인데 이 책 《생각의 요새》를 통해서 그런 유사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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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손을 드리우면 항상 집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두고 하루에 세 편 정도 편안한 시간에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