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고 조용히 지내다보니 글만 쓰네요... 건강이 어느 정도 좋아져서 여행도 다닙니다... 요즘은 베트남에 빠져 삽니다. 2월초에 다녀와 급히 꾸린 글들인데 어느새 한 권 분량이 되었네요. 4월26일 다낭을 또 갈까합니다... 참파와 앙코르 그리고 아유타야.. .. 흥미롭습니다. 참 이번에 저는 '조선선비 최부의 표해록' 책을 발간합니다. 소싯적 안양을 배경으로한 지난 번 소개를 한 글들은 아무래도 묵혀두거나 잊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잘들 지내시기 바라며......
2천년 베트남 시간여행
지은이 조성원
들어가며
목차
1, 2017년 베트남 여행길에
2. 사이공 최후의 날에
3. 1975년 사이공에 남겨진 사람들
4. 베트남 선수 쯔엉
5. 호치민을 향하며
6. 인천 공항에서
7. Lê Minh Đảo 준장
8. 동코이 거리에서
9. 코친차이나 사이공
10. 베트콩과 호치민 루트
11.여행자 거리에서
12. 호치민 거리 이름은 의미가 다르다.
13. 베트남역사에서 파생된 이야기
14. ‘꿘안응언’ 음식점에서
15. 벤탄 시장에서
16. 호치민 시내 투어
17. 쩌런이라는 차이나타운
18. 베트남 화교와 중월 전쟁
19. 크메르 루즈와 베트남
20. 응우엔주 거리에서
21. 통일궁에 머문 사람들
22. 고 딘 디엠과 티우 대통령
23. 인삼의 효능
24. 달랏의 향기
25. 예르생이 전하는 말
26. 새벽을 여는 베트남 여성들
27. 달콤한 고산도시
28. 코친차이나 바지 사장
29. 바오다이 여름별장에서 만난 남풍황후
30. 민족주의자 판 보이 쩌우를 생각하며
31. 베트남 할머니 보쌈집에서
32. 문화는 가꾸는 것이다.
33. 문화로써 피는 꽃
34. 학교밑창에서 소주를 마시며
35. 술 마약 소금 그리고 쌀
36.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37. 보 구엔 지압을 베트남에서 모르면 간첩이다.
38. 베트남의 바가지
39. 나짱 마제스틱에 놀란 사연
40. 나트랑에서의 하루
41. 통킹만 사건과 미국
42. 구정쯤의 베트남 여행으로부터
43. B-52, 철의 삼각 그리고 케산
44.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그리고 다낭과 호이안
45. 안케패스가 남겨준 교훈
들어가며
베트남 여행길에
서문인 만큼 글 내용에 부합하는 안내문을 달아 붙이는 것이 걸맞다 싶기는 한데 자칫 안내가 가져다 줄 헛바람에 그만 풍선 꺼지듯 여행의 참 맛이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우선 호기심이다. 그냥 베일에 쌓인 듯 본문에 맡겨두는 것이 훨씬 낫다싶다. 대신 지금 나의 여행을 대하는 심정이라 할까 의미를 수필형식으로 짧게 남겨둘까 한다.
이순이 넘은 이 나이, 나이를 먹은 만큼 싫든 좋든 사회에서 멀어져 간다. 슬프다 말할 것이지만 사회에서 멀어지는 만큼 나이가 주는 홀가분함이 또 우리에게 있다. 이 나이는 직장을 안다닌다고 돈을 못 번다고 흉도 안 되고 부담도 없다. 남 같지 않다고 자책할 필요는 더 없다. 일의 족쇄에서 풀려난 자유가 이 나이에 있다. 하기 싫은 일은 더 이상 안 해도 되고 억지로 눈치 보며 맞춰서 살아갈 필요도 없다.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아서 비로소 챙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이 나이 백수는 참고 견딜 수 있다면 덕목이고 행복이다. 욕망 때문 죽을 고비를 넘은 적은 없던가. 햇수 60년, 70년, 버텨준 세월이 그저 고맙고 감개무량하다. 어디 욕망이 한없이 부글부글 끓을 줄 알았더냐. 덜 보이고 덜 들리고 덜 걷게 되는 현상은 신이 내려준 교시다. 그 대신 신은 그간 보고 배우고 듣고 본 모든 것을 더 많이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우리에게 주었다. 억눌린 삶의 고뇌로부터의 자유, 이 보다 값진 선물이 있을까.
삶의 한 멍에로부터 풀려난 자유, 이 나이에 걸맞게 만끽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틀을 벗어난 자유를 말하고 자유는 틀과 규격에서 벗어나는 평시 삶이 아닌 일탈을 말한다. 출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둘러보는 관광은 이내 잊거나 생동감이 없다. 북벌을 외치던 조선시대, 사신으로 연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겉과 속 다르게 청나라는 곧 망한다고 보고하였듯이 자신의 독립된 입장을 말할 수도 뜻을 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행은 자유로움이다.
먹고사는 삶이 일상이라 한다면 체험하여 얻는 앎과 편안한 쉼이 곧 여행이다. 하지만 여행이 곧 쉼은 아니다. 멀리 가서 쉬고 왔다고 하면 단지 편하게 지내고 온 것이지 나의 견해로는 엄밀히 말하여 진정한 여행이 아니다. 편안함은 여행만의 특질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편안함을 추구하기에 쉼은 쉬이 잊히고 남지도 않는다. 여행은 앎이 꼭 수반된다. 앎은 체험하여 느끼고 얻는 새로움이다.
