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여라.
찬미 예수님. 저는 혼자서 자립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데리고 자립 훈련을 시키면서 돌보고 있습니다.
길거리와 청소년 쉼터에서 이혼과 가정 해체, 폭력과 학대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분리되어 온 아이들입니다.
이들이 19세가 되면 혼자서 자립을 해야 하는데,
아직 자립하기에는 부족한 것들이 많아 하나씩 하나씩 훈련을 시키면서 그들과 동반(同伴)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어떤 신부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동생 4명을 키우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친구들하고 놀지도 못하고 집에서 아이들만 돌보았던 그는
아이 키우는 고생을 일찍 알아버렸기에
이미 초등 학교 때부터 아이 키우는 인생은 충분히 살아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디, 아이 그만 키우는 인생 없나.’ 하고 봤는데,
본당에서 신부님께서 미사를 하시는 장면이 딱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아, 저 인생이구나.’ 싶어서 20살에 신학교에 입학해서 졸업 후 신부가 되었는데,
신부가 된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을 30여 명이나 더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 신부인 저는 경제, 부동산, 취업, 의식주 등등
아이들이 혼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것들을 반복적인 실습과
저와 동반하는 것을 통해서 훈련 시키고 있습니다.
자립 훈련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아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자립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혹한 성장 과정 때문에 심리·정서적, 크게는 지능적으로까지 결핍된 부분이 발생합니다.
이 아이들의 기억과 무의식 속에는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좌절감까지도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린 나이지만 약물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고 말씀하시는데,
사랑이 없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 작은 영혼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님께서는 이들의 뇌 CT를 찍어보니
일반 가정 아이들에 비해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부분이 발달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렸을 때의 억압적인 환경이 아이들의 뇌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의 나이가 되었지만 혼자서 자립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 보면,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때문에 이들에게 더 이상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환경이 아니라,
사랑과 너그러운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속적으로 칭찬과 함께 격려해주고, 잘못하고 실수하더라도 다시 동반해주고 있습니다.
점차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마음이 안정을 찾고 삶의 의지와 함께 변화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고치고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만이 아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삶의 동기와 의지가 되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고 불신하였던 마음들이 점점 순한 양과 같은 마음으로 변화되는 것은
정말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계명을 말씀하시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미움과 폭력으로 상처 받은 작은 마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거룩한 사랑의 소명을 다시금 확인하고
사랑으로 세상이 더욱 따뜻해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송원섭 베드로 신부 인천광역시청소년자립지원관 관장