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다 - 김유래장로님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다. 말세라고도 한다. 義人 10인이 없어서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의 최후를 말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이 메말라가고 있음이 정말 안타깝고 도대체 살고 싶은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혹독하게 추웠던 지난겨울과 무척 더웠던 금년 여름을 통해서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장에 있을 때 아주 가까이 지내던 동료의 부친이 일산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부득이 발인할 때 문상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내가 사는 분당에서 일산 까지는 족히 2시간은 걸릴 터이기 때문에 아침 7시 발인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새벽에 출발하지 않을 수 없는데, 빨리 가기 위해 무료로 탈 수 있는 지하철보다 광화문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날씨가 무척 추웠고 새벽에는 싸라기눈도 조금 온 것 같았다. 아침 일찍이라 버스가 자주 없어서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흐뭇한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60대 중반의 나이든 분인데 자판기에 가더니 커피 2잔을 뽑아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웬 커피를 2잔씩이나 마시는 가 했더니 “날씨가 무척 춥지요?” 라는 말과 함께 한잔은 미화원 아저씨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그 추운 날씨에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가 커피를 갑자기 받아들며 행복해하는 미화원의 얼굴 모습과 정답게 함께 커피를 마시는 두 분의 모습은 그야말로 보기 좋은 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았다. 나를 감동시킨 또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다시피 금년 여름은 무척 더운 날씨였으나 오늘은 유별나게 더위가 더 심했다. 그러나 결혼식에 참석하려다보니 예(禮)를 갖춘다고 부득이 넥타이를 하고 길을 나섰는데 ‘왜 하필 이 더운 날씨에 결혼을 할까?’하는 짜증 아닌 짜증 까지 나는 날이었다. 우리가 더우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그러다보면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종점에서의 버스출발 예정시간은 이미 5분이 경과됐고 이미 서너 명의 승객이 버스에 타고 있었는데도 운전기사는 다른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고 출발할 기색이 없다. 10분이 경과된 다음에야 출발은 했지만 기사에 대한 승객들의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방학이라 배차간격이 좀 늦어졌다고 나름대로 해명을 하고는 있었지만 승객들에게 먹혀들 리 없었다. 그렇다면 사전 안내가 있어야 될게 아니냐 한다. 물론 승객들의 말도 옳고, 회사의 지시를 받는 기사의 사정도 이해가 간다. 네 정거장이 지나도록 양 쪽의 다툼 아닌 다툼은 계속되었지만 여러 승객들의 꾸지람을 기사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기사가 저런 기분으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사고는 나지 않을까 한편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운전대에 앉아서 저런 시달림을 당할 기사가 안쓰럽기도 하였다. 그런데 다섯 번째 정류장에서 정말 가슴 뭉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0대 초반의 승객이 버스에서 내리는데, 만(萬)원 짜리 한 장을 기사에게 주면서 “날씨도 더운데 있다가 막걸리나 한잔 하시죠” 하면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엉겁결에 돈을 받아든 그 기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버스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돈 만원이 이렇게도 유용하게 쓰여 질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달으며, 남을 위한 배려에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상대에게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주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는 마음 따뜻한 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장로님! 귀한글 주심에 감사드려요..바닷물이 썩지않는채 유지되는 이유는 3%의 소금 때문인 것처럼그런분들이 있기에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