의미로는 간접으로 얻은 앎을 여행의 편에 껴 넣기도 한다. 이는 일깨워 자각하고 마음속에 풍경을 그려 담기 때문이다. 문학이 곧 우리를 멀리 떠나게 하는 마음의 여행이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발로 체험하는 앎보다는 못하다. 연암도 연경을 익히 들어 알았지만 직접 보고 느끼며 비로소 새로움을 찾았다. 우리가 얻는 학문적 전문지식은 앎이기는 하지만 마음을 후비는 풍경이 담아지지는 않기에 여행이라 할 수는 없다.
전문지식은 알수록 머리만 지끈 아플 뿐이다. 잔잔한 서정의 풍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행은 마음에 점을 찍는 자각이며 새로움을 그려 넣는 풍경화다. 다시 말해 마음속에 자각하여 얻은 그림이 살고 그로 마음속에 쉼이 느껴져야 진정한 여행이다. 그러기에 여행을 하면 내 안의 세상이 열린다. 잠재한 내가 마음속에서 꿈틀대고 때로는 요동치며 눈물도 나고 평소 갖지 못하던 감정이 되살아나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실감하며 억눌렸던 가슴이 뻥 뚫리는 희열을 느낀다. 그러기에 여행의 끝에는 남모를 성장이 있다.
성장은 자성과 또 다른 나와 만남의 주선으로 얻는 값진 소득이다. 그러기에 다시 평상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여행을 동경하고 잔재로 남은 마음속 풍경화를 그리워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로이다.
여행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평소 못 먹고 못 보고 못 느껴본 것을 해보고 싶은 까닭에 돈을 펑펑 쓰며 즐기는 재미로 장식할 수도 있고 없으면 없는 대로 알뜰하게 견디며 돌아다니는 묘미도 있으며 이도저도 안 되는 처지에는 마음의 풍경을 어디서든 쓸어 담는 靜觀自在 형 조용한 여행도 있을 것이다. 노후 취미 생활이 다 그런 조용한 유형이다. 몇 해 전 TV에 방영된 ‘꽃보다 할배’ 라는 여행 프로가 히트를 한 데는 럭셔리해서가 아니다. 럭셔리한 모습으로만 느꼈던 그들이 돈을 아끼며 그래도 볼 것은 천천히 다 보여주는 알록달록한 재미가 있어서였다.
그게 곧 우리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 번 개인당 60만원도 채 안 되는 알뜰 형 4박5일의 심양여행을 다녀왔다. 북경도 상해도 웬만하면 민박을 택해 경비를 줄였다. 일본을 갈 때도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가서 버스타고 다녔다. 다음에 청도를 갈 때도 배를 타고 갈 생각이다. 발품 팔고 헷갈리며 다니는 품새가 흡사 지나온 인생길만 같다.
누구는 나이 들어 그런 모습이 추레하고 볼품없다고 하겠지만 오히려 돈 한 푼 아끼려는 단란함에서 묻어나는 생기로 끼가 넘쳤고 긴장감으로 진진했다. 어떻게 돈을 절약하고 재미있게 보낼까 하는 궁리까지 포함한다면 어차피 자유인 몸, 여행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해진다. 너 그 여행 얼마에 다녀왔어? 경제적 관념을 늘 달고 산 처지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럭셔리한 여행에 빠져서 갖기 쉬운 욕망의 덫에 다시 걸려들지 않았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나이는 평생 쉴 새 없이 타오르던 열정이나 욕망을 삭히는 과정에 서있는 것이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여행을 주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여행이 떠나는 것이지만 결국 열정이나 욕망을 삭히는 마음의 고향을 어디서든 만나면 그만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동안 소홀했던 지혜를 얻는 것이다. 열하일기의 가난한 연암을 보라! 그는 천생의 자유인이다. 무수히 많은 새로운 사물과 그 이치를 가슴속에 쏟아 담고는 사유하고 터득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얻을 것은 얻으며 자신의 것을 만들지 않는가. 사물과 그 이치는 또 어떻게 그에게 수용되는가. 어디를 가든 안가든 그는 늘 여행을 꿈꾼다. 수지 타산 상관없고 이해득실 또한 안중에도 없는 그다. 그 책이 당대 베스트셀러인 데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 소소하거나 추레한 것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은 욕망의 끈을 꼭 쥐려 들지 말자. 천천히 걸으며 욕망을 식히고 달래며 다른 세상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한번 둘러보자. 다만 중요한 것은 다시 말하지만 자각이다. 자각은 의심하고 관찰하며 체험하는 앎이고 그 방면에서는 여행이 제일 가깝다. 그러다가 욕망이 빛이 바래 달빛처럼 교교해지고 이슬처럼 영롱해지는 어느 날 아주 먼 하늘 여행길에 기꺼이 오르는 거다.
가기 전 부터 설레는 마음, 베트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들 역사를 들춰보았다. 눈물이 났다. 이런 나라도 다 있구나. 어쩌면 이리도 우리를 꼭 빼닮은 것인지. 그들을 이해하고 같이 느끼려 한다면 역사를 좀 알아야한다. 우리의 삶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른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베트남이 어디인가, 사이공 월남 베트콩하면 떠오르는 파월장병 그리고 십자성노래부터 해서 가수 김추자의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지금은 월남 댁이 또 우리의 며느리이고 미래의 삶이 또한 아닌가, 가능한 한 그들의 발자취 그리고 꿈꾸는 미래를 마저 느끼고 싶었다. 아무쪼록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면 고맙겠다. 참 이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베트남은 너무 길어 한 번에 다 훑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아니 두고두고 이곳저곳 돌아보는 게 내 소망이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조성원 드림.
첫댓글 한 달 전, 김훈의 책을 보는데 <최부>가 언급되어 반가